<世界 : 이스라엘의 초조함>

밭향
2024-04-13 23:04
134
<世界> 2024년 1월호
 
이스라엘의 초조함
이 전쟁의  끝은 오는가?
 
글쓴이: 니시키다 아이코 (게이오기주쿠 대학  법학부 교수)
 
 

심각해지는 인도적 상황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장기화되어 인도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포위되어 공격을 받은 알시파 병원에서는 깨끗한 물이나 전력을 위한 연료, 의약품 등이 부족해 집중치료실에 있던 환자의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지원물자를 나르는 트럭도 연료 부족으로 일시 정지해 유엔은 가자지구의 사람들이 기아의 가능성에 놓여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시내각은 2023년 11월 17일에야 겨우 연료의 반입을 허가했지만, 이것은 가자 지구의 완전봉쇄가 시작된 후 39일이 경과한 후의 일이었다.

  이스라엘 차히 하네구비 국가안전보장 고문은 가자의 위생환경 악화로 ‘감염병이 퍼지면 전쟁은 멈춘다’라고 발언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일반 시민을 희생시키는 공격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가자 시민을 인질로 잡은 것 같은 상태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230명 이상이라는 이스라엘 인질의 안부가 걱정되는 상황이 오래 계속되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측의 제안으로 10월에는 모두 4명의 인질이 석방됐지만, 그 후 11월 후반까지 석방이 진행되지 않고 이스라엘군의 작전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망이 확인되었다고 발표되었을 뿐이다. 격렬한 폭격이 계속된 가자지구에서 인질 중 50명 이상이 이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정보도 있다. 인질의 친척들은 군사작전보다 석방을 우선해줄 것을 호소하면서 연일 시위를 벌여왔지만, 전쟁 정지 중 하마스의 재군비를 두려워하는 이스라엘군은 교섭에 난색을 표했다. 카타르를 통한 인질석방 교섭에 의해 간신히 합의가 성립되어 11월 24일에는  7주 만에 전쟁을 일시 정지하는 것과 교환으로 최초의 인질 석방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이것은 장기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마스들 무장세력과 이스라엘간의 전쟁이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종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많은 민간인의 목숨이 위험해지면서 전쟁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이번 사건의 특징과 충돌이 시작된 계기, 전쟁이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겠다.

 

키부츠를 향한 공격 

 
  2023년 10월 7일, 초가을의 맑은 오전 6시 반 경에 공격은 시작되었다. 가자지구에서 2,500발 (하마스 측 발표에서는 5,000발) 이상의 로켓탄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어 아침의 정적을 깨뜨렸다. 이 공격을 원호 사격으로 삼아 가자 지구에 거점을 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의 무장 세력은 이스라엘령과의 경계의 울타리를 부수고, 또한 패러글라이더나 배 등을 구사해 일제히 기습 공격을 시작했다. 엄중하게 경계되고 있었을 경계선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뚫려, 1,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 규모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침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습 공격에서는 경계선 근처에 흩어져있는  키부츠 (사회주의 이상에 근거한 이스라엘의 농업 공동체)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베에리, 레임, 크파르 아자 등 습격당한 키부츠는 모두 인구가 1000명에 못 미치는 작은 공동체로 세속적인 사상을 가진 유대인이 살고 있었다. 2023년 들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마을에 대한 폭력 행위를 반복하여 문제가 된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정착민과는 완전히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키부츠에서는 근래 많은 외국인도 농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 중 태국인과 네팔인들이 습격에 의해 살해되고 인질로 잡히게 되었다. 본래는 공격의 대상이 될 리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휘말린 점에서 이번 공격의 무차별성이 엿보인다. 
 
  키부츠 중 하나, 가자지구로부터 5킬로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레임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야외 음악제 '슈퍼 노바 스코트'가 개최되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시작된 인기 음악 페스티벌의 이스라엘판으로 개최되어 미국과 독일, 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젊은이를 중심으로 최대 4000명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입장자의 대부분이 밤새도록 음악과 춤을 즐기고 아침을 맞이한 시점에 공격이 시작되었다. 습격을 받은 현장에서는 300명 이상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팔레스타인 측과의 전투에서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민간인의 생명이 빼앗긴 것은 이스라엘 건국사상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피해를 내는 동안 이스라엘 정부의 사태 파악은 대폭 늦어 대응이 뒤늦어졌다. 넘어온 전투원의 소탕 작전을 계속해서, 습격을 받은 지역을 재장악한 것은 3일이 지나서였다. 피해의 전모는 그 시점에도 파악되지 않았고, 최초의 습격으로부터 2주가 지난 후에도 전투원이 이스라엘령 내에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은 발표했다. 하마스 등 무장 세력에 잡힌 인질의 인원수는 당초 '50명 이상'이라고 보도되었지만, 날이 가면서 증가하여  11월 8일 시점에서는 241명까지 증가했다. 희생된 사람들의 신원 확인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처음에는 인질로 잡혔다고 생각되었던 사람이 실제로 습격 시점에 죽어있던 것이 한 달 이상 경과되어 밝혀지는 예도 보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통해 이번에 밝혀진 것은, 혼란스러운 사태를 좀처럼 수습 못하는 이스라엘 측의 대책없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국내에서 '미스터 세큐리티'라고도 불리며 국내 치안을 확보하고 안정을 가져온 인물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것이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고 대응의 무책임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권이 받은 타격은 헤아릴 수 없다. 11월 3일에 공개된 여론조사의 결과는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27퍼센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하마스 등 무장 세력에 의한 대규모 기습 공격을 허용한 것, 수많은 인질이 잡히고 민간인 희생자를 낸 것, 그러한 상황 파악에 매우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그 다음에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돌입에 의한 작전을 개시한 후에도, 1개월 이상을 경과하고도 아직 인질 구출에 성공하지 않은 것, 이것들이 이번 사태의 특징이며,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요인의 한 측면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자만심


  어째서 이 시기에 이러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을까. 그 배경에는 요즈음의 정치 동향, 장기화된 점령과 봉쇄로 내몰렸던 가자지구의 상황 등, 여러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이번 글에서는 개전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이스라엘 측의 경비(警備)의 부주의와 자만심에 대해 기술하겠다.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과 계속 대치해왔던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관리와 군사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되어왔다. 실제로 이동식 대공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은, 이제까지 가자 지구로부터 발사된 로케트탄 공격에 대해 90 프로 이상의 요격율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구축된 시스템에 의존한 경계심의 해이는, 무장세력에 의한 새로운 공격 형태에 대한 예측과 대응을 어렵게 했다.

  이스라엘 신문인 하아레츠는 10월 13일 기사에서, 이번 하마스에 의한 공격이 있기 몇 주 전에, 가자 경계선에서 이스라엘 군대가 조기 경계시스템으로 사용하는 관측기구 7기 가운데 3기에서 결함을 발견하였지만, 다른 수단으로의 대체 등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고 있다. 관측기구는 각각, 북부, 중부, 남부의 것으로, 감시원이 수리를 요구했지만, 파견된 기술자가 수리를 다음 주까지 연기했었다. 가자 지구 경계선의 경비는 이외에도 군사용 드론과 방어벽에 의해 강화되었고, 이스라엘은 이것들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측기구의 결함은 당초, 시스템 자체의 기술적 문제라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하마스 무장세력은 10월 7일의 돌입 때에 나머지 4기도 파괴했기 때문에, 고장 원인에 대해 재차 검증이 진행되었다. 하마스 무장세력은 실제 돌입 작전 때에 군대의 경계 감시 능력을 얼마나 무력화하고, 상황파악을 지연시킬 수 있느냐에 작전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이해했다. 따라서 습격 때에는 경계 펜스 옆에 있는 감시탑을 우선 공격하고, 임무를 맡고 있던 여성 병사들을 살해하였다. 관측기구는 2022년 6월에도 옐레츠 근처의 가자지구 내에 낙하해, 추락한 부품을 팔레스타인인이 옮기는 모습을 트위터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무장세력 측은 이러한 단서로부터 이스라엘의 경계 시스템을 분석하고, 이번 습격에 대비해서 만전의 작전을 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2007년에 본격화한 가자지구의 봉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위기감이 약해졌다. 가자지구의 무장세력에 의한 공격이, 그동안 산발적인 로케트탄 공격에 국한되고, 지상공격도 터널 잠입에 따른 한정적인 규모에 머물러 온 것이 방심을 불러왔다. 물류와 사람의 이동을 장기간에 걸쳐 통제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 능력을 빼앗은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한 자만심이 틈을 만들어, 이번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 가 나지 않는 군사침공


  사상 최대 규모의 희생자와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인질, ‘완벽’했을 터인 점령체제의 와해라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스라엘 측은 한시라도 빨리 사태를 타개하고 체제를 재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군과 정권은 그 위신을 걸고 무장 세력의 제압과 인질을 구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0월 7일의 습격 후, 네타냐후 수상은 이른 단계에서 '이것은 전쟁이다' 라고 선언했지만, 이것은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나라에서의 미증유의 사태를 가리킴과 동시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 상황이라는 강한 위기감도 나타내는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사회생을 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은 지금까지로 보아 생각한 ‘성과’를 올리고 있지 못하다.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군은 우선 가자지구 전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중폭격을 실행했다. 공격의 규모는 지금까지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지상군이 가자지구 내에 주둔하기 시작하는 10월 28일까지의 시점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는 이미 7300명을 넘었다. 이때까지도 공격이 반복되었던 가자지구에서 최대 규모의 희생자가 나온 것은 2014년의 ‘경계방위’ 작전 때였는데, 그때조차 50일간의 전투에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 수는 2,231명이었다. 이에 비하면 반 이하의 기간에 지상전도 하지 않은 채 세 배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이 된다.

  공중폭격과 병행하여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군이 전개한 것은 한정적인 규모로의 군사작전이었다. 전차부대도 투입하고, 인질의 거처에 관한 정보를 찾으면서, 무장 세력의 공격 거점을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0월 13일경부터 시작되어 여러 번 실시되었지만, 모두 다 부대는 가자지구 안에 주둔하지 않고 그날 중에 이스라엘 영내로 철수했다. 상황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채 장시간 주둔하여 터널망을 둘러친 무장 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을 피하기 위한 신중한 군사전개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10월 28일 이후 이스라엘군은 부대를 가자지구 내에 주둔시켜 제압지역을 넓히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 부대가 전개된 곳은 가자지구의 북부로, 북쪽 두 곳과 동쪽 한 곳, 합쳐서 세 지점으로부터 침공이 개시됐다.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인구밀집지역을 피해 열린 지점에서 서서히 군사행동을 확대하면서 점령지역은 며칠 사이에 확대되었다. 공격이 전개된 것은 워디 가자라고 불리는 계곡의 북부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가자지구 북부의 주민에 대해서는 남부로 피난하라고 미리 여러 번 경고했다. 13일의 최초 경고 시점에서는 24시간 이내의 대피를, 유엔을 통해 촉구했으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난을 받고 기한을 연장했다. 또, 실제로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루트가 되었지만 구체적인 대피경로를 제시하고 이동을 재촉했다.

  이러한 군사전개는 필시 이스라엘군의 계획대로 신중하게 추진된 것이리라. 최초의 하마스 등의 무장 세력에 의한 습격으로 이미 많은 희생자를 낸 이스라엘로서는, 자군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은 작전 전개상 충분히 유의할 필요가 있는 지점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군사작전 개시 이후의 이스라엘군 사망자 수는 아직껏 극히 억제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면, 얻은 군사적 성과는 부족해서 이스라엘의 국내 여론의 불만은 높아지고만 있다. 하마스를 정치적·군사적으로 파멸시키겠다고 선언했지만, 가자지구로부터의 로켓탄 공격은 멈추지 않고, 목표로 삼았던 야히야 신와르나 무하마드 데이프 등 하마스지휘부의 중요인물 살해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전투부문의 간부들의 살해는 때때로 보도되지만, 그것이 전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1월 4일에는 대(對)터널 특수부대 ‘야하롬’ 투입을 발표했으나 그 후로도 터널망을 발견하여 대규모 전투에 이르렀다는 정보는 없고, 무엇보다 터널 돌입작전으로 긴박한 과제인 인질 구출을 한 사람도 해내지 못했다.

  신중하게 작전을 추진한 결과, 자군의 피해는 적은 한편, 전과도 오르지 않고, 헛되이 전투가 장기화하여 1개월이 경과했다는 것이, 이스라엘군 측에서 본 지금까지의 경위라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완전 봉쇄하에 놓인 가자지구의 주민은 생활에 필요한 최저한의 물과 식량, 전기, 의약품마저 부족한 상황에 놓였다. 연료부족으로 수많은 병원이 기능을 멈췄고, 피난이 어려운 환자와 의료관계자가 남겨졌다. 가자지구에서는 남부와 병원을 포함한 전 지역이 이스라엘군에 의한 공중폭격과 지상군의 포탄을 맞고 있어서, 안전한 피난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네타냐후의 초조함


  10월 7일에 일어난 공격은 이른바 이스라엘에게는 ‘911’이었다. 첩보부문의 실수로 일어난 너무나도 큰 희생. 안전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이스라엘 시민의 생활이 갑자기 테러에 의해서 위협받아 큰 동요를 낳았다. 그것을 진압할 수 있을까 없을까가 정권의 존속을 좌우하게 되었다.

  네타니야후 총리는 ‘911’ 당시 조시·W ·부시 대통령처럼 결연한 행동을 취하여 국민에게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는 빗나간 것이었다고 해도. 미군은 알카이다를 무찌르지 못하고 빈라딘은 그 후 한동안 잡히지 않았지만 정권 여당이었던 탈레반의 수도 카부르를 함락시킬 수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해하기 쉬운 구호를을 내세우는 것으로 민심은 하나가 되고 사기는 고양되었다. 대응에 성공한 부시대통령은 90% 이상이라는 경이로운 지지율을 획득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성과의 차이를 만든 것은 전제 조건의 차이였다. 첫째는 인질의 존재이다. 그들의 존재는 이제까지의 가자지구 공격과 비교해서 대규모 군사침공의 개시를 늦추고 신중한 작전전개를 강요하게 되었다. 일방적으로 과도한 탄약을 가자지구에 쏟아붓는 것은 전쟁터에 있어서 민간인을 포함한 인질들을 끌어들이는 위험을 수반한다. 그래서 이스라엘군은 상대지역을 전체적으로 제압해 성과로 제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설령 가자지구 전체를 제압한다고 해도 한 명의 인질도 돌아오지 못하면 이스라엘 정부에 있어서 군이 침공한 의미는 반감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하마스측은 인질이 수중에 있는 한 교섭 카드를 계속 갖고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하마스에게 있어서 처음부터 인질 탈취를 목적으로 가자지구의 거점으로 그들을 데려간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카브르 함락과 같은 이해하기 쉬운 달성목표가 반대로 하마스 전에는 없다는 점이다. 2004년에 연속해서 최고지도부가 살해된 이후 하마스는 단일 최고지도자를 조직으로 두지않고 가자지구 안과 국외에 다양한 거점을 분산시키는 체제를 취해왔다. 현재도 정치부문의 간부인 이스마일 하니예와 하레도 미슈아르는 카타르에 몸을 둔고 있다. 그래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아무리 기를 쓰고  간부급을 계속 살해해도 조직으로서의 하마스를 근절할 수는 없다. 하물며 가자지구 중심부인 가자시를 압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랜 세월 팔레스타인의 무장저항운동을 군사력으로 억눌러 온 이스라엘에게, 테러와의 전쟁은 새로운 슬로건이 아니다. 유대국가의 존속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는 이스라엘에게, 국가안전보장의 유지는 오히려 당연히 확보되어야 할 전제이다.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지도자는 지지를 잃고 퇴진을 강요받는다. 

  지금의 네타냐후 총리는 그런 의미에서 궁지에 몰려 있다. 과거의 ‘미스터 시큐리티’가 더 이상 국민에게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전시 내각의 수립은 네타냐후의 총리 수명을 연장시켰는데,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전쟁이 끝나면 네타냐후 총리는 정권의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군사 작전에 의해서 어떻게든 눈부신 성과를 내고 지지를 되찾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네타냐후 총리를 11월 15일 알시파병원으로 진입하게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초기 단계에서 지하에 하마스 거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CG영상까지 국제적으로 공개했던 병원에 대한 공격은, 이스라엘군에 있어서 더 이상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 되었다. 이번 전쟁에서는 국제 여론의 반향이 매우 커서, 상대방 공격의 비인도성을 미디어에 어필하는 것이 또 하나의 승부처가 되고 있다. 병원 내에 하마스가 잠복하여 있었음을 가라키는 어떤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여론은 이스라엘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진입해 보았지만, 그곳에 하마스의 핵심적인 군사 거점 있었다는 증거를 이스라엘군이 충분히 보여 주었는지는 의심스럽다. 같은 시기에 병원에 전력 공급이 끊겨 많은 신생아들이 병원 내에서 사망하면서, 오히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효과적인 군사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이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서 운신을 어렵게 해왔다. 애당초 ‘테러리스트와의 교섭’은 국제적인 관행으로서 인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36만명이나 되는 예비역을 소집하고도 군사적으로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 채 공격의 손길을 늦추고 ‘테러리스트’가 제시한 교섭에 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압도적 우위에 서 있던 이스라엘의 체면에 관계된다. 중동 최강의 군대로 꼽혀온 이스라엘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것이 전쟁의 장기화를 초래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상태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길게 끌면 길게 끌수록 양측 민간인의 목숨은 위태로워진다. 겨우 도달한 전쟁의 일시 정지는 향후, 보다 장기적인 정전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대규모 전쟁이 재개되어 많은 인명이 손실될 것인가. 향후의 전개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단에 맡겨져 있다.

 

니시키다 아이코 

게이오기주쿠 대학 법학부 교수. 이민/난민 연구, 현대 중동 정치(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문. 저서로는 ⟪디아스포라의 팔레스타인—‘고향’과 민족정체성⟫(유신도 타카분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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