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4강 후기

2024-04-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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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분해의 미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도슨트를 듣고 나온 기분이다. 미학과 철학에 조예 깊은 참님이라는 작가님의 해설로. 그리고 부제는 ‘분해의 철학’.

 

 

강의는 부패하는 햄버거의 사진으로 시작 되었다. 인공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접근으로 부패의 순간을 광고가 역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무신사 냄새’. 이번 강의에서 “감각의 위계화”에 대해 유난히 꽂히며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살려 본다. ‘평균이라는 문화적 악취’를 풍기기 싫어하는 MZ세대 이야기를 도우리 작가의 영수증으로 살펴보았다. 자본에 의해 조장되고 구성되는 감각들이 우위를 점하는 세계에서 우리의 감각은 점점 더 비약해진다. 자본은 부패의 시각적 측면을 드러내 햄버거를 팔고, 부패의 후각적 메시지를 도용해 문화적 탈취를 조장한다. 오늘날 예술과 광고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새로운 상징의 생산은 자본주의의 핵심 목표가 되었다고 한다. 분학적 철학의 저자는 네그리와 하트의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부패의 더 미적이고 더 역동적인 가능성을 찾으라고 한다.

파울 클레의 숲의 야생열매, 깃털 달린 식물을 살펴보고, 카프카 변신의 삽화가 인상에 남는다.

 

 

 

카프카는 생산자가 되지 못하면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의 비애를 풍자한 걸까? 분해에 저항하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묵인, 그리고 분해와 부패에 고개를 돌리는 도덕적 긴장감이 우리를 더 불안하고 병들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분해의 관점으로 보는 카프카의 [변신]은 늙음, 죽음, 쓸모없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상도! 구상도의 생생한 묘사로부터 오는 부패의 감각이야말로 더 미적이고 역동적인 작용인 것 같다. 실제로 보는 구상도는 매우 인상 깊었다. 사체의 부패 양상을 보는 거부감보다는 뭔가 역동적이고 매혹적이었다. 붕괴는 쌓인 것이 무너져 내린 것이라는데.. 분해에 깃든 미학적 잠재성이 꿈틀대다가.. 터지거나 무너져 내리는 상상을 해본다.

 

분해의 철학의 후지하라는 넝마주의의 유쾌함을 부끄러움을 버림으로써 느낄 수 있는 기묘한 즐거움과 쓰레기 세계를 접속함으로 얻는 다양성과 즉흥성이라고 한다. <줍고 모으고 재생한다>는 유쾌한 창조성에 접속한 듯 한 장 뒤뷔페의 작품들에 따라가 본다.

그리고 작가 이불의 작품<장엄함 광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패해 가는 생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감각의 특권과, 특히 시각의 특권화에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우리의 감각마저도 얼마나 지독하게 위계적인지, 문화와 자본에 의해 철저하게 내면화된 위계화된 문화와 인식에 대해 엄청 공감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메인이라고 할 수 있었던 키키 스미스의 작품들. 꼴랩과 유사한 ‘콜랩’에서 시작한 활동. 90년대 이후 여성의 신체와 장기, 체액을 비위계적인 관점으로 해체하는 작품을 등장시키고, 2000년대부터는 동물, 자연, 우주로 주제를 확장했다.

<병속의 손>. 하강하는 신체의 형태 죽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작품 활동에도 부패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우리 삶을 이어가는 <분해 미학의 실천>을 참님은 이야기했다. 균형을 찾기 위해, 성찰을 끌어내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서는 몸을 써야한다는 향모를 땋으며의 저자 로빈 윌 키머러의 당부로 시작된다. 파지사유는 서로에게 연결된 생각을 손으로 옮기고 몸으로 풀어내는 곳이다. 월든에서는 자투리 천으로 친구들의 감각을 짓고, 자누리 손작업장에서는 생분해 비누를 만들어 자연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꼴랩에서는 글이 아닌 다른 방식의 드러냄을 실험하고 용기내 가게는 자원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목소리를 낸다.

"기과함이 주는 후련함, 꼼꼼한 시간의 축적이 주는 정성스러움, 재능이 얽히고 설킨 구조물, 함께 나눌 수 있어 덩달아 흐믓하고 뿌듯함까지.. 감동이다." 꼴랩의 전시 꼴림을 경험하고 남긴 댓글이 작품들을 보는 내내 느꼈던 감정과 비슷해서 또 한번 놀랍다.

 

 

분해와 재생의 과정에서는 언제나 다채로운 부산물의 세계가 펼쳐진다. 분해의 미적 쾌감이란 바로 부산물에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을 얻기 위해 기다림과 내맡김은 필수다.

 곤충의 변태 과정에는 한 차례의 죽음이 끼어든다는데. 내 삶 속에도 나의 위계화된 인식과 문화가 무너져 내려 붕괴되는 '죽음'의 과정을 거쳐야 나에게도 어떠한 부산물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장례식과 같은 내 삶의 과정속 어떠한 부산물들과의 만남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주 흥미로운 '투어'였다.

 

 

댓글 5
  • 2024-04-02 11:11

    참샘의 강의 덕에 미술과 <분해의 철학>을 엮어서 볼수있음에 정말 놀랬어요! 저도 디자인이랑 앞으로의 재순환, 분해 등의 키워드를 엮어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또 마침 영화인문학에서 카프카에 대한 책을 읽는데 변신에 대한 챕터를 읽으며 <분해의 철학>과 연결 되어 생각해볼수있는 기회를 얻어서 기뻤습니다!
    분해 자체를 다양한 관점으로 연결해볼수있다는 가능성이 생겨서 그런지
    나는, 그리고 문탁네트워크는 어느방향으로 분해되고 순환되는가?
    그런와중에 빼놓지 않는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라는 건 형태인가 의미인가 등 다양한 생각을 해볼수있었습니다~!
    강사분들 너무 고생하셨구 풍족한 강의 감사합니다 🙂

  • 2024-04-02 15:00

    마지막 강의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후기를 읽으니 더욱 아쉬워지네요~ 멋진 강의를 놓쳤다는 ㅜㅜ.
    하지만 분해세미나는 이제 시작이니까 차차 알게 되겠죠.
    유님의 후기와 새은의 댓글을 읽으니 '분해의 미적 쾌감', '부산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2024-04-03 08:18

    보기드문, 낯설고 귀한 강의였습니다.
    분해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예술의 세계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독특한 방식의 표현들이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고
    참님의 해석도 재밌었습니다.
    정성 가득한 유님의 꼼꼼한 후기 너무 반갑고 감사해요.

  • 2024-04-04 21:34

    미술관에서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고 생각할때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빠져들었던 시간이었어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도슨트 같았어요~

  • 2024-04-05 03:16

    관점이 있는 미학 강의,
    미학 초보자임에도 귀에 쏙쏙
    그런데 후기도 눈에 쏙쏙이네요^^

    '분해'로 동서양의 작품이 이렇게나 연결되다니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주신 performer 참쌤ㅎ
    부럽고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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