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기후위기가 뭔가요? #2

곰곰
2024-03-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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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나는 파프리카를 아주 좋아한다. 딸은 나를 '김파푸리카'씨라 부른다. 철마다 좋아하는 야채와 과일이 있지만, 파프리카와는 늦게 만나 더 애틋하다. 용기내가게에서 파프리카를 사먹으면서 그 사랑이 싹텄고, 일일 일파프리카 하는 것이 내 일상의 작은 행복이었다.

  

(가끔은 큰 맘 먹고 두 개를 먹는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데 파프리카 가격이 너무 올랐다. 용기내가게에서 많이 사 먹지만 (그걸로도 부족하면) 어쩌다 파프리카 농장에서 시켜먹기도 했는데, 최근엔 한 달이 멀다하고 가격을 올린다는 연락이 온다. 겨울철 수확량이 감소하여.... 햇빛부족으로 수확량이 감소하여.... 아마 용기내가게에서도 기존 가격으로는 팔기 어려워 요즘 뜸한 것 같다. 이게 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ㅠㅠ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 이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온실가스’가 증가하여 지표면의 온도가 오르는 현상이다. 얼핏 이 이야기만 들으면 온실가스를 없애버려야 하는 거 아니야? 온실가스는 독이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온실가스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현재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사실 온실가스가 있기 때문에, 지구가 온도를 이 정도로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온실가스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적정한 양의 온실가스가 있어야 한다. 

지구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 산소, 아르곤은 이렇게 적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지 않다. 온실가스라 부르는 기체들은 공기 중에 0.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구의 온실효과는 (대기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인) 금성 같은 곳(기온은 459도씨)에 비하면 크지 않다. 하지만 그 아주 적은 성분의 변화도 사람의 삶을 괴롭히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주요 온실가스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1) 이산화탄소(화석연료) - 대체로 무엇인가 태울 때 나오는 물질. 공기 중에 0.04퍼센트(400ppm) 정도. 그렇게 옅은 농도의 이산화탄소가 살짝 더 많아지느냐 적어지느냐에 따라 기후가 바뀌고 수많은 생명체가 영향을 받는다. 이산화탄소는 전체 온실가스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말할 때 “탄소”라는 단어는 보통 모든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2) 메탄(소) - 대체로 무엇인가 썩을 때 나오는 물질. 도시가스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엇인가 썩고 있는 곳에서는 거기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잘 모으면 도시가스처럼 연료로 사용 가능하다. 소, 말, 염소, 양, 사슴처럼 되새김질 하는 동물은 체내에서 먹이를 소화할 때 메탄을 만들어내고 이를 트름과 방귀로 내뿜는다. 소 한마리가 이 과정에서만 매년 메탄 100kg를 뿜어내며 지구에 있는 소는 약 14억 마리로 추정된다. 소가 메탄가스를 뿜으면 얼마나 뿜을까 싶지만, 메탄가스는 적은 양으로도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한 온실효과를 만든다. 

3) 아산화질소(비료) - 뜻밖의 문제아로, 웃음가스라 불리는 물질. 아산화질소가 발생하는 주원인은 농사 지을 때 뿌리는 비료다.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려고 질소 비료를 뿌리는데, 비료를 많이 뿌려 변질되거나 세균 따위와 화학반응 일으키다 보면 거기에서 아산화질소가 조금씩 나올 수 있다.

 4) 플루오린(불소) - 주로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냉방, 냉각장치에 냉매로 쓰인다. 유명한 것은 프레온 가스로,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지금은 프레온가스 대신 플루오린 계열 물질을 사용한다. 그런 물질은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지만 그래도 온실효과는 일으킨다. 배출양은 이산화탄소에 비하면 아주 적지만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정도는 훨씬 심각한 물질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온실가스가 왜 늘어 났을까? 왜 다들 탄소 얘길 하는 걸까? 이것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우리 인간의 활동으로 온실가스가 늘어났다는 데 동의한다. 물론 처음에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지구라는 시스템은 너무나 거대한데? 앞서 이 온도를 1도 올리기 위해서는 폭파시켜야 하는 원자폭탄의 개수를 이야기했듯이 아무리 인간이 활동을 한들 어떻게 지구의 온도를 우리가 1도씩이나? 이런 의심을 했었다.

 

 

예를 들어 2007년 영국 BBC에서 이런 다큐멘터리가 나온 적도 있다. “지구 온난화는 사기다!” 이게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고 BBC하면 공신력 있는 방송사인데 혹시 저 얘기가 사실이 아닐까? 여기서 주장했던 것은, 이산화탄소, 즉 온실가스가 늘어나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서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것이다. 즉, 그 선후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인간 때문이 아니라 태양의 활동에 변화가 생겨서 그렇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닌 것이, 지구는 아주 추웠던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시기가 있었다. 지난 한 몇 백만 년 동안 지구의 온도가 변함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변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에는 산업혁명도 없었고 인간 자체가 없었다. 그때 도대체 누가 이산화탄소의 양을 바꿨을까? 그것에 대한 과학자들의 답은 ‘그 당시에는 온도가 바뀌어서 이산화탄소의 양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BBC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BBC 방송의 내용 대로라면 태양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있다.(그외 다른 허구설/음모론에 대해서도) 일단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50년 간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의 양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BBC의 주장은 틀린 것이다. 그런데 태양이 아니라면 또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인간만 이산화탄소를 만드나? 다른 동물들도 있지 않을까? 지구에는 사실 인간보다 다른 동물이 훨씬 많다. 그러면 동물이 혹시 이산화탄소를 갑자기 많이 만들어내서 지금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그래서 온도가 올라가는 게 아닐까? 이에 대해서도 역시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동식물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는 충분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왔다. 그러니까 이것도 아니다. 

 

사실 이 기후학자들이 계속해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말을 할 때 모두가 반겼던 것은 아니다. 많은 의심들이 있었고, 많은 다큐멘터리도 있었다. 그러다 기후변화는 워낙 중요한 문제이고 이 문제를 기상학자들이 그냥 연구하는 것으로는 안 되겠다 해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전 세계에서 과학자들이 모여서 IPCC 라는 단체를 만들고, 거기서 조직적으로 수많은 과학자가 지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도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요인을 다 검토하기 시작했다. 진짜 온도가 오르고 있는지부터 모든 데이터를 모아서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IPCC는 1988년에 설립됐다. 지금 30년 가량 지났다.

 

 

처음부터 이 기후학자들이 그래,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 우리는 위기야 이렇게 했던 것이 아니다. 사실 1990년 1차 보고서 때만 해도 기후 변화가 있는 건 분명한데 인간 때문인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였다. 그런데 2차 보고서가 되면 인간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라고 얘기를 하게 된다. 다음 3차 보고서, 2001년이 되면 ‘인간의 것이 확실한 것 같다. 왠지 66% 이상의 확률로 인간 때문이다.’ 그 이후에 4차, 5차, 6차를 거치면서 인간일 확률이 90%, 95%, 이제는 인간이다라는 말을 거의 99% 이상의 확률이기 때문에 ‘인간임에 틀림없다.’가 된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IPCC는 2007년 엘 고어와 함께 노벨 평화상도 수상했다. 이처럼 이들도 끊임없이 의심했고, 의심했던 것마다 확인을 해보니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증거가 쌓여서 이제는 인간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지구 역사상 규모 없는 전례 없는 규모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 모두 확신하게 됐다. 따라서 이것이 사실일 확률이 아주 높다면 우리가 할 일은 이걸 막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가장 빠른 지구 온도의 변화는 4000년간 1도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더군다나 지구는 하나밖에 없다. 도박할 일이 따로 있지, 이 지구를 가지고 도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댓글 7
  • 2024-03-19 08:48

    앨 고어가 미국 부통령이라는 지위보다 <불편한 진실>라는 책/담론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을 때,
    그러니까 '지구 온난화'라는 개념이 엘 고어와 붙어 다닐 때,
    (고) 박성관이 어느날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누나... (그는 나를 선생님이 아니라 '누나'라고 부른 유일한 수유너머 후배였었습니다) 엘 고어, 그거 사기에요.
    엘고어의 지구온난화 담론은, 철저히 서구 중심적이고 백인 중심적인 담론이에요.
    가이아의 관점에서 봐야 해요. 블라블라..."

    오잉? 뭐시라? 리얼리?
    곰곰님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쟁점이 많겠죠? 차근차근 곰곰님 글을 읽으면서 배우고 질문해볼게요.
    아참, 전 티모시 모튼 책을 주문했습니다. 아무래도 읽어야 할 것 같아어요. ㅋㅋ

    • 2024-03-19 23:11

      그럼요. 질문 환영입니다~ 저도 그렇게 공부해 갈려구요. ^^
      그런데, 저는 티모시 살라메만 아는데... 티모시 모튼 책은 무엇일까요? ㅋ

  • 2024-03-19 22:52

    친절하고 똑똑한 곰곰샘 이라고 다시한번 말하렵니다.
    파프리카 값이 너무 올라서 저도 못먹고 있습니다. 어디 파프리카 뿐인가요.
    오래전부터 녹평에서 경고했던 일들이 착착 벌어지고 있습니다.

  • 2024-03-19 23:30

    곰곰쌤 글 재밌어요~~~^^
    애들 어려서 같이 보던 와이시리즈 보는 느낌.
    곰곰의 ‘Why 기후위기‘ ㅎㅎ
    잘 따라 읽어가면서 궁금증 해결할게요~

  • 2024-03-20 21:11

    곰곰의 안내에 따라 기후이야기를 들으니 아니 읽으니 귀 아니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
    요렇게 일 년동안 쓰면 작은 기후위기안내서 만들 수 있을듯
    아주 좋아요 ~~

  • 2024-03-20 21:45

    곰곰님의 기후 위기 연재,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군요. 고맙습니다!!

  • 2024-03-22 06:31

    따뜻한 겨울 때문에 과일나무에 꽃이 일찍 피었는데 갑작기 또 추워져서 꽃이 떨어질까봐 걱정이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꽃 떨어지지 말라고 과수원에 온풍기를 돌리고 있더군요.
    기상청 당국도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해 부지런히 그런 조치를 취할 것을 독려하는 듯 했고..
    과수원입장도, 과일사먹는 소비자 입장도 있지만 참 씁쓸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