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일지]'수'작하고 있어요!

자작나무
2024-04-0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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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누리에서 중시하는 가치 중 하나는 '수'작이다. '손'으로 하기다. 물론 손으로 한다고 해서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 뭐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소창 보자기에 한 땀 한 땀 수 놓인 자수를 보면, 섬섬옥수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비누 만들기에 한정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손으로 하는 일 중에 요리가 그렇겠지만, 손은 참 많은 일을 한다. 재료들을 씻고 썰고 웤질을 해가면서 하나의 완성된 요리를 만들어낸다. 그럴 때 손의 감각, 손의 힘, 손의 맛이 안 들어가는 것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누 만들기도 그렇다. 

 

 

 

*코코넛 비누 자르는 모습. 일주일 동안 숙성시킨 비누는 틀에서 꺼내어 자른다. 자른 비누를 몇 달 간 건조시킨다. 

 

무거운 기름통을 들어야 하고 덜덜 떨면서 계량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끔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힘껏 저어주어야 한다. 손끝에 힘을 주고 바른 마음으로 깍두기 썰듯 비누를 썰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다 마른 비누에 각에 맞추어 허리띠를 두르듯 띠지를 둘러주어야 한다. 이렇게 비누를 생산하고 있는 과정 동안 신경은 손끝에 집중된다. 저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고, 기름 온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기름 온도에 따라서 가성소다와 혼합하여 저을 때 얼마다 빨리 굳어지는가가 결정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될 비누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생산 일을 할 때는 마음이 쓰인다. 

 

 

*비누를 만들 때에는 레시피대로 기름을 계량하고 가성소다를 계량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일이 쉽지 않다. 기름이 가끔 콸콸 흐르는 일도 있고 해서^^...그래서 신문지를 깔고 어쩌고 야단을 피우면서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으로는 화장품을 계량하는 아름다운 '손'을 집중한 사진을 올린다. 

 

하지만 다른 한편 비누 만들기에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비누는 레시피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레시피대로 가성소다와 정제수, 기름들을 계량해서 섞어주고 가만히 그것들이 서로 혼합되고 화학반응(?) 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농사로 보자면, 자연농법처럼 씨를 뿌려두면 그것으로 땡이다. 그래서 어떤 것은 화산이 터지듯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두부 마냥 네모나다. 또 어떤 것은 똑같은 분량대로 똑같은 순서와 기분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색깔도 다르고 울퉁불퉁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그건 내 마음이 그러고자 한 것이 아니라, 비누 구성물들 자기들끼리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기다리면, 농사처럼, 단단한 물론 가끔은 물렁한 비누가 우리 눈앞에 등장한다. 만드는 자와 자연의 따로 또 같이 합작하여 만든 작품, 그렇게 또 하나의 비누가 만들어진다.  

 

 

*지난 주, 자누리 생산 시간에 있었던 여러 작업을 행하는 손들을 찍은 사진. 그중에서도 용기 재활용에도 우리의 정성과 손길이 간다는 것, 우리의 아름다운 손을 보호하는 짝짝이 고무장갑이 열일하는 사진을 뜬금없지만 올려둔다. 

 

 

댓글 1
  • 2024-04-02 11:14

    비누장인 자작나무님의 눈에 비친 자누리 작업에 감동이~~
    그리고 자누리에서 열일하는 도구와 용기 친구들에도 감사하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