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호 녹평 세미나 후기_녹색평론에서 얻는 감각에 대해
195호 녹평 세미나에서 다룬 주제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눈다면, 이재명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관련/ 현대의 외로움과 불안의 문제/ AI시대의 인간의 존엄 으로 나뉠 수 있다.
1)메가프로젝트 관련
<기후정의와 3대 메가프로젝트_한재각>에서 보면 3대 메가 프로젝트 자체가 수많은 요소가 연결된 복잡한 프로젝트다. “전지구적 AI거품, 천문학적 공적 자금의 융통, 환경·노동 규제, 부지, 전력과 용수 공급, 이를 위한 송전선, 댐과 도관 등의 인프라건설, 이를 둘러싼 주민들의 저항, 기업의 투자전략, 숙련된 노동자 확보와 노조와의 교섭, 미국의 무역정책, 전 세계 AI산업의 부침, 심지어 기후위기에 따른 가뭄과 홍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소가 얽키고 설킨 문제를 이 정부가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현실이 답답하다. 지금의 빅테크 기업들이 에너지나 물, 노동력 등의 국가자원을 활용해서 이윤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빅테크가 금융 권력과 분리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증권시장 급변동, 어떻게 봐야 할까_김병권>
이 글에서는 증권시장 급변동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미덕이 있었다. 증권 시장이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불평등을 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주주자본주의’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자산운용사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각종 연기금 등 거대 기금들을 빨아들이고 상장지수펀드를 무기를 증권시장을 지배하며 ‘보편적 소유자’로서 행세해 온 거대 자산운용사들은 특정 기업에 대한 시장가치 극대화보다는 전체 운용자산 수수료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주주자본주의와 구분된다” 고 한다. 이렇게 정리된 내용을 읽으니 펀드에 투자하라던 친구 말의 의미가 좀 이해가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 운영사들이 결국은 재무적 이익의 관점에서 움직일 뿐,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적 연대에 동참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이렇게 증권이나 현대 금융이 갖는 투기성 때문에 실물 경제가 파탄이 나고 지구생태계까지 파괴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붕괴하는 세계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_크레이그 콜린스>
이 글에서 처음 접한 개념은 ‘자가분해 자본주의’였다.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위기는 확대되고 있지만 정치는 무력한 모습이다. 다만 위기를 화폐화하는 일에 있어서는 유능하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재해들이 새로운 투자기회로 부상하고, 사회적 고립도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성장시키면서 좋은 돈벌이가 되었다.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자 자본주의는 재난, 갈등, 혼란, 결핍, 붕괴로부터 이익을 뽑아낼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런 현상을 정치경제학에 적용하면, 자본주의가 풍요를 구가하던 시절에 건설되었던 사회적 제도적 생태적 토대와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데서 이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동안 화석자본주의, 식인자본주의 뭐 이런 개념들을 들어왔는데 이제는 생물학적 용어로 “생물체가 외부 자원이 부족해질 때 생존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신의 세포조직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분해대사”라는 의미를 담은 개념이 등장했다. 저자는 이런 개념에 의지하여 “정치가 와해되면, 통치는 약탈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고 했다. AI 역시 쇠퇴를 가속화 시키는 도구로 작동한다. “지능을 가진 기계의 도입은 부를 더욱 소수에게 집중시키고, 급속도로 노동을 대체하게 된다.” 이 거대한 붕괴의 과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현대의 외로움과 불안의 문제
<우리의 대학과 민주주의를 파과하는 것_조너선 하이트>
강연원고(2019년강연)인데, 당시 대학 캠퍼스에 번지고 있는 ‘나쁜’ 생각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명 Z세대에 퍼져있는 생각들, 즉 1990년대부터 아이들을 키우면서 심어준 생각들을 소개한다. 1)“나를 죽이지 않은 것은 나를 약하게 한다” 2)“언제나 당신의 감정을 믿어라” 3)“우리 삶은 선한 자들과 악한 자들 사이의 대결이다” 강연자는 이런 세가지 생각들이 Z세대의 사회적 규범이 되어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면서 우리가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능력, 우리가 서로를 믿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글에서 ‘미세공격’이라는 개념을 접했는데, 무슨 말이든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염려해 극도로 접촉을 꺼리고, 자신의 감정이 상했다고 판단되면 신고부터 하는 문화에 대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강연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능력, 비판적 사고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에서는 ‘나쁜생각’에 기반한 규범들이 더 강화되었다. 7년 전 강연 때에 비해.
3) AI 시대의 인간 존엄
이와 관련 글이 세 개 실려있는데, 두 개의 글에서 현 교황 레오 13세가 발표한 <고귀한 인류>에 대해 논하고 있다. 교황의 사회회칙으로 나온 이 글에서는 AI시대의 희망은 우리를 구원해 줄 더 강력한 기계를 기다리지 말고, 무엇을 기술에게 맡길 것인지, 무엇을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겨둘 것인지 판단하고, 기술을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 아래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카톨릭교의 교황까지 나서서 AI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할지 염려하고 있다. 세 글을 모두 읽은 후 세미나에서는 AI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에 대해 정리하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①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계,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기계인가?_존재론적 질문 ②AI기술과 관련된 빅테크 기업들이 이윤을 전유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_정치경제학적 질문 ③<<특이점이 온다>> 계열로 AI가 가져올 변화를 개발자의 입장에서 보는 관점 / 내년에 AI와 관련한 공부를 한다면 이 관점들을 포괄하는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문학 공동체의 공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이런 질문에 읽기에 집중하는 공부로 나아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녹평 세미나를 하고 나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더 풍부하게 알게되어 ‘유식해지는’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더욱 암울해지는 세상의 변화에 한낱 점도 못 되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더 ‘냉소적’으로 세상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녹평세미나를 하면서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감각을 벼리는 중이다. 친구들이 더 많이 녹평 세미나를 하면서 함께 그 균형 감각을 벼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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