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자본주의] 시즌2_<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1부 후기

곰곰
2026-10-17 14:47
17

제이슨 W. 무어의 책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1부를 읽었다. 책 제목에서나 표지에서나 외관은 나름 따뜻했는데, 서론부터 많이 걸렸다. 무어님이 그리 의도하셨을리 없지만, 이번에 처음 만난 저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개념들은 많이 압축되어 있는 느낌이라 꽤 어렵게 다가왔다. 요약 발제하면서도 정리가 잘 안 되서 답답했는데, 그래도 세미나를 하면서 쬐금 나아진 것 같… 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ㅎㅎㅎ

 

무어는 오늘날 생태학과 환경학 같은 녹색 사상이 ‘자연-속-인류’를 강조하고 자연-사회를 분리시키는 데카르트적 이원론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성취를 인정하지만, 개념적 어휘과 분석틀은 여전히 이항적 실재 구조에 뿌리박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자연 더하기 사회’ 산술이 지금의 복합적 위기들을 다루기에 부적절해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참샘이 메모했듯, “우리가 문제를 초래하는 데 사용한 그 사고방식으로는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아인슈타인)으니까. 그래서 무어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신조어를 고안하고 기존 어휘를 새롭게 조합하거나 하이픈으로 연결한다. 워스터의 말처럼 “낱말은 텅 빈 풍선과 같”아 비록 지금은 혼동스럽지만, 계속 읽어가면서 우리의 “연상으로 가득채우”그 그것이 가득 차게 되면 “마침내 우리의 지각과 기대를 형성하기 시작”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우리가 세미나를 하면서도 여전히 명쾌하지 않아 킵! 해둔 문제들도 그렇게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부의 전체적인 흐름은,

자연을 보는 관점을 바꾸자(1장),

가치는 어떻게 자연과 연결되는가(2장),

인간과 자연을 단일한 신진대사로 보자(3장) 로 이어져 있다. 

 

1장. 대상에서 오이케이오스로 ― 자연을 ‘배경’이 아니라 관계로 보기

 

무어가 말하는 ‘오이케이오스’는 오이케이오스 토포스(장소)의 줄임말로, 이 용어를 고안한 테오프라스토스는 “식물종과 환경의 관계”를 나타내고자 사용했다. 무어가 생태계를 바라보는 접근법도 ‘오이케이오스’, 다시 말해 인간 자연(종)과 비인간 자연(환경) 사이에 맺어지는 창조적이고 역사적이며 변증법적인 관계를 중심에 두고 역사적 분석을 해나갈 것이라 한다. 요컨대 오이케이오스는 식물들, 동물들, 그리고 행성의 다양한 지질학적 생물학적 배치와 순환,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이케이오스-로서의-자연은 인간활동이 전개되는 매트릭스이자 역사적 행위주체성이 작동하는 장이 된다. 예를 들어 농업은 단순히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인간이 논을 만들고 작물을 재배하면서 자연을 변화시키지만, 동시에 토양·물·기후·작물의 특성 등이 인간의 농업방식을 결정한다. 즉, 인간이 자연을 만들고, 자연도 인간을 만든다고 보는 것이 오이케이오스적 사고다. 

 

무어가 생각하기에 기존의 생태학, 환경학은 이원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부적 자연’을 상정하고 인간이 나머지 자연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관념을 아직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문화, 사회, 경제와 나란히 놓이게 될 추가 요소로 자연을 두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변증법적으로 통일하는 종합이 필요한데, 무어는 ‘세계생태론’을 그 이론적 틀로서 제안한다. 오이케이오스를 ‘통해서’ 인간 자연과 비인간 자연을 다발로 묶는 것을 강조한다. 새봄샘이 메모하셨듯, 오이케이오스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스며든 관계의 전체로, 늘 바탕에 접혀 있다. 인간의 관계와 활동은 그 전체가 펼쳐진 모습이다. 그러니 아무리 사회적으로 보이는 관계에도 자연이 접혀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역시 자연 바깥에 있는 경제체제가 아니라 인간 자연과 비인간 자연 다발이 함께 만들어내는 세계생태로 이해해야 한다. 

 

2장. 생명의 그물 속 가치 ― 자본주의의 ‘가치’는 자연과 분리될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 ‘가치’란 무엇인가? 마르크스의 전통에서 가치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다. 그래서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력 착취가 중요하다. 그리고 자본은 이를 위해 저비용 식량, 노동력, 에너지, 원료와 같은 저렴한 자연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산출해낸다. 예컨대 빵 하나만 생각해 봐도, 밀을 생산하려면 농민의 노동, 토양의 힘, 햇빛, 물, 미생물, 기후, 벌과 곤충, 화석에너지, 운송시스템 등이 모두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은 인간만 하는 것이 아니지만, 자본주의는 이것들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가치화하지 않는다. 인간의 노동 중 일부는 임금을 지불하면서 상품생산 내부로 끌어들였으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가사노동은 물론 토양의 비옥함, 강물, 햇빛, 생태계의 재생능력 등 상당 부분은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것으로 전제한다. 무어가 강조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자본은 인간 노동만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체계 바깥에 있는 인간과 나머지 자연의 무상 일/에너지를 ‘전유’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가치 법칙은 저렴한 자연의 법칙이다. 또한 1) 추상적인 사회적 노동으로서 자본의 끝없는 축적이고, 2) 유기적 전체에 결합된 착취관계과 전유관계의 끝없는 확대라 말할 수 있다. 

 

무어는 ‘장기 16세기(1450-1640년)’ 동안의 전례없는 역사적 전환을 사례로 설명한다. ‘근대성의 가치 법칙’은 부와 권력의 척도를 토지생산성에서 노동생산성으로 바꾸었고, 그리하여 미자본화된 자연의 부를 전유하는 자본주의적 테크닉스가 전개될 수 있었다. 기계시계가 처음 발명되어 사용되면서 이전의 ‘흐름’의 시간 개념은 분절된, 균등/균질적인, 선형적인 시간으로 바뀌었고, 공간 개념은 지도제작술과 조선술의 발달로 중립적이고 절대적인 공간, 경계를 그을 수 있는 평평한 공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은 외부적인 것으로 표상함으로써 인간과 나머지 자연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데카르트로 상징되는) 새로운 지적 체계가 창출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프런티어는 저렴한 자연을 창출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초기 자본주의는 저렴한 자연을 찾아내고 코드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이례적으로 뛰어났다. 상품 프런티어 전략은 상품 생산과 거래를 확대시켜서가 아니라, 상품화 지역보다 전유 지역을 더 빨리 확대했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가치’와 ‘자연’이 연결되고, 여기서 중요한 관계가 나온다. 무어에게 자본주의의 가치는 단순히 인간 노동 -> 상품 -> 가치의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노동 + 비인간 자연의 노동/에너지 -> 상품생산 -> 자본축적 이라는 관계다. 그래서 무어는 가치를 ‘생명의 그물’ 속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의 그물 속 자본화와 전유의 관계에 있어서 자본주의는 근본적인 비평형에 전제를 두고 있다. 저렴한 자연을 전유하는 전략이 없었다면 가치 법칙은 역사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이러한 프런티어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해법은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무상 일을 가치관계로 편입하는 일이 어렵다. 무상 일과 유상 일의 배치가 안정화되고 주기적으로 재구성되는 방식을 지금의 척도와 서사틀로 내부화하는 일은 복잡하다. 윤경샘이 강조한 것처럼 “실재는 서로 스며들어 있고 난잡하며 복잡하”기 때문이다.

 

3장. 단일한 신진대사를 향하여―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기

 

3장은 1장과 2장의 논의를 종합한다. 무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자연 이라는 대립쌍 구분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거대한 신진대사 과정 속에 있다고 본다. 무어는 ‘신진대사’ 관념을 ‘사이의’ 흐름 이상을 보는 것, 그것을 ‘통해서' 흐름을 보는 것으로 사용한다. 

 

‘신진대사’라는 말은 원래 생물학에서 사용한다. 생물이 먹고 에너지를 얻고 물질을 변환하고 배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사회도 자연과 끊임없이 물질과 에너지를 교환한다. 자연에서 온 석유, 석탄, 식량, 물, 광물, 목재가 도시로 유입되고, 이를 사용하는 도시에서는 폐기물, 이산화탄소, 오염물질 등이 나온다. 따라서 인간사회와 자연은 서로 분리된 두 개의 시스템이 아니라 하나의 물질·에너지 순환 과정을 구성하며 그것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이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자본주의는 자연과 인간의 이러한 신진대사를 자본축적을 중심으로 재조직한다. 즉, 자연은 자본축적에 필요한 에너지와 원료를 제공하고 인간은 노동력을 제공하며 자본은 이것들을 상품생산과 축적의 과정으로 결합한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단순히 경제체제가 아니다. 자본 + 권력 + 인간 노동 + 비인간 자연 + 재생산이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세계생태라는 것이다. 무어가 말하는 세계생태는 바로 이런 관계를 의미한다. 그는 자본주의를 ‘자연과 사회가 결합된 것’ 정도가 아니라 자본·권력·생산/재생산이 생명의 그물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역사적 관계로 본다. 

 

자본주의의 한계, 성장의 한계에 대해 말할 때 외부적 자연에 의해 부과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현실은 더 까다롭고 더 복잡하며 게다가 더 희망적이다. 로마 멸망이나 봉건 권력 붕괴 같은 역사적 경험들이 가져온 희망들을 상기한다면 우리가 정말 자본주의 붕괴를 두려워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어는 이제 ‘근대성'은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자본주의의 신진대사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영양원을 끊임없이 고갈시키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제 프런티어는 폐쇄되어야, 그리하여 자본주의의 무임승차는 없어야 한다. 

 

세미나에서는 프레이저의 개념과 무어의 개념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한참 얘길 나눴는데 잘 정리할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오이케이오스-로서의-댓글을 바래본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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