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SF 세미나 10월 후기 <클라라와 태양>

아렘
2026-10-16 20:23
2

많은 샘들이 결석을 했지만, 분위기는 따뜻했습니다. 제가 발제인 줄 모르고 있다가 중간에 알았습니다. 그래서 전반부의 후기는 좀 허술합니다.

 

도대체 태양은 어떤 의미인가? 자의적인 구분(모든 구분은 어느 정도 자의적입니다.)에 의해 산두미샘, 저, 모로샘이 묶였습니다. 희구의 대상이나 기적마저 일으키는 태양(신)으로 격하당해 독해에서 별다른 위치를 차지하지 않던 태양(순전히 아렘의 해석입니다)이 모로샘에게는 정당한 평가를 받은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태양은 무려 제목에도 등장하는 단어니까요. 제 비아냥을 넘어서는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태양을 진심으로 믿는 클라라보다 더 진심으로 태양을 옹호해주셨던 기억입니다. 뒤늦게 참여한 산두미샘이 태양이 등장해 드라마틱한 극의 변화를 야기할 순간에마저 별일없이 넘어가서 김만 샜다고, 이 책 참 재미없다고 태양을 희롱했지만… 샘들의 태양 얘기는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가며 태양을 플라톤의 이데아와 연결시켜 주시기도 했습니다. (호면, 소영)아주 거칠고 오만하게 덧붙이자면 , 우리가 과연 미국과 영국의 대중소설가에게서 철학을 길어낼 수 있을까? 그러기엔 철학이 너무 한가하고 미국과 영국 소설가들은 너무 바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지만 돌멩이 맞을 소리라 입밖에 내지는 않았습니다.

 

로봇의 시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야적장 장면은 제게 인간적인 참으로 인간적인 장면으로 여겨졌습니다.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클라라가 자기 생을 반추하는 장면으로 보였으니까요. 이런 공감 능력 제로 수준의 해석보다는 청량리 샘의 해석이 더 인간적이고 따뜻했습니다. ‘인간 나빠’, ‘가서 클라라를 좀 안아주고 싶어’ 평소에 봐오던 청량리샘다운 해석이었습니다. 여러분, 청량리샘 엉뚱하지만, 참 따뜻합니다. 야적장 장면은 어찌보면 불필요해 보이기도 하고, 의미를 부여하자면 소설의 강제 종료 역할을 하기도 해서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폐기의 장소, 반추의 장소, 죽음의 장소 그래서 조금은 슬픈 장소 이쯤 되려나요? 은영샘은 버려진, 착취당한 존재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예를 들어 노예, 하층민, 식민지 피지배자 뭐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 로봇이어야 했는가라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해서 아무도 답을 못하게 만드셨습니다. 작가에게 너 이글 왜 썼어? 이런 질문이었던 기억입니다. 아무튼 로봇이 인기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작가가 이 글을 발표할 당시에는 AI도 로봇도 지금과 같은 무게를 지니지는 않았습니다. 찾아보니 작가의 출간연도는 2021년이고 우리의 챗선생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22년 11월이었네요

 

인간은 과연 특별한 존재인가? 소영, 노을, 모로, 참샘의 글이 여기에 묶였습니다. 가만 살펴보면 소영샘와 노을샘은 연결짓기의 달인같습니다. 항상 눈앞의 텍스트를 넘어 읽었던 다른 글, 다른 작가, 다른 소스들을 불러들여 그 연결성에 대해 말씀을 자주 해 주십니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개인성과 윤리 자체가 관계성(저는 불현듯 카렌 바라드가 생각이 낫지만 역시나 기억이 짧아 입밖에 내지는 않았습니다)에서 찾아진다고 할 때 우리는 클라라야말로 이 관계 포착의 달인이 아니겠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영혼의 소유자란 말씀같았습니다. 작가이 전작과 인터뷰 내용까지 나왔지만 이 관계 짓기와 포착의 달인이란 말이 제게는 오래 남았습니다. 노을샘은 책에서 가장 교훈적으로 읽힐 만한(물론 제 생각입니다) 구절을 뽑아주셨습니다. ‘조시의 특별함은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다’ 어찌보면 관계라는 말과 이어질 수도 있는 말입니다만, 노을샘은 이를 ‘돌봄’이란 범위로까지 확장을 하셨습니다. 돌봄이 소설 속에서 기형적으로 왜곡되는 장면으로 읽은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왔습니다. 이 관점에서 딸을 돌보려는 엄마의 마음은 딸을 복제하려는 데 까지 확장됩니다. 인간을 믿는 존재로 파악하는 기린샘의 글도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인간의 역할을 하는 것은 클라라입니다. 그는 믿고 실행하고, 실패하지만 믿음을 놓지 않고 또 실행하고 또 실행합니다. 그 저변에는 인간적인 매우 인간적인 믿음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관계는 희망일 수 있을까? 마지막 기린샘 말씀은 자연스럽게 이 주제와 이어집니다. 참샘은 북미토착민의 언어에서 관계성을 가져와 확장적 관계성을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내용을 다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거칠게 아렘은 없고 청량리-아렘이나 참-아렘이 있을 뿐이라고 해석한 게 맞다면, 소설 속에서 규범을 깨고 항상 확장적 관계를 맺는 것은 클라라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번외로 호면샘이 비관론을 피력하셨던 기억입니다. 인간보다 뛰어난 AI가 출현했을 때(이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우리 인간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에 대체로 회의적이란 생각을 밝혀 주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멸종한 들 그게 무슨 대수냐고 제가 답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산책샘의 번외 이야기. 관찰에만 오직 관찰에만 의존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윤리스러운 길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걷는 클라라를 보니 <에티카> 가 생각난다고 하셨습니다. 한편으로는 한정된 몇가지 관찰에만 의존해 태양에 대한 절대적 신념을 세우고 기계마저 테러하는 클라라를 볼 때 제한된 데이터에 근거한 신념이 얼마나 위험한가? 인공지능을 염두에 둔다면 이거 정말 섬뜩한 것 아닌가? 이런 정반대의 해석도 해 주셨습니다. 스피노자 선생은 이 모든 것을 알았나 봅니다. 에키타는 이렇게 끝납니다. ‘고귀한 모든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

 

이제 두 권 남았습니다. 다음 달에는 <바닷 속의 산>이라는 두툼한 책을 읽고 만납니다.

댓글 0
이미지 선택
이미지 선택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10
N 2026 SF 세미나 10월 후기 <클라라와 태양>
아렘 | 20:23 | 조회 2
아렘 20:23 2
309
2026년 필름이다 10월 정기상영 안내 <마카담 스토리>
청량리 | 2026.10.10 | 조회 142
청량리 2026.10.10 142
308
2026 SF 세미나 9월 후기_<모킹버드> (3)
노을 | 2026.10.01 | 조회 152
노을 2026.10.01 152
307
2026 SF 세미나 10월 <클라라와 태양> 공지 (14)
청량리 | 2026.09.24 | 조회 292
청량리 2026.09.24 292
306
2026 SF 세미나 9월 <모킹버드> 공지와 메모 (11)
기린 | 2026.08.27 | 조회 357
기린 2026.08.27 357
305
SF세미나 8월의 책, <아이, 로봇> 후기 (2)
piano1021 | 2026.08.23 | 조회 175
piano1021 2026.08.23 175
304
2026년 필름이다 8월 상영작 <노나> 후기 (2)
청량리 | 2026.08.23 | 조회 178
청량리 2026.08.23 178
303
2026년 필름이다 8월 정기상영 안내 <노나>
청량리 | 2026.08.14 | 조회 225
청량리 2026.08.14 225
302
2026 SF 세미나 8월 <아이, 로봇> 공지와 메모 (11)
문탁 | 2026.08.13 | 조회 392
문탁 2026.08.13 392
301
2026년 필름이다 7월 상영작 <자마> 후기 (3)
청량리 | 2026.07.24 | 조회 205
청량리 2026.07.24 205
300
2026년 필름이다 7월 정기상영 안내 <자마>
청량리 | 2026.07.10 | 조회 228
청량리 2026.07.10 228
299
2026년 필름이다 6월 상영작 <웬디와 루시> 후기 (1)
청량리 | 2026.06.30 | 조회 192
청량리 2026.06.30 19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