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카> 열일곱번째 후기

진공묘유
2026-10-11 19:30
47

에티카 3부의 마지막 '정리 58~59' 는 능동적 정서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다양한 정서들에 대한 정의들도 흥미진진하다.  

 

정리 58

수동들인 기쁨과 욕망 이외에도, 우리가 능동적인 한에서 우리와 관련되는 다른 기쁨 및 욕망의 정서들이 존재한다.

 

정리 59 

능동적인 한에서의 정신과 관련되는 모든 정서들 중에서 기쁨이나 욕망과 관련되지 않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1차 정서인 욕망, 기쁨, 슬픔중에서 슬픔은 정신의 사유 역량의 감소나 억제를 가져오지만 능동의 경우에는 어떠한 슬픔의 정서도 존재할 수 없으며 오직 기쁨과 욕망의 정서들만이 존재한다.  

정신과 관련을 맺고 있는 정서들에서 따라 나오는 모든 능동을 스피노자는 [강인함]과 관련시키며, 강인함은 다시 [굳건함]과 [관대함]으로 나뉜다. 

 

[굳건함]은 각자가 오직 이성의 인도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욕망.  

 

[관대함]은 각자가 오직 이성의 인도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돕고 그들과 우정으로 연결되려고 노력하는 욕망이다. 

 

 

개인적으로 스피노자의 에티카가 매력적으로 다가와 올해 꼭 다시 읽어보고 이해해야 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 3부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서들의 정의들 중의 하나인 [희망]에 관한 부분이다. 

 

 

12. 희망은 우리가 그 귀결에 대해 어느 정도 불확실하게 여기는 미래나 과거의 것에 대한 관념으로부터 생겨나는 불안정한 기쁨이다. 

 

13. 공포는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불확실하게 여기는 미래나 과거의 것에 대한 관념으로부터 생겨나는 불안정한 슬픔이다. 

 

해명 

이러한 정의들로부터 공포 없는 희망 없고 희망 없는 공포 없다는 점이 따라 나온다. 왜냐하면 희망에 매달려 있고 일의 결과에 대해 불확실하게 여기는 사람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실존을 배제하는 어떤 것을 상상한다고 상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이런 한에서 슬픔을 느끼게 되며, 결과적으로 그가 희망에 매달려 있는 동안 그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반대로 공포를 느끼는 사람, 곧 그가 미워하는 것의 결과에 대해 불확실하게 여기는 사람 역시 이 일의 실존을 배제하는 어떤 것을 상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는 기쁨을 느끼게 되며, 결과적으로 그는 이런 한에서 그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희망에서 갑자기 슬픔이 튀어나왔다. 

스피노자를 읽은 이후 나는 '나' 라는 사람을 놓고 희망이라는 정서를 대입해가며 사고실험중?이다. 이러저러한 생각을 했을때 그 깊은 바닥에 슬픔이 있는건 아닌지 말이다. 

 

과거의 나는 언제나 희망이라는 단어와 태도를 무한긍정, 럭키비키와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두고 미래를 상상하며 애써 현재의 상황과 공포심을 무시하며 불안정한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었다는걸 에티카를 읽으며 알게되었다. 

 

내 삶은 희망을 원동력으로 살아가는가? 미래가 희망적이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럼 희망이 없다면 나의 미래가 의미도, 가치도 없는게 되어버리는건가? 미래를 계획하는 일들은 언제나 상상속 희망회로를 돌리게 했다. 

 

(좋은 꿈을 꾸었다며 로또를 사고 10억을 타면 그걸로 뭘 할지 리스트를 적어보는 따위의 것들 말이다. ㅎㅎ)

에티카가 아니었다면 아마 딱 '정신줄 놓은 언니' 꼴이 아니었을까 싶은 순간이 부끄러울 정도로 나에게는 참으로 많다. 에티카는 어렵지만 내가 품은 생각과 감정들을 스캔하고 검증하고 정신줄을 잡게 해준다.   

 

혼돈의 시기에 만난 3부 정리 1의 문장은 나에게 삶에 대한 또다른 태도를 조언해주었다. 

 

3부 정리 1 

"우리의 정신은 어떤 것은 <능동적으로> 행하지만 어떤 것은 <수동적으로> 겪는다. 곧 적합한 관념들을 갖고 있는 한에서는 필연적으로 어떤 것을 행하지만, 부적합한 관념들을 갖고 있는 한에서는 필연적으로 어떤 것을 겪는다." 

 

 

삶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가 살아 있는한 피할수없다. 그럴때마다 스테이지를 하나씩 클리어하고 레벨업 하게 도와주었던건 사건을 '겪지' 않고 '해결하려는, 행하려는' 나의 태도 였다. 

 

다같이 당하는 난리는 난리가 아니라는것. 그러니 혼자 겪는다 억울해하지말고 당장 해결하려는 자세. 삶의 사건과 마주했을때 돌파할 수 있게 나를 도와주었던 정서는 막연한 희망들이 아니었다. 당장 해야할 일들에 집중하고, 쓸대없는 기대를 배제하고 당장! 내가 하는것!  

 

그때 필요한건 용기다. 강인함과 굳건함이다. 그 끝에는 기쁨이 남는다. 더 작은 완전성에서 더 커다란 완전성으로의 이행이다!! 

 

4부 인간의 예속에 대하여 또는 정서의 힘에 대하여는 서문 부분 까지 읽었다. 

 

첫문장 딱 한줄만 써보자. 

 

"나는 정서들을 제어하고 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능력을 예속이라고 부른다." 

 

이 문장이 좀 찔리고 불편한건 나만 그런게 아니지요? ㅎㅎㅎ 

 

4부는 to be continued~ 

 

 

 

 

댓글 1
  • 2026-10-12 20:33

    묘유샘에게 어려운 에티카를 몇 번이나 읽게 한 원동력이 '희망'이었군요. 3부 감정들을 다 자세하게 같이 읽지 못했는데, 인용해줘서 고마워요.
    정서에 대해 이렇게까지 세세한 설명을 한 스피노자님이 정말 존경스럽네요.

    이제 우리가 얼마나 '예속적 존재'들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네요. 그 예속을 벗어나는 것이 최종 목표일까요? (목적을 정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ㅎㅎ 그럼 그런 작용을 하는 과정? 더 큰 완전성으로 가는 것? 아 말이 쉽게 안 나오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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