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과 9월의 공식당 후기

띠우
2026-10-0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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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과 9월의 공식당 후기

 

아이 둘이 집에서 나가서 살면서 우리집의 밥상이 단촐해졌다. 단품 요리가 많아졌고, 음식을 하는 양도 반이 아니라 4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 평생 계속될 것 같은 일들이 어느 틈엔가 조금씩 달라져간다. 우리집과 마찬가지로 파지사유의 밥상도 예전에 비하면 조금은 가벼워졌다. 요즘 파지사유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적게는 대여섯 명에서 많게는 열다섯 명 정도다.

 

8월과 9월, 두 달간 주방지기를 맡아보며 몸으로 겪은 지점들이 분명하다. 첫 달은 혼자서, 두 번째 달은 참님과 둘이서 해보며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9월은 8월에 비하면 한결 수월했는데, 참님이 전체적인 진행을 맡아주시고 나는 조금만 도우면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혼자 주방지기를 하는 것과 둘이서 하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비교해 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두 사람은 함께하는 게 좋다는 걸 느꼈다.

 

살짝 털어놓자면 참님과 나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면도 꽤 많다. 하지만 이제는 둘 사이에서 적당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이야기를 나눠온 덕분이겠지. 이런 나를 늘 따뜻하게 마주해 준 참님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앞으로도 잘해봅시다~~^^

 

 

 

밥당번을 제안할 때도 이런 조율이 이루어진다. 상대방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그 다음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직은 좀... 하는 마음이 느껴지면 말을 좀 더 다듬게 된다. 말의 뜻이 바뀌기보다는 표현의 변화인데, 그게 어떠냐에 따라서 작은 파장이 서로를 휘젓기도 한다는 걸 배운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것들 때문에 다음에 만나면 우리의 관계의 온도가 조금은 달라져있다(고 나는 착각하며 산다). 인생은 호의와 오해로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를 일~

 

이와 함께 주방지기가 미리 장을 봐두는 것과, 밥당번들이 각자 장을 봐올 때의 차이도 드러난다. 미리 장을 봐두면 공식당이 지향하는 방향을 재료로 표현할 수 있어 소박함을 살릴 수 있고, 반대로 밥당번들이 한 달에 한 번 공동체 사람들에게 맛난 밥을 대접하기 위해 손수 꾸려오는 장바구니는 식탁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8월의 주방은 새은, 르꾸, 참, 뚜버기, 지금, 느티나무, 코난, 새봄, 띠우,기린, 윤경, 자누리, 자작나무, 스프링, 봉옥, 곰곰, 아낮달까지. 그리고 9월 한 달간은 기린, 지금, 띠우, 아낮달, 노을, 느티나무, 봉옥, 곰곰, 플로우, 담쟁이, 잎사귀, 달팽이, 새봄, 코난, 뚜버기, 참, 자누리, 바람~, 르꾸, 노라까지 여러 친구들이 밥당번을 하며 식탁을 꾸려주었다. 거기에 반찬을 가져다 주신 보리, 클라라, 토토로의 선물도 한몫했다. 두달에 걸쳐 밥상 사진을 다 찍지는 못했지만, 일부의 사진을 공유해본다.

 

 

 

 

 

 

사진에 고스란히 담긴 것처럼, 바삭하게 부쳐낸 전과 구이 요리들,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김밥, 구수하게 끓여낸 찌개와 진한 국물의 해신탕, 그리고 인기높은 잡채와 떡볶이에 현지식당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본요리, 싱그러운 무화과 샐러드와 과일까지 눈과 코, 입까지 이어지는 밥상이었다. 누군가는 이른 발걸음으로 재료를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구슬땀을 흘리며 불앞을 지켰을 그 마음을 알기에 한 끼 한 끼가 참 소중했다.

 

 

이러한 방식의 조율을 서서히 해나가는 셈이다. 밥을 차리는 일이 점차 의례적인 일상이 되어가면서 밥상의 균형도 자연스럽게 잡혀간다. 생각해보면 맨날 소박한 밥상만 먹으면 지루하고, 그렇다고 늘 풍성한 밥상만 차리면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소박함과 풍성함, 그 절묘한 조화를 찾아가는 것처럼 공식당 역시 그런 균형 감각을 품은 공간으로 단단해져 가고 있다. 무엇보다 모두가 밥을 먹는 친구들에게 좋은 밥상을 차리려 한다는 것은 다르지 않으니까. 그건 선물의 노래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두 달 동안 선물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희한한 것이 다른 분들이 차려준 음식은 왜 다 그렇게 맛있는지ㅋ...

 

나는 개인적으로는 공동체 밥상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오가길 바란다. 밥이라는 가장 구체적인 일상을 매개로 서로의 삶을 섞어가는 일이 주는 재미와 따뜻함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한 음식보다 다른 분들이 해주신 음식들이 참으로 맛나다. 앞으로 계속해서 공식당과 관련된 이야기들에 대해 파지사유에 오시는 분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물론 그 외의 이야기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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