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텃밭일지

느티나무
2026-04-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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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얼었던 텃밭이 녹아 질척질척 하더니

어느새 예쁜 연두빛 이파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왕초보였던 작년엔 모종을 언제 심어야 하는지에만 안달을 냈었다.

하지만 그게 먼저가 아니라는 걸 배웠으니 올해는 좀 달라졌다.

시들고 엉켜있는 잔해들을 거둬야 한다.

작년 텃밭을 온통 점령해버렸던 이상한 품종의 메리골드의 잔해부터 치웠다.

마치 SF영화 속 괴기스러운 식물처럼 엉켜 질기게 붙어있는 이들을 떼어내서 정리를 하고나니 비로소 텃밭의 모습이 드러나고 길이 보였다.

 

감사하게도 틈에서도 겨우내 시금치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살아있었다.

 

올해는 텃밭을 내가 주도해서 일궈보기로 선언을 했다.

그래서 먼저 모종을 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씨앗을 뿌려보기로 했다.

딱딱해진 땅에 거름을 덮어두고 고르게 섞어서 밭을 정리하고

모아둔 씨앗들을 뿌렸다.

여러 종의 상추와 한겨울님이 보내주신 귀한 꽃씨들도...

아직은 기온 차가 커서 비닐을 덮어 주었다.

일주일만에 여기저기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두 번째는 감자다.

작년 쌀쌀한 날씨에 감자를 심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미리 친구들에게 싹이 난 감자를 모아달라고 했다.

모로와 곰곰과 고마리네에서 싹이 난 감자를 주었고

구황작물에 욕심을 좀 내서 강원도 씨감자 4키로를 주문했다.

감자가 크기가 작아서 쪼개지 않고 통째로 심었다.

감자는 이른 시기에 먼저 심는다는 걸 기억한 걸 보니

왕초보에서 ‘왕’은 떼도 되지않을까... ㅋㅋㅋ

 

거름을 뿌린 텃밭 주위로 풀들이 올라왔다.

망초와 냉이, 씀바귀와 민들레, 그리고 달래까지

야무지게 캐서 공식당 월요일 점심밥상에 올렸다.

땅에서 보내주는 생생한 봄기운을 몸에 한가득 장착한 기분이다.

 

텃밭을 일구면 땅이 보내주는 선물의 귀하고 감사함을 무엇보다 실감하게 된다.

그러니 좋은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것이 땅의 선물에 보답하는 길이므로...

댓글 6
  • 2026-04-07 10:28

    계절은 거짓말을 못하네요.
    어김없이 봄은 오고
    우리는 늙어 갑니다...

    아이구 허리야

  • 2026-04-07 20:45

    이제 ‘왕’은 진짜 빼야할듯요~ 제가 보기엔 걍 베테랑이시니...이참에 그냥 ‘초보’까지 다~ 빼는 걸로 한번 재고해보시는 것이... ㅋ

  • 2026-04-08 08:44

    망초 -냉이-민들레 -씀바귀 -달래-
    이 이름들이 이렇게나 이쁘네요~
    달리 느껴져요^^

  • 2026-04-08 20:56

    기다리던 텃밭일지가 올라왔군요~
    하늘님과 땅님을 비롯하여 텃밭지기님,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ㅎㅎ

  • 2026-04-10 11:45

    무리하지 말고 살살 하세요.
    텃밭도 좋지만, 건강한 느티샘 이 더 소중해요!

    몇 년간 묵묵히 텃밭을 돌보는 느티샘에게서 이제 제법 농부의 아우라가 느껴져요.

  • 2026-04-12 00:10

    공부에 차 달이기에, 농사까지...
    만두 파는 회회아비님~ ㅋㅋ 든든합니다.
    그치만... 건강 잘 챙기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