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 특강> 마르크스가 만난 프롤레타리아 후기

기린
2026-02-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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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본』 세미나를 했지, 10년 전에.

 

2월 5일 수요일 오후 2시, 파지사유에서 고병권샘의 특강이 있었다. 작년 한 해 파지사유에서 <오늘의 자본주의> 세미나로 『고병권의 자본 강의』 12권을 세미나 한 후 선생님의 모셔서 특강을 듣는 시간이었다. 고병권선생님은 10년 전에 문탁에서 자본 강의를 했던 강의안이 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사실 10년 전에 나도 그 강의를 들었다. 1년 기획세미나였고 빨간색 벽돌책으로 4권이나 되었던 『자본』을 강의도 듣고 세미나도 했던 것이었다. 앞부분은 어찌어찌 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차츰 희미해지다가....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싶게 깨끗한 책이다. 그리고 몇 해 전 공동체에서 책장 정리를 겸하는 복장터가 열렸을 때 그 두꺼운 책들을 내놓았었다. 진열대에서 눈에 띄게 빨간색 책을 발견한 한 친구가 나에게 공부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 책을 내놓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엥? 공부하는 사람은 『자본』은 필독에다 지참서인가? 라고 묻고 싶었지만... 나는 어물쩡거렸다. 장터가 파할 때까지 책을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고, 그 친구의 반문도 신경이 쓰여서 슬쩍 거두어서 집으로 가져와 책장 구석진 곳에 잘 모셔두었다.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그 책, 고병권 선생님이 문탁과의 인연을 설명하는 순간 그때가 스쳐지나갔다.

 

 

2. 마르크스의 마음에 드리운 사람들

 

강의는 그동안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마르크스의 마음에 영향을 준 사람들을 다룬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대에 그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겨서 기어이 『자본』을 쓰게 만든 이들과 마주친 사건들을 다루었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이 가치를 증식하는 상품이 된다. 이를 알아채는 자본가의 미소, 그 뒤를 주춤주춤 따라가는 노동자의 안색이 마르크스에게 포착되었다.

 

라인주 숲 속에서 땔감을 줍던 빈민들이 나무절도죄로 감옥에 갔다는 소식을 접한 마르크스는 신문에 기고하기를, 사유재산권의 행사가 빈민들의 생존을 위한 관습적인 권리를 강탈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슐리지엔 지방의 직조공들의 봉기 소식을 자신이 발간하고 있던 신문에 실었고, 이에 당시 교류했던 하이네는 <슐리지엔의 직조공>이라는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의 처지를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은 절친이었던 엥겔스의 애인이기도 했던 메리 번즈, 그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 맨체스터 자본주의 체제하의 빈민가와 노동현장을 소개했다. 엥겔스는 메리의 안내에서 영감을 얻어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를 저술하기도 했다.

 

마르크스는 이런 사람들을 접하면서 만나게 된 장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 것을 잘 해석하는 사람이었다. 마르크스는 이들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노동력이 상품화되는 사회에서 상품임으로 사물이 되는 현상, 노동자가 ‘탈인간화’되는 현상을 간파해 냈다. 이러한 사람들이 마르크스의 마음에 드리워졌고, 『자본』을 쓰게 했다. 버나드 쇼는 “마르크스는 세상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했지만, 그는 사실 가난한 사람들의 일들에서 누구보다 먼저 마음이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다고 고병권 선생님이 강조했다.

 

 

3. 질문들

 

강의 후 질문에서,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생산 공장에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인 ‘올 뉴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는 보도에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사건과 관련한 선생님의 의견을 물었다. 선생님은 이와 관련한 공부가 일천해서 구체적으로 답하게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이어 현대 산업 사회에서 기계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을 물을 것이 아니라 용법을 질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답도 있었다. 더불어 산업자본주의 시대에서 금융자본주의 시대로 이행하는 지금, 기업에 돈 되는 일자리는 줄었지만, 세상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일자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 지점에서 이제 가치이론에 대한 공부를 새롭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간의 선생님의 공부 행로에서 자본의 시기는 지나가기는 했지만, 자본을 공부하면서 익힌 방법이 이후의 공부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선생님이 계속 나아갈 공부의 방향을 함께 지켜보면서 영감을 얻을 기대감이 상승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노동력이 상품화되면서 탈인간화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이제는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병리적 현상만 넘쳐흐르고 있지 않나...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고병권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그 회의감을 넘어 다시 사람들과 눈 맞추고, 그 연결에서 떠오른 질문에 마음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댓글 2
  • 2026-02-11 14:12

    아 그날 고병권선생님 강의도 좋았는데 후기도 참 좋습니다.
    쭉 둘러앉아 “사람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을 지나고 나니 거기서 떠오른 연결들에 마음을 기울어지네요~~

    그리고 아직 가지고 계신 그 빨간 책 네 권은 박종철출판사에서 나온 맑스저작선집인 것 같사옵니다~~언제라도 다시 함께 읽어볼까요? ㅎㅎ

  • 2026-02-12 01:11

    이렇게 저자 특강을 듣게 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 못했는데...
    <자본>읽기 책을 매번 감동스럽게 읽었던 터라,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랬습니다. ㅋ
    (제 벽돌책을 가지고 가서 고병권선생님의 사인을 받았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네요 ㅜㅜ)

    마르크스가 목격한 사람들이라는 주제는 또 새로워서 재미있게 잘 들었고요.
    초롱초롱 눈빛으로 강의를 들으신 여러 샘들,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주신 샘들, 참 좋은 후기도 써주신 기린샘도 다- 멋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강의를 통해 올해 <오늘의 자본주의> 세미나 신청자가 생긴다면... 아... 정----말 좋겠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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