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ch, Such Were the Joys 5회차 후기

토토로
2025-10-06 13:01
233

1.

돌이켜 보건데 내가 다닌 중학교는 정말  끔찍했다. 공립학교였는데, 규율이 엄격했고 교사들은 흡사 군대의 교관들 같았다. 특히 중년의 남자 교사들이 심했다. 그들은 손에 교사용 막대를 들고 다녔는데 그것은 언제든 몽둥이로 돌변할 수 있었다. 규율은 어찌나 깐깐하던지 머리는 귀밑 2cm, 머리에 꽂을 수 있는 핀은 검은 색 실핀, 한쪽 어깨로만 매는 우체부 스타일 가방만 허용되었다. 한겨울 추위에도 살색 스타킹을 신어야 했고, 교복 치마는 무릎 아래로 내려와야 했다. 무슨 '간난이 양성소' 라도 되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학교에서 금하는 롤러스케이트장을 가거나,  남학생이랑 썸씽이 있거나, 보충수업을 땡땡이 치면 학교에 소문이 났다. '날라리' 라고...

 

 

요즘은 중학생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중학생이 젤 무섭하고들 하는데 , 그땐 그런 정서가 전혀 없었다. 야만의 시절이었다. 절대 다시 되돌아 가고 싶지 않다. 특히 중3 때는 내 학창 시절중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담임은 불시에 교실에 들어와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의 가방 검사를 했다. 뭐가 나오길 기대했던 걸까?  

 

한번은 반 전체에 백지를 나눠주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친구의 악행-소위 학생으로서 하면 안되는 일탈행동-을  적어 내라고 했다. 소위 고자질을 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잘못도 자백하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쪽지에서 스스로 자백하지 않은 일들이 거론되면 특별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그 일로 우리는 반 아이들끼리 서로 의심하고 경계해야 했다. 나는 담임이 행하는 부당행위에 날마다 치를 떨고, 분개하고, 증오했다. 반항적인 태도 때문인지 몰라도 담임도 대놓고 나를 싫어했다. 나중에 중학교를 졸업하면 담임에게 편지를 써야지, 당신이 얼마나 못된 교사인지, 당신이 얼마나 소녀들의 정신을 파괴했는지 낱낱이 알려줘야지..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일년을 버텼다.

 

<Such, Such, Were the Joys> 를 읽으니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중학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쯤 그 교사는 은퇴를 했을 것이고, 살아있다면 연금을 받으며 지내고 있을 것 이다.  자신이 얼마나 최악의 교사였는지 알기나 할까?

 

날마다 복수의 편지를 보낼 계획을 세우던 중학시절을 지나, 상대적으로 너무 쾌활하고 재밌는 고등시절을 보내면서 나는  복수의 계획을 잊고 말았다. 조지 오웰같은 유명인도 작가도 되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라도 영어강독 게시판에 그때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니, 이것도 그런대로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조지 오웰이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되었을 때 듣기 좋고, 이쁘고, 스승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득한 글을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 참 좋다.  "Such, Such Were the Joys 정말, 정말 좋았지" 라는 제목 속에 담긴 비아냥과 냉소 좀 보라지!  

 

 

 

2.

지난 시간에 읽은 부분에서는 유독 수치심(shame) 에 관련된 표현이 많았다. 특히 성적인 부분에서 그랬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라" 라는 교사들의 말 앞에서 아이들은 성적인 호기심을 드러낼 수 없었다. 학생들은 눈가에 black ring(다크 서클) 이라도 생기면 자위행위의 징표라도 들킨듯 부끄러워했다. 성적 일탈을 한 학생은 매질을 당하고 심하면 퇴학처분을 받았다. 어린 조지 오웰도 어지간히도 쫄아서 지냈다. 

 

좀 더 성숙해지고 나서는 그는 계급성에 대해 확실하게 눈을 뜬다. 시대적으로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사회는 사치와 향락이, 속물 근성이 판을 치고 있었다. 노력해서 부자가 된 경우보다는 타고난 부자, 조상 대대로 부자, 영 앤 리치(young and rich)가 더 훌륭한 것으로 여겨졌고, 조지 오웰 같은 중간계급 출신이 오를 수 있는 계층사다리는 정해져 있었다. 기껏해야 본투비 부자들을 보좌하는 자리, 혹은 식민지 관리나 변호사 정도. 오웰은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을 마치 <위대한 게츠비>에 나오는 환락 파티장 같은 분위기로 묘사했다. 돈에 대한 숭배는 변하지 않을  듯 보였고 반성적 태도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다고. 허영에 가득차서 천박한 사치를 자랑하는 분위기였다고 말이다. ‘돈이 최고의 선이다' 라는 태도는 세계대전 이후로 다소 소극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 마음속에서 영원했다고 오웰은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게, 돈에 환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성적 금욕과 근면 성실 강조, 방종에 대한 반감, 혹은 아카데믹한 것에 대한 리스펙을 하는 등 금욕주의적 분위기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질적인 분위기가 뒤섞인 사회는 모순(contradictions)으로 가득차 있었다. 

 

중간 계급 출신으로 일찌감치 자신의 계급적 한계를 알아차린 오웰은 다음과 같이 쓴다.

"It was clear that I could never find my way into that paradise, to which you did not really belong unless you were born into it."

최상층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 아무리 천국같은 최상층으로 진입한다 해도, 결코 그  안에서 나의 길을 my way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운 좋게 혹은 죽도록 노력해도 올라갈수 있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돈 좀 벌었다 싶을 때 쯤이면 배 나온 늙은이 정도가 되어있을 거란걸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버린 것이다.

 

조지 오웰 특유의 냉소와 비아냥, 비판적 문체는 어릴적 계급성 대한 자각, 그리고  모순된 사회에 대한 자각으로 부터 길러진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댓글 1
  • 2025-10-13 13:50

    제가 다닌 학교는 평범한 공립학교였고 그 정도의 엄격한 규율은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편애를 한다든가 촌지를 원한다든가 학생들이 못마땅해 하는 선생님은 대체로 여자 선생님이었어요. 여자 선생님 숫자가 많아서 그랬을까요? 여하튼 경험한 게 참 다르네요.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는 어떤 부모에게 태어나느냐 어떤 분위기의 학교를 다니느냐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 등등 수많은 것들의 조합이라는 것은 알겠고, 그렇다면 그것들의 조합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았을 내 고유의 질량이란 어디서 어디까지인 걸까 그런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아니면 그 어떤 조합에도 그냥 그 질량 그대로를 가지고 살아가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요.
    결국 외부의 요소들은 내 질량이 그것들을 굴절시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는데, 그런데 모든 것이 내 안으로 들어와 굴절된다면 나는 나의 질량대로 즉,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것일까요? 혹은 외부의 요소가 너무 강력하면 고유의 질량은 파괴되는 것일까요?
    후천적 환경이 어느 만큼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생각이 연결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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