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야기#16 복이 사라진다고요?
까마득한 어느 먼 옛날, 흥겨운 잔치가 열렸을 때 저는 어마어마한 복이 들어있는 새빨간 쪽지에 당첨되었드랬습니다. 그리고 그 쪽지에는 복과 함께 이런 글귀도 적혀있었습니다. '마지막 복 이야기: 복-희년 이야기를 써주세요!' 아...지질이 복도 많.....ㅜ
어쨌든 그날 복 잔치에서 들었던 가장 쇼킹한 이야기는 물론 ‘복-희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희년’이라니... 느낌적인 느낌과 짧은 상식으로 비추어 보자면 몇 년을 주기로 빚을 탕감해주는 그런 기독교적 안식의 해를 의미한다는데, 그렇다면 이제껏 모아온 우리의 소중한 '복'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
소중한 내 도토리...
그러나 고백하자면 저는 실은 조금 기뻤습니다. 현재 자랑스러운 MBC회원(마이너스복클럽)이거니와 복 활동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 복불량자였기에 말이죠. 그래도 하늘은 이런 복인지 화인지 모를 선물을 통해 저에게 ‘복 공부’의 기회를 주셨기에 저는 복 전문가 중의 한 분, 자누리샘을 만나 ‘복-희년’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에 열중하느라 사진 찍는 걸 까먹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복을 도대체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일상화되어버린 복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살릴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들이 중첩되면서 파지사유에서 복-희년이야기가 논의된 것은 3년 전부터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부터도 복은 현금인 듯 현금 아닌 듯, 마이너스 복은 빚인 듯 빚이 아닌 듯 늘 이중적인 마음이 들곤 했으니까요.
마이너스 복은 빚일까 아닐까. 이런 고민들은 저만이 아니었나 봐요. 자누리샘 왈, 이번 김장 복 활동에서도 왜 마이너스 복은 복경제의 중요한 일환인 복발행의 의미로서 인정되지 못하고 마치 청산해야 될 빚으로만 취급되느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니 말이죠. 그러나 우리가 수지의 균형을 생각한다면 또 청산해야 할 것이기도 하니, 어쨌건 복 고민은 단순할 수가 없네요.
숫 양, 뿔 나팔을 의미하는 희년禧年은 기독교 공유사상에서 비롯된 정신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땅과 부는 하느님의 것이기에 빈부가 고정되지 못하게끔 일정기간(50년 혹은 25년)마다 모든 소유를 뒤엎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부의 순환이라는 의미에서 언뜻 포틀래치가 생각났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부를 파괴하는 것과 가난한 자의 해방을 원리로 하는 희년의 정신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희년의 정신에 입각해서 대안 금융프로젝트를 실시하는 ‘희년은행’을 찾아가기도 하셨대요. 이곳은 청년 세대의 빚 문제를 ‘사회적 원인’으로서 바라보고 해결을 시도하려는 기독교 시민단체가 만든 대안은행으로서, 고금리 부채나 주거 빈곤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의 복을 ‘제로베이스’로 만든다면...우리는 어떤 마음이 들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복이 사라져도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그럴 수 있지) 내게 남은 복을 마이너스 복 친구를 위해 쓰겠다?(기뻐...하겠지?) 복 활동을 늘리고 최대한 마이너스 복을 줄여서 희년을 떳떳이 맞이하겠다?(멋지다...) 곧 사라질 마이너스 복이니 맘껏 더 써보자?( 이 참에 자누리 화장품을 화악 쟁여버려?)

자누리샘은 이런 다양한 마음의 충돌들에 그 의미와 재미가 있을 것이라 하십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그러나 모든 복이 제로로 돌아가는 이 사건이 대부분의 우리에게는 일상의 큰 불편을 주지 않거나 심지어 흥미로운 일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많이 불편하고 손실이 가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누리샘의 이러한 설명 덕분에 저도 이런 감각들을 유지한 채 복을 다시 생각하며 복-희년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희년의 근본적인 의미는 ‘자유와 해방’, 그리고 ‘기쁨과 복’이라고 합니다. 로마에서는 12월 24일부터(~2026년 1월6일까지) 이미 희년에 들어갔는데, 이 희년 맞이 행사를 위해 로마 곳곳은 엄청난 공사 중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리네요. 참고로 우리는 내년 2월 즈음 복-희년이 선포됩니다. 그리고 4월 즈음 우리들의 복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이제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복 이야기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
[엄마라는 행성 - 마지막] 이지만, 다시 시작! (10)연아 (사이) | 2024.12.30 | 조회 522
-
복이야기#16 복이 사라진다고요? (8)라겸 | 2024.12.27 | 조회 637
-
복이야기 #15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복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3)동은 | 2024.12.13 | 조회 550
-
복이야기#14 공유지를 사용하는 복거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7)새봄 | 2024.11.26 | 조회 574
-
복이야기 # 13 복회원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있나요? (4)기린 | 2024.11.18 | 조회 596
-
<문탁네트워크에서 디자인 하기란?> #10 자본의 포섭 밖의 디자인을 구상하기 (1)후유 | 2024.10.21 | 조회 552
-
복이야기 #12 냉담 복회원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4)울타리 | 2024.10.19 | 조회 602
-
복이야기 #11 복회원 회원가입 기준은 왜 생길 걸까요? (5)후유 | 2024.10.14 | 조회 685
-
<문탁네트워크에서 디자인 하기란?> #9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 (1)후유 | 2024.10.07 | 조회 527
-
복이야기 #10 마이너스 복의 화신, 그리고 '복 정신' (4)우현 | 2024.10.05 | 조회 679
-
<문탁네트워크에서 디자인 하기란?> #8 여성 저임금 대표 직종 (2)후유 | 2024.09.23 | 조회 522
-
어때는 복도 많지 (11)어때 | 2024.09.13 | 조회 1115

생태팀에서 복-희년에 대한 논의가 나왔을때 "모든것이 리셋된다구요? 왜...왜요?"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당시 저는 마이너스 복이 상당히 컸기에, 뜨끔한 마음이 들어서 되는대로 마이너스를 줄여나갔어요. 잼도 만들어 팔고, 김치도 선물하고...지금은 플러스가 됐네요. 이걸 어떻게 할지 고민입니다. 흠.....
라겸샘, (제 생각에) 가장 어려워 보였던 마지막 복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닷!
라겸샘~!!!!!!!!
어제는 복인터뷰하시더니
오늘은 복박사님이 되셨네요~
복에 대한 제 질문과 고민들이
라겸님의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더 감사합니다~~
복희년 어떻게 알려야하나 고민고민하다가 복글쓰기 게임을 벌였던 거였는데
이렇게 마지막 글을 제대로 써주시니 참 좋아요
복 글 써주신 분들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리고요
글이 올라가기까지 어르고 달래고 마음 졸인 토토로 공생자행성지기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복희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듯
모두들 2025년 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그러게요 띠엄띠엄 글이 올라가 어느 새 마무리가 돼었네요. 축하드립니다~~ 제가 복희년에 대해 처음 들었던 건 십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때는 논의로만 그쳤는데.. 이제 시행한다니... 뭔가 뭉클합니다~~ 가진자 못가진자 안 가진자 모두 해방의 기쁨을 누리는 2026이 되길~
ㅋㅋ 2025년을 건너뛰고싶은 두루미의 마음이 보이는군요 ㅋㅋㅋㅋ
희년의 희가 복희자라면서요 !
라겸샘 덕에 희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가네용 ㅎㅎ
그 옛날 라겸샘이 뽑은 쪽지는 두 개 였지요.
그 중 하나를 선물받아 첫 복글에 당첨되었었는데
샘의 손이 금손이었네요^^
복 희년의 충돌들이 어떤 모습일지...기대됩니다.
라겸샘 글을 읽으니 희년에 대한 기대가 생기네요.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