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야기 #15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복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동은
2024-12-1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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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복이야기가 올라올 때마다 차례가 언제 올지... 마음속으로 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제일 바쁠때~~~~(라고 적고 사실 안바쁜 적이 없었던) 주간에 복이야기 청탁을 받았습니다.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하네요...

 

제가 받은 질문은 바로 번거로운데도 불구하고 복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입니다.

질문을 받고서는 한참 생각해봤어요. 일단 복거래가 정말 번거로운지 생각을 봐야겠더라구요.

 

 

지난 놀먹장터때 요거트를 팔았었는데 사진이 안남아있네요 ㅋㅋ

 

복거래는...... 아무래도 번거로운 점이 많죠!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복거래는 자동화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잔고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복 현황을 바로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요.

제 모바일 계좌에 복이 찍힌다면 그 날 그 날마다 잔고를 확인해가며 복을 사용했을텐데 짤게는 몇주, 두달까지도 복 정산이 되지 않아 복을 사용하다보면 덮어놓고 복을 마음껏 사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카드나 모바일 결제같이 자동화되어 있지 않고 각각 알아서 자신의 거래 내역을 작성해야만 하죠.  알아서 복이 차감되었는지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보니 번거로울수 밖에요!

 

그 다음으로는 실물 화폐가 없다는 점입니다. 실물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화면 속 숫자들의 나열로 자신의 재산 정도를 파악하고 있는 일과 다릅니다. 직접 돈으로 만질 수 있는 화폐의 차이가 분명이 있다는 말입니다. 숫자만으로 존재하는 화폐라면 오늘날 유통되고 있는 돈과 별로 성지링 다르지 않다고 구입자와 판매자 양측의 거래를 모두가 확인할수 있다는 점이 일반 화폐와 가장 다른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파스타 만드는 법을 복이랑 바꾸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복이 번거로운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복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아무거나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복이 없는 사람들은 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여러 활동을 합니다. 도대체 복을 어디서 버느냐... 쓸 곳은 많은데 어떻게 벌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는 않아서 고생 깨나 한 사람들이 몇 있죠 ㅋㅋㅋㅋ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복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사실 정말 우리가 복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작동시킬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복은 정말 우리나라 원화보다 유연합니다.

최저시급 같은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결제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파스타, 도자기, 요거트, 반찬 이런 음식뿐만 아니고

수리공, 디자이너, 티켓팅(ㅋㅋ) 등등 다양한 기술적 부분들까지

모두 복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복이 이런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것은 어쩌면 원화보다도 약간은 가볍고 또 우리들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여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보다도 제가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다. 복은 번거롭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 말이에요!

우리들 사이가 만약 말끔하고 아무런 특징이 없는 사이라면 번거로울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우리들이 아주아주 번거롭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번거로운 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거래 하나 하나마다 우리 관계의 구체성을 살릴 수 있기에 우리가 복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뭔가 주고 받을 때마다 간간히 나오는 ‘복받을까’라는 말 ㅋㅋ

 

간만에 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복에 대한 상상력만이 아니라 진짜 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ㅎㅎ

 

댓글 3
  • 2024-12-17 08:51

    번거로움으로 연루되는 복^^
    동은샘의 구체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복이야기,
    두손 두발 들어 공감해요~ 고맙습니다~

  • 2024-12-18 21:28

    번거로움을 체험하고 싶다면 공식당회계를 정리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공식당회계는 결재수단 현금, 복, 무진장조아 세가지를 따로따로 기록 정리 합산해야만 해서 참 번거롭고도 복잡합니다
    물론 문탁 내 활동 모두의 회계가 그렇습니다만 특히나 공식당은 자잘하게 매일 들고남이 있으니 더욱 그렇지요
    그럼에도 복이 이어주는 인연의 특별함이 이 번거로움을 넘어서게 합니다
    좋은 복친구들이 있어 이 복잡한 복인연을 길게 이어가고 있어 참 행복하네요

  • 2024-12-20 15:55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니
    저는 반대로 현금보다 카드가 편해서 요즘은 카드만 주로 쓰는 것처럼 카드보다 복이 편해서 복만 쓰는 느낌이 들었어요
    카드조차 가지고 다닐 필요없이
    말 한마디 또는 장부상 표기 하나면 되니까요
    그야말로 대단한 ‘신용’이 전제되야 한다는...

    그리고 정산은 한 템포 느려서 더 매력있지 않나요?
    바로바로 확인되면 재미없잖아요 ㅋㅋㅋㅋ
    (복계정 담당자로써 소심한 변명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