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첫 시간 후기 _ 노동과 자유

관리쟈
2024-08-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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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을 발제하면서 오랜만에 <자본론>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2015년 고병권 선생과 1년 동안인가? 자본론을 공부했었는데, 문탁 대강의실을 둥글게 꽉 채워 앉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덕분에 낯설지 않게 <자본론>을 다시 들여다보았더니 친구들이 사이토 고헤이의 자본론은 쉬운데 발제는 어렵다는 푸념? 평가?를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병권 선생은 마르크스는 평범한 것에 대해 놀랄 줄 알았던 ‘특별한 눈’을 가졌다고 하는데, 공부의 묘미 또한 그런 특별한 발견에 있는 것 같다. 사이토 고헤이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발표되지 않았던 마르크스의 유작들, 메모, 에세이 등을 다시 살펴 마르크스를 재해석한다.

이 책의 1장은 <자본론>의 상품 장에 해당하는데, 그는 ‘노동’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는 상품의 거대한 집적으로 나타나고, 개별 상품은 그 부의 기본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의 고찰은 상품의 분석에서 시작한다.”는 <자본론>의 첫 문장, 이 문장의 주어가 ‘상품’이 아니라 ‘부’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가 ‘착취’에 주목하지만 이 ‘노동’과 ‘부’에 더 눈길을 돌리자고 말하는 듯하다.

 

많은 생각거리를 주지만, 특히 노동에 집중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자본론> 1편을 대략 다시 살펴보니, 내가 상품과 화폐에 눈이 멀어서 그냥 당연한 듯 지나갔던 1편 구성이 정말 ‘노동’에 관한 것이었다. 노동이 자본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이다. 

자본주의는 확실히 물질적 부가 증가하는데, 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까? ‘부’를 자본가가 생산해서 그들이 부자가 되는 걸까? 자본주의적 부는 상품형태로 나타나는데, 상품은 어떤 가치가 있지? 상품의 가치란 노동을 통해 생산하는게 아닐까? 자본가는 노동을 한다기 보다는 어떤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사는건 노동력일테니, 결국 인간의 노동능력이 상품이 된 현상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다.

 

세미나 시간에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은 노동력의 자유와 노동의 자부심이었다. 노동력을 판매할 자유, 이것이 자본주의의 절대 조건이다. 노예와 같은 신분제에 얽매이지 않아서 발전된 사회라고 갖는 자부심, 일자리를 고를 수 있다는 자기 결정권에 대한 자부심이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뭔가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아마도 마르크스가 정치경제학 비판의 책을 써야 했던 이유일 것이다. 자본가야 그렇다 쳐도 노동자, 또는 상품 사회에 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놓치기 쉬운 시선은 이런 것이다. 자유란 오직 허락된 자유가 있다는 것, 그 허락에 자본의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또한 노동력의 자유란 공동체의 해체와 함께 왔으며, 공동체의 부에서 받던 돌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자본론>에서 상품 장의 마지막을 ‘물신성’으로 채우는데, 노동 대신에 상품을 보았던 내 눈도 물신성에 갇힌 눈이었던 셈이다. 보통 물신성으로 번역되는 ‘페티시즘’을 사이토 고헤이는 물상화(物象化)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이 부분도 많이 들여다 보았다. 물신성 비판은 사물이, 상품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그런 단순한 비판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선에 대한 환기이다.  우리 시야에서 노동관계, 인간의 사회적 관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품이 인간들 앞에 나타나서 내 가치가 얼마요하고 묻는게 일상인데, 그런 물음 자체가 인간의 노동이 엮는 사회적 관계가 부재한 채, 사적 노동의 생산물로 묻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예제나 농노제에서 생산완료된 노동생산물을 두고 이런 질문을 할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건 노동의 엮인 관계를 속여서 장막을 친 게 아니라, 아예 없다는 것, 허위의식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노동관계가 없다는 사실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물상화는 바로 사물이 개별로 유일한 자립물로서 대표된다는 뜻으로 번역한 것 같다. 신자유주의에서 나타난 개별적 손익에 목숨거는 가성비 사고, 자본가적 입장을 내면화하는 책임주의 등은 이 물상화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요즘 20대 직장인들이 자기 임금만큼만 일하겠다고 해서 기성 직장인들과 마찰을 빚는 일은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

오랜만에 경제 세미나, 그것도 대인원으로 하니 즐거웠습니다^^

2부는 두 팀으로 나누어서 토론했고, 그 내용은 아래 댓글에 넣을께요.

다음 시간 분량은 3, 4장이고 발제는 뚜버기입니다.

 

댓글 5
  • 2024-08-30 10:23

    홀팀 메모와 토론

    후유 : 인간만이 명확한 목적을 갖고 의식적인 노동으로 자연과 물질대사를 하며, 동물은 본능에 따른 노동을 한다고 암시하는데, 그 예로 인간은 따뜻함을 넘어 예쁜 옷을 입는걸 드는데, 정말 동물은 의식적 노동이 아닌지, 예쁜 옷이 의식적 노동의 예로 적절하지 궁금합니다.
    -> 정말 동물도 그들 나름 예쁜 옷을 입은 건지도 모른다. 오히려 마르크스가 말하려고 한 건 인간들이 일정한 사회적-노동관계 속에서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어떻게 분배할지 이런 구상이 구체적 노동을 하기 전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의 가치는 구체적이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자신의 노동으로 다가온다. 반면 자본주의 노동은 자신이 아닌 타인-자본가의 쓸모를 따라 일어나므로 자신은 전혀 목적의식적일 수 없다,

    코난 : 남쪽 섬 어부의 이야기, 도시인들은 휴가가 목적이라면서 왜 죽도록 일하지?라는 질문이 내 이야기 같았다. 일중독자가 되어 살아왔던 지난 날들이 정말로 “자본가에게 유리한 사고방식을 내면화함으로써 자본의 논리에 편입되는 것”이었을까? 착잡하다.
    느티나무 : 딸은 직장에서 매우 성실한데, 바로 옆 동료는 그렇게 하지 말고 최소한으로 할 것만 하라고 해서 스트레스 받는다. 딸이 자본가의 영혼에 포섭된걸까? 포섭되지 않는게 가능할까?
    ->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직장일에 헌신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비정규직이 많은 고용형태의 불안정이 큰 요인이다. / 코난쌤 세대들에게는 성실한 직장인, 일에 대한 자부심 같은게 확실히 컸다. 직장에서 세대간 갈등으로 표현되는 일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크다. 어쨌든 노동과정은 자본가의 권력하에 있는 것이고, 그 시간 그 노동에서 가치는 자기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부분과 잉여가치로 구성된다. 이 두 부분을 분리해서 처신할 필요가 있다. 노동력 재생산은 오늘 일하고 내일도 일하면서 노동력을 불규형으로 만들지 않는 시간과 합리적 일의 조절 등이 있을 것이다. /그와 별도로 동료관계라는 문제도 있는데, 이는 노동과 무관하게, 오히려 각자 개별노동력으로 자본가와 관계를 맺은 사실을 탈피하는 탈자본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띠우 : 월든을 만들었던 것은 코먼에서 자유로운 노동자가 되지 않기 위해, 즉 다시 코먼을 구성하기 위해서였다. 생산수단을 가진 일꾼들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그 안에서 노동생산물을 상품으로 만들지 않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물건 가격을 정하는 일이다. 일관성도 없고, 케바케로 정하는 가격, 이래도 되는지, 이 가격이면 되는지 매번 너무 어렵다.
    - 매번 혼자 정해야해서 더 어려운 것 같다. 월든에 신경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게 문제 일 수 있다. 운영을 다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참 : 어쩔 수 없지... 시 한편. 자본주의가 공동체를 해체했으며, 그로 인해 상호의존과 돌봄이 단절되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관심이 많다. 공동체의 돌봄을 받으면 좋으면서도 걱정도 많다. 내가 돌봄을 받는 것 만큼 공동체를 돌보고 있는지...
    -> 참이 참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 특히 학교 일이 중첩되어서 어려운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고민을 거치긴 했다. 더 잘 조절하던가, 어려움을 밖으로 꺼내서 친구들이 개입할 여지를 주는게 좋다.

  • 2024-08-30 10:31

    전체 같이 본 메모로 후유와 달팽이 메모가 있었어요. 후유건 위에 있고 달팽이 메모..

    2015년에는 자본론 공부하고 사적 소유의 벽을 넘어 보겠다는 결기를 다지며 <무진장>을 만들고 지금까지 나름 잘 유지해왔다. 이번 공부는 무얼만들까?
    마침 <무진장> 을 확대하자는 내부 의견도 나오고, 그간 유지에 급급한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무진장 운영규정 중 전문을 같이 읽어보고 싶다.

    *무진장은 마르지 않는 공동창고이다. 인류 역사의 많은 시기에 공동체는 공동창고를 통해 함께 사는 지혜를 발휘했다. 우리는 무진장을 돈이 잘 흐르도록 지혜를 모으면서 간소한 삶을 배우는 공부의 장으로 삼는다. 그러한 공부는 우정을 기반으로 하며 우리에게 자본주의적 습속을 깨치는 부단한 성찰을 요구한다. 무진장에 돈이 마르지 않게 하고 잘 쓰이도록 하는 것, 그것이 회원들의 유일한 의무이다.

    무진장의 운영은 상호부조와 재분배의 원리로 시작한다. 우리는 상호부조의 원리를 서로 돕는 일뿐만 아니라 각자의 소유의식과 욕구에 질문을 던지는 일로 이해한다. 따라서 무진장은 서로의 삶을 돌아보는 일을 상호부조의 가장 중요한 작용으로 본다. 우리는 재분배의 원리를 공동창고 내에서 사적 소유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출자자의 소유권과 그에 기반한 대출의 개념을 배제한다. 무진장을 하나의 통장처럼 사용하여 회원들의 긴급한 생활자금에 운용한다. 회원들은 필요에 따라 찾아 쓸 수 있으며 마음껏 채워놓을 수 있다. 출금과 입금, 어떤 경우든 무진장의 규모와 흐름을 살펴야 한다.

    무진장은 회원들의 능력에 따라 변형을 거듭할 것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법을 배워서 품격 있는 삶을 살수록 무진장은 더 많은 용법을 갖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무진장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를 넘어서는 것을 지향한다. *

  • 2024-08-30 18:43

    <자누리방팀 토론 후기>

    - 책에 대한 감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재미있고 쉽게 자본론을 접하게 해 주는 책이라는 의견이 대세이다. 예시들도 우리의 상황과 많이 비슷해서 공감이 간다.

    - 노동가치설과 한계효용설에 대한 질문과 설명이 있었다. 노동가치설은 부의 근원을 노동으로 보고 경제를 사회적 맥락 안에서 파악했다. 하지만 한계효용설은 인간의 주관적 만족도가 상품가치의 기준이 된다고 보므로 ‘희소성’의 개념이 발생한다. 한계효용설은 현대 주류경제학이 되었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 저자의 의견 중 가사와 육아를 외주화, 상품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는데 이 부분이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맞벌이를 한다면, 돈벌이가 아니라도 부부 모두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을 원한다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누군가의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현재 결혼과 출산율이 모두 떨어지는 이유와 맞물린다. 결국 공동체가 사라진 사회에서 가정을 이루고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또 다른 상품(서비스)을 만들어낸다.

    - 사회적 ‘부’를 지켜내기 위해, 자본주의적 습성을 버리자고 만든 공동체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과로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토론을 했다. 재생산 노동과 사회적 부를 위한 노동 모두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아닌지. 생산에 대한 압박은 어디에서 오고,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포섭한 주체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서 과로사는 하지 말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왔다.

    -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동 형태를 보면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대립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노동자의 경계는 많이 흐려졌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정의도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 책이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 주긴 하지만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우리가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고 전파하는 것이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가 아닌지, 그래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지 기대가 되는 시간들이다.

  • 2024-08-30 22:19

    달팽이샘이 가져오신 무진장의 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글이 띠우샘 메모를 통해 월든에 이루어지고, 복으로도 실행 된다는 게
    이상적인게 아닌 현실적인 바람이라는 걸
    굉장히 희망적이라는 걸 한 번더 느꼈습니다!!

    부와 상품의 대립, 사용가치와 화폐가치의 대립..
    부를 자본의 증식을 목표로 하는 자산이 아니라 사회의 풍요로 보는 것과
    자본에서 부는 상품으로 나타난다 라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회의 풍요를 위해 부를 늘려야 한다는 것!!

  • 2024-09-03 11:59

    세미나원이 많아지니 우리의 공부와 글의 수준이 막 높아진것 같네요 ㅋㅋ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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