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철학서인가?

여울아
2020-04-09 12:36
327

논어는 철학서인가?

 

내가 이런 비슷한 질문을 처음 했던 것은 <장자> 때문이었다.

장자는 칸트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서양에서 단연코 중국의 철학서로 각광을 받았다는 장자.

나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세태를 풍자한 은유가 가득한 이야기책이 철학서라니.

논어도 마찬가지다.

서양에 성경이 있다면 동양엔 논어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성경을 철학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논어는?

 

풍우란은 철학이라는 서양의 말로써 중국철학사를 풀기에 앞서

(서양근대)철학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철학의 방법론은 과학적, 논리적으로 세운 이론이다.

그는 옳은 소리(견해를 견지하는 것)는 옆집 아줌마도 할 수 있지만,

상대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논증하는 것)은 전문 철학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면 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위진남북조 시대 3현(역경/도덕경/장자)이나 송대 도학, 청대 의리지학부터

중국철학사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한다.

 

서양의 관점으로 보면, 중국철학자의 철학은 형편없다.

중국철학자들은 지식추구보다는 수양론(실천론)을 중심으로 하고,

개인과 우주, 나와 타인을 분리하지 않았다.

가령 장자는 제물론에서 논변하지 않음이 옳다는 증거라고 내세운다.

침묵을 택한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정밀하게 논증을 펼치며 방법론을 연구하기 보다는

인간사가 어떻게 (저절로)드러나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내가 읽기에 여기까지는 (서양근대)철학의 관점에서 중국철학은 철학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풍우란의 반격이 시작된다.

1) 그에게 철학이란 철학자의 사상적 체계가 수미일관하게 드러나는 것이며,

2) 철학자의 개성을 드러낸 것이 그의 철학이다.

3) 따라서 철학서는 적어도 개인적인 저술(표현)이어야 한다.

그가 공자로부터 중국철학사를 시작하는 이유이다.

비록 서양적 관점에서 중국철학은 허점이 많지만,

위 세 가지 관점에서는 공자가 철학자이고, <논어>가 철학서임을 부인할 수 없겠다!!

 

풍우란의 논지를 따라가다 보니 공자와 논어를 철학사의 시작으로 보는데는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내게 논어는 철학서였나? 나는 논어를 철학서로 읽었나? 

그의 주장대로라면 읽는 사람에 따라 소설책도 철학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논어가 시가 되기도 하고 소설이 되기도 하고 잠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논어가 철학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시적인 표현들, 소설 같은 에피소드들, 그리고 서당 훈장님 같은 잔소리들.

논어를 읽고 지금 우리 삶의 방식들 사이의 간극을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나의 말로 풀 수 있을 때

논어가 내게 철학서이겠지...^^.

======================

 

논어세미나는 재잘(김재민), 이동은, 김고은, 토용, 저까지 다섯 명이 시작했습니다.

날이 좋아지면^^ 고로케와 담쟁이도 함께할 수 있기를~

 

1) 메모, 발제 없이 책을 중심으로 공부하되, 후기는 자기 질문을 가지고 작성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후기 순서는 여울아->이동은->토용->고은->재잘

 

2) 다음 주는 3장, 4장을 다음과 같이 나눴습니다.

~64p: 고은

~78p: 재잘(김재민)

~101p: 동은

~112p: 토용

~128p: 여울아

 

2) 발제와 메모가 없는 대신, 복습 숙제가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게시판에 자신이 맡은 내용을 1)용어정리 2) 핵심문장 3)주제어(문) 등을 포함하여 정리해서 올립니다~물론 복습이니까 세미나 끝난 후 다음 세미나 시작 전까지 숙제를 완료해주세요. 

댓글 3
  • 2020-04-13 20:40

    저는 오히려 풍우란이 말하는 '철학'을 보면서, 도대체 '철학'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말로 할 수 있어야만, 잘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철학의 정의가 과연 동양고전에 적합할까?라는 생각도 했구요.
    <논어>를 읽으면서 과연 '철학'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스스로에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ps. 여울아쌤이 세미나시간에 해주셨던 이야기를 후기로 한 번 더 써주시니, 이해가 더 잘 되네요!

  • 2020-04-13 21:09

    논어는 철학서라는 범주를 뛰어넘는 책 아닐까요?
    2500여년이나 읽힌 책을 무엇으로 평가할수 있을까요....

  • 2020-04-14 07:01

    첫 세미나하고, 후기 올려주신 날 읽고, 며칠 후 다시 읽어보니 저는 이제야 조금 이해되는 것 같아요.
    논어 읽다, 풍우란 읽다, 제 생각했다,
    2500년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2500년도 존재할 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2
7회차 후기 - 한비자에 대한 그레이엄의 평가 (1)
여울아 | 2021.08.23 | 조회 206
여울아 2021.08.23 206
101
7회차 메모 올립니다 (7)
단순삶 | 2021.08.17 | 조회 180
단순삶 2021.08.17 180
100
6회차 후기 '세勢' (2)
토용 | 2021.08.16 | 조회 178
토용 2021.08.16 178
99
<시즌2> 6회차 발제 및 메모 올리세요 (6)
가마솥 | 2021.08.10 | 조회 192
가마솥 2021.08.10 192
98
<시즌2> 5회차 후기 (1)
가마솥 | 2021.08.04 | 조회 181
가마솥 2021.08.04 181
97
제자백가/2분기 5회차 중국철학사(상). 제13장 한비와 기타 법가 발제 (5)
가마솥 | 2021.08.03 | 조회 198
가마솥 2021.08.03 198
96
<시즌 2> 4회차 후기 (2)
작은물방울 | 2021.07.30 | 조회 229
작은물방울 2021.07.30 229
95
<시즌2> 4회 발제 및 메모 올리세요 (6)
단순삶 | 2021.07.27 | 조회 163
단순삶 2021.07.27 163
94
시즌2 3회 후기 (3)
단순삶 | 2021.07.24 | 조회 192
단순삶 2021.07.24 192
93
<시즌2> 3회차 발제와 메모 (6)
작은물방울 | 2021.07.21 | 조회 172
작은물방울 2021.07.21 172
92
제자백가 시즌2-2 후기 (4)
봉옥이 | 2021.07.19 | 조회 224
봉옥이 2021.07.19 224
91
<시즌2>2회차 발제와 메모 올려주세요 (5)
여울아 | 2021.07.14 | 조회 182
여울아 2021.07.14 18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