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27.산뢰이괘-평범한 말 '먹여 살린다' 속 진리

2019-03-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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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평범한 말 '먹여 살린다' 속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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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속에 두 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는 본래 나의 것이고, 또 하나는 뱃속 태아의 심장이다. 내가 먹는 음식으로 태아의 형체는 길러지고, 내가 하는 말과 공부는 태교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생명체가 길러지고 있다. 주역에 생명을 먹이고 기르는 입에 대해 이야기한 괘가 있다. 산뢰이가 그것이다. 몽괘 또한 교육과 육아에 관한 괘라고 말할 수 있다. 아직 어리고 무지 몽매한 상태를 잘 길러야 한다는 것이 몽괘인데 그렇다면 이괘는 어떻게 다를까? 이번엔 산뢰이 괘를 살펴보자. 


 먼저 이괘의 모양을 보자. 형체로 말하면 위아래 두 양()이 가운데에 네 음(--)을 포함하고 있으니 밖은 충실한 입술, 안은 빈 것이 입의 모양이다. 이번엔 위/아래 괘의 뜻을 보자. 위에 있는 간()괘는 멈춤의 이미지로 해석하고 아래의 진()괘는 움직임으로 주역에서는 해석한다. 위는 멈추어 있고 아래는 움직이니 아래턱을 움직여 음식을 씹는 턱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괘는 턱과 입의 (모양)이다. 그리고 산뢰이 괘는 (기르다)을 의미한다. ‘기르다는 말이 어떻게 연결될까? 우리는 입으로 먹고 마시며 말을 한다. 입으로 음식을 잘 먹고, 입으로 말을 잘 내뱉어야 우리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먹고 말해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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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뢰이 괘사 : 頤 貞 吉 觀頤 自求口實(이 정 길 관이 자구구실)

이는 바르면 길하니, 어떻게 길러졌는지를 보며 스스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본다.

 사람들마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체질과 성질이 다르겠지만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으로 나는 소식(小食)을 꼽고 싶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조금씩 여러 종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에서 원하는 대로 먹는 것이 꼭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소식을 한다는 것은 먹는 것에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역에서 먹는 음식에 있어서 절제를 하여 잘 먹는 것이 형체를 바르게 하는 이양의 도(잘 기르는 도)라 하였다. 하나의 생명체를 길러내는 임신 중,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먹는 것이 아이의 생명 유지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것이다. 움직이고 쉴 때를 절제하여 생명을 기르고, 먹는 음식에 있어서 절제를 하여 잘 먹는 것이 형체를 바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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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군자는 산뢰이 괘를 보고 음식을 절제하며 언어를 삼가 해야 한다고 하였다. 육체와 정신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입으로 먹는 음식이 육체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길하게 혹은 흉하게 한다면, 입으로 내뱉는 말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 또한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初九 舍爾靈龜 觀我 朶頤 凶(초구 사이영귀 관아 타이 흉)

초구는 신령스런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늘어뜨리니, 흉하다.


 신령스런 거북은 먹지 않고 사는 물건이다. 여기서 초구는 밝고 지혜로워 먹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러나 육사의 음에 응하여 턱을 늘어뜨리고 침을 흘리고 있다. 자신이 충분히 능력이 있음에도 더 많은 욕심에 동요되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턱을 늘어뜨리고 있으니 흉한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심한 경쟁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 타고난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그 구조 속 경쟁에 부추김 당한다. 내 밥그릇이 앞에 있음에도 옆에 있는 더 크고 많은 밥그릇에 욕심이 동요되어, 턱을 움직이고 침을 흘리는 때가 있다. 내 옆의 누군가의 성공과 활동에 부러워하고 때론 초조함을 느끼기도 한다. 침 흘리지 말고 나 스스로를 믿고 나의 길을 응원해야겠다.



上九 : 由頤 厲 吉 利涉大川(상구 : 유이 여 길 이섭대천)

상구 : 자신으로 말미암아 길러지니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니, 대천을 건넘이 이롭다.


 이 괘에서는 천하가 상구로 말미암아 길러진다. 교만하기 쉬운 자리이니 두려워하고 위태롭게 여김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말한다. 가족 공동체 안에서 나는 상구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내 말에 항상 신중함을 기하여 말을 뱉고 아껴야 함을 느낀다. 주역을 공부하기 전, 나는 어떤 문제가 닥치면 책임이 무거워 전전긍긍하며 입을 닫는 편이었다. 주역을 공부하며 세상의 이치를 조금 알게 되었다고 아이들과 남편에게 아는 말을 내뱉는다. 신기하게도 내 말이 조금 먹히는가 싶을 때가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나의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 그럼 다시 내 말과 자리에 두려움을 느끼며 또 다시 말을 아낀다. 부모로서의 지위는 높고 임무가 무겁기 때문에 위태롭게 여기면 길하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하지만 전처럼 전전긍긍하며 입을 닫기 보다는 신중히 생각하여 절제된 말을 내뱉으려 노력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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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키우며 내 아이를 어떻게  먹여 살릴까 많은 고민을 한다. 어떤 음식을 먹여 길러야 할까 부터 시작하여 나만의 법도를 어떻게 세우며 아이들을 길러야 잘 키울까를 생각한다. 평범한 말  '먹여 살린다' 속에서 이괘의 이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산뢰이괘의 괘사에 의하면 천지가 만물을 기르면 성인이 현자를 길러 만민에게 미치게 하니 이의 때가 크다고 한다. 이양의 도로 천지가 만물을 기르듯 절제된 음식으로 나의 몸을 건강히 하고, 공부로 인한 절제된 언어와 행위로 나의 덕을 쌓는 것이 먼저 행해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성인이 현자를 길러 만민에게 미치듯 나의 덕이 나의 아이들, 더 나아가서는 다른 이에게 그 길러줌의 덕이 미치게 되어 큰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기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나를 어떻게 길러내야 할까도 신중히 고민해 보아야하지 않을까


 

댓글 3
  • 2019-03-06 00:09

    말을해서 먹히니 교만이 하늘을 찌는다는 구절에서 빵 터졌네요 ㅎㅎㅎ

    좀 더 교만해져도 되요, 유는..

    힘들텐데 이런 저런 공부에 나서는 유에게 신령스런 거북의 힘을 보내고 싶네요^^ 잘 읽었어요!

  • 2019-03-06 10:28

    ㅋㅋ  잘 먹어야 하는 때를 보내고 있는 유님이 '소식'으로 잘 길러야 한다고  쓴 것을 읽으며

    '소식'을 '영양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피드백 했어야 하나... 잠깐^^ 후회함...

    이제 시작하는 주역 글쓰기로 생각에 영양을 섭취하는 일에 기쁨 있기를^^

  • 2019-03-06 12:53

    샘 글을 읽으면서 씹는 행위를 해 보았더니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윗턱을 음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랫턱을 움직이는 것을 알았네요^^ 물고기는 윗턱을 새는 위 아래턱을 움직이는 건가? 왜 턱의 움직임이 바뀌었지? 섭취하는 물질의 차이인가? 이런 것도 진화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ㅋㅋㅋ

    그러나 참으로 깨달은 것은 기르는 산뢰이괘에서 입은 먹을 때도 사용 하지만 말을 잘 해야겠다는 것이었요. 이렇게 한 수 가르쳐 주시니 틀림없이 아니 이미 좋은 엄마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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