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38.화택규괘-다름 속 같음

2019-05-2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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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다름 속 같음


 

 나는 2년 동안 공동육아를 경험해 보았다. 그리고 그 육아 공동체를 나와 버렸다. 공동육아를 왜 그만두게 되었을까 관계가 왜 그리 어긋나게 되었을까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주역을 공부해보니 어쩌면 그 시기는 그런 시기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기가 그리하여 뜻을 같이 도모할 사람을 못 만났을 수도 있고, 시기가 그리하여 어떻게든 어긋난 상황이 만들어 졌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긋남의 괘인 화택규에서 그 시기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공동육아에서는 어떠한 어긋남 들이 있었을까?

 규괘의 위는 불이고 아래는 못이다. 불은 위로 타오르려 하고 못은 아래로 흐르려고 하므로 두 물건의 성질이 어긋나고 다르니 규괘는 어긋남의 괘이다. 규의 시기에는 둘 사이에 소통이 없어 분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괘사에 의하면 작은 일은 길하다고 한다. 어긋나고 모순되는 시기에 어떻게 하면 괴리함 속에서 화합으로 하나 됨을 이루며 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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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 육아는 함께 키우기, 보육 환경, 노동 환경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내가 만난 많은 부모들은 교사 대비 소수 정원의 아동비율, 친환경 먹거리 안에서 내 아이의 안전과 환경이라는 가치가 최우선 되는 곳이었다. 내가 이상으로 삼았던 가치들을 추구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공동육아를 하던 당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계선 상의 한 아이가 지원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를 받아 들이냐 마느냐를 두고 의견이 나뉘었다. 일단 아이를 받아들이고 나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아이의 부모는 경계선 상이었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기에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어린이집 측에서도 면접 때 아이와 부모를 보았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지인을 통해 이 정보가 흘러들어온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만 3살이라는 나이에 장애 경계선이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거부하는 것이 이상하였다. 우리 아이도 이성보다는 본성에 충실하여 좋아하는 차를 보면 뛰어들었다. 그런 위험한 행동들이 더 많다는 이유로 부모들은 내 아이의 안전을 걱정하여 그 아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부모가 우리를 속였다.’ ‘그 아이를 위한 보조 교사가 필요한데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든다’ ‘아이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싫다등등. 대다수의 반대로 결국 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함께 하지 못했다. 교사들도 보조 교사 없이 함께 키울 수 있다고 했지만, 부모들이 그 아이를 미리 걱정하여  반대하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자 하는 가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내 아이의 안전과 운영만이 최우선 인 듯 느껴졌다.

  내가 추구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 다르니 우리는 어긋날 수밖에. 규괘의 괘사에서 작은 일은 길하다하였다. 크고 작은 일임을 판단하기가 어렵지만 어떠한 대의를 추구하기보다는 운영이라는 작은 일에서는 길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은 일을 길하게 하지 못하고 공동체를 나와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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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택규괘를 읽으며 새삼 그 시기가 떠올랐다.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주역을 통해 현인들의 말을 공부하고 알게 된 이상, 현인의 지혜를 엿보고 싶기는 하다. 규괘의 괘사에서 하늘과 땅이 괴리되더라도 만물이 나서 자라고 변화하는 도리는 도리어 동일하며 남녀가 어긋나 위배하더라도 그 교합하여 감응함의 뜻은 서로 통한다고 했다. 현인은 천지 만물의 다름속에서 같음을 본다. 만물이 어긋났어도 그 일은 같으니 규()의 때와 씀이 크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개성과 관점으로 살아가고 있고 그 다름속 괴리됨 속에서도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 다른 괴리됨 속에는 분명 같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같은 마음으로 일을 도모하고 해나가는 것 아닐까? 나는 그 공동육아 조합원들과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어긋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육아의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이 감응할 수도 있고, 어떤 무엇인가 같은 공통점이 공유되어 소통되었다면 어긋남이 길함으로 조화를 이끌어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나는 그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아낼 수 없었기에 화합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였다. 규의 쓰임을 크게 하지 못하였다.

 분리되고 괴리한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하나가 되어 화목과 융합을 이끌어 내는지가 화택규 괘에서 말하는 인생의 지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나는 육아라는 비슷한 상황 속 육아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소통하여 감응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이 경험이 있었기에 화택규 괘와는 감응할 수 있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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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2019-05-21 11:23

    '하늘과 땅이 괴리되더라도 만물이 나서 자라고 변화하는 도리는 도리어 동일하며'라는

    규괘의 괘사가 제 마음에도 쏙 들어오는군요.

    그 같은 마음을 찾아 화합할 수 있는 것이 마음의 역량이 아닐런지요.^^

    유님의 글을 읽으며 어리바리 주역 글쓰기가 

    태어날 아이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ㅋ

    • 2019-05-21 17:03

      네 저도 저 글귀가 유난히 와닿습니다.

      공동 육아 이야기를 선뜻 꺼내기 어려웠는데 글쓰기를 통해서인이... 주역 덕분인지... 시간인지..

      점점 마음의 역량이 커지려고 하나봐요. 커졌으면 좋겠어요~^^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9-05-21 19:45

    유가 공동육아를 중간에 그만둔 이유가 그런거였군요. 저라도 그렇게 했겠네요. 규괘를 너무 잘풀어서 규괘와 감응한게 맞네요^^

    • 2019-05-21 21:40

      이유에는 복잡, 소심, 미묘한 다른 감정선들도 있었을거에요...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써봤습니다 ㅎㅎ

      어리바리 주역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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