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32.뇌풍항괘 -오래 함에서 경계해야 할 것

게으르니
2019-04-09 02:00
397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오래 함에서 경계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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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박진영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은 자신이 지금의 자리까지 이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상의 습관을 여러 가지 보여주었다. 식단에서부터 운동하는 방법 등등. 그런 그의 일상을 함께 경험하면서 진행자들이 한사코 묻는 질문이 있었다.

비법을 이렇게 공개하셔도 되나요?”

방법은 언제든지 알려드릴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 방법을 실천하느냐 마느냐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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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恒)괘는 하쾌에 바람이 불고 상괘에 우레가 치는 형상이다. 바람과 우레의 공통점은 움직이는()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곧 실천을 의미하니, 실천에 실천을 거듭하는 형상이다. 어떤 실천이라도 오래도록 지속되다 보면 차츰 차츰 변()하다가 어느 순간 화()에 이르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변화(變化)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괘는 오래한다는 의미이면서 형통하여 허물이 없는 괘로 풀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오래하기만 하면 다 형통할까? 항괘에서는 오래 함이 형통하기 위해서는 바름()과 가는 바()의 이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풀고 있다. 바름은 오래하는 실천이 선()을 향하는 것이고, 가는 바는 그 바름을 향해 감에 한 쪽으로 경직되지 않으면서 변화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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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항괘의 효사에서는 오래하되 변화로 나아감에 경계해야 할 점을 풀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구사 효에 효사는 사냥을 하나 짐승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다. 구사효의 경우 육위(六位)에서 사()의 자리는 음()효의 자리인데 양()이 왔으니 제 자리가 아니다. 하여 그 자리에서 오래 하는 것은 형통하게 되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냥을 통해 짐승을 잡는 공()을 얻지 못하게 된다고 풀었다. 이것은 오래하는 것이 형통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되려면 제 자리의 형세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오래하다 보니 형통해짐으로 자신의 자리가 바뀐 것을 알아채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본 박진영의 일상은 오래함이 그의 삶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잘 보여주었다. 수명이 짧은 연예계에서 예순에도 춤꾼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이루려면, 남들이 보기에는 유별나 보일지라도 자신에게는 절실했다는 말은 나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부와 명예도 따라왔다고 읽히기도 했다. 그 부와 명예 속에서 장차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고민한다는 그의 말에서 항괘의 괘사와 효사가 새삼 겹쳤다. 그는 자신의 자리가 바뀌었음을 알아챘기 때문에 장차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져 보였다.


 구삼효에서는 그 덕을 항상하지 않으니, 부끄러움이 혹 이를 것이니, 바름을 고수하면 부끄러우리라.” 고 했다. 이 때의 그 덕이란 바로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하는지 아는 능력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예순까지 춤추기 위해 했던 오랜 실천이 형통하여 아이돌이 되고 싶은 수많은 청소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획사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 춤꾼으로 데뷔해서 예순까지 춤꾼으로 살겠다는 뜻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뜻만 고수하다 지금의 자리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의 몫을 소홀히 한다면 부끄러운 결과에 이를 수 있다. 항괘는 그것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다.


 비단 박진영 뿐이겠는가. 다르게 살고 싶다는 뜻을 품고 십여 년 째 공동체에서 공부하면서 보낸 시간, 길다면 길 수 있는 오래 함이 내 삶을 형통하게 했을까? 형통하지도 못한 채 그 뜻만 고수하느라 변하지도 못해 헛수고만 거듭하는 부끄러운 형국은 아닌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항괘이다.

댓글 1
  • 2019-04-10 07:30

    샘만큼 일상에서 오래 꾸준히 무언가를 잘 하고 있는 사람도 없지요.

    추우나 더우나 매일 한 시간씩 걸어서 문탁에 오고, 밀가루 안 먹는 습관을 유지하고, 

    매일 사서 외우고...... 샘 삶은 이미 형통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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