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다] 2018_02월 상영작 후기

청량리
2018-03-04 14:10
397

180223 필름이다 2월 기획전 _ 로마서 8:37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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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동네영화배급사 필름이다에서 영화상영을 진행했습니다. 2월에 같이 본 영화는 신연식 감독의 로마서 8:37”입니다. 사실 1월 선관람(필름이다에서는 2018년부터 영화선정을 위해 후보작들을 상영 전달에 미리 관람하여 의견을 나누고 상영작을 선정)때는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관람이후 러닝타임 내내 이야기와 이미지를 밀도 있게 끌고 가는 감독이 궁금해졌습니다. 신연식은 각본가로 영화판에 접속한 감독인데, 그래서인지 각본을 쓸 때 제일 즐겁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루스이소니도스라는 제작사까지 차리기까지 합니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는 루스이소니도스에서 제작하고 신연식이 각본을 썼었지요. 그리고 이번 로마서 8:37”에서는 제작과 각본, 감독까지 맡아 합니다. 작년 게스트로 초대된 영화평론가 변성찬에게 독립영화는 정서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서 8:37”신연식에 의한, 신연식을 위한, 신연식의 독립영화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제가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보다 감독에 더 관심이 생긴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나는 대농장에서 알바도 하지만, 집에 가면 작지만 내 텃밭이 있는 거다. 그걸 가꾸려고 20~30대에 매일 밭에 나가서 돌을 고르고 땅을 갈며 고생한 셈이다. 다음 목표는 30억 원짜리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거다. 그걸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한다.

- 씨네21 신연식 감독 인터뷰 중에서 -

 

 부순교회 강요섭목사는 박강길목사으로부터 여러 의혹을 제기 당합니다. 강목사는 믿을 만한 사람으로 처남인 전도사 기섭을 불러들입니다. 하지만, 기섭은 강목사의 의혹들 중 여신도의 성폭력 사건이 사실임을 확인합니다. 강목사도 기섭 앞에서 그 사실을 시인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부여받은 소명이라는 미명과 모든 인간이 갖는 원죄의 변명 아래에서, 인정하지만 여전히 반성하지 않습니다. 기섭은 강목사에게 실망하고 직접 그의 사죄를 촉구합니다. 그 때 아이러니하게도 강목사는 박목사와 연합 아닌 야합을 하게 되고, 기섭은 궁지에 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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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의 미투운동과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 그러나 다른 이의 를 위해 기도를 한다는 것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불편한 부분도 있었고, 다소 무거운 지점도 있었다. 또한 감독은 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주제는 구원과 용서가 아닐까? 왜냐하면 남을 위한 기도는 결국 우리를 구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전에 우리는 지금 (너의 죄가 아니라)우리의 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평가들이 오고 갔습니다.

  학교에서 촬영을 전공하고 있는 박동주군(청년예술프로젝트 2)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월령공주(모노노케 히메)”와 비교하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갈등과 고민의 지점이 있는 것처럼, 이 영화도 본질적으로 구원(=자연)과 죄(인간)와 관련된 공유지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평가입니다. 그러나 동천동 에드우드 재영군은 너무 의도적으로 사용된 음악과 스타일리쉬한 편집 때문에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영화를 전공하는 둘의 평가가 상반된 점도, 그 이유들도 나름 흥미롭습니다.

  정치인이 아닌 새털님의 옆지기인 김종필님은 주인공의 직업이 목사가 아니더라도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을 만큼 지금의 현실을 잘 담은 듯하다. 속죄의 대상이 꼭 목사일 필요는 없다고 했으며, 그와 더불어 이 영화는 종교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결국 우리들이 갖고 있는 우상에 대한 영화이다라는 평가들도 나왔습니다.


  최근 개봉한 "신과 함께"에서는 귀인 김자홍이 환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자홍이 이승에서 지은 죄를 7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심판합니다(물론 이렇게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귀인에게만 주어집니다). 이는 원죄라는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귀인이  구원받게 되는 것은 염라대왕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승에 있는 누군가를 통해 이뤄집니다. 즉 하늘에 계신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에 의해 구원받게 됩니다. 이 둘의 가치관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합니다. 


동네영화배급사 필름이다는 4월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댓글 4
  • 2018-03-05 07:47

    휴직 중인 이 싸장, 의리로라도 바로 댓글을 달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이 영화가 음....모랄까.... 바로 몇자로 요약하거나 평가하기엔....음.... 거시기해서요.

    영화 후 토크 시간에도 말했지만 전 이 영화의 주제가 '구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제가 헐리웃 키드 시절 입을 떡 벌리고 봤던 <벤허>, <십계>, <쿼바디스> 같은 50년대 헐리우드 종교 스펙타클 대작.

    혹은 내가 사랑하는 일리치의 글들

    역시 내가 사랑하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 이나 <시> 같은 영화

    마지막으로 김기덕의 가장 성숙한 영화(라고 내 맘대로 평가하는) <피에타> 등과 이 <로마서>가 겹쳐서 읽히더라구요.

    (나는 신연식이 이창동보다는 김기덕과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연식감독이 뭘 말하려는 지는 알겠더라구요. 지금 한국영화판에서 신연식감독의 시도가 아주 소중하다는 것도 알겠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하다? 혹은 과하다? 라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는데, 왜 그런지 제가 잘 모르겠는거예요. 분석이 잘 안되는 거죠. 

    구원과 사랑은 기독교적 주제이고 나아가 보편적인 주제인데, 너무나 빤한 기독교 내부의 비리, 목사의 타락이라는 소재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오히려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이것도 인상 정도?

    4월 [필름이다]도 기대할게요

  • 2018-03-05 13:49

    주제가 구원이려면 구원의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에서 우리는 구원의 대상입니다. 구원의 주체가 아닌거죠.

    구원은 그 분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구원과 사랑의 문제가 보편적인 주제로 나아가려면 

    구원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기독교적인 관점의 해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신연식 감독은 관점의 해체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신연식의 한계입니다.

    때문에 소재로 삼는 목사의 타락이나 내부 비리문제로 다소 뻔해 보입니다.

    대신 감독은 구원의 문제를 해체하기 전, 구원의 대상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우리가 짓는 죄란 무엇인가로 그 뻔한 소재를 다르게 접근합니다.

    "밀양"에서 전도연이 오열하는 이유는 자신이 구원의 주체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그래서 구원을 주제로 한 것은 "밀양"이 더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근무시간에 길게 쓰지는 못하지만, ㅋㅋ

    휴직 중에서 싸장님의 애정어린 댓글에 감사드리면 몇 자 적어봤습니다.

  • 2018-03-05 15:23

    오늘 지하철에서 흔히 만나는 쪽지를 받고 저는 좀 갈등했어요

    문구 가운데 선생님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서...

    그래서 처음으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분께 드렸어요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가?

    나의 죄는...너의 죄는...우리의 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왔어요...

  • 2018-03-07 09:10

    주의 기도문에는...

    우리가 우리죄를 용서하듯이 우리죄를 용서하시고...

    이런 구절이 있죠

    기독교식 언어를 제가 잘 이해를 못했었으나 불교를 조금 접해 본 후로는 이해가 좀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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