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987 그리고 2018

사장
2018-01-02 22:21
494

2017, 1987, 2018

 

 

1. 2017

 

 

지난 2년,  [필름이다] 덕분에 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시네마 드 파지>에서 본 것도 많고, [필름이다] 업무라는 핑계를 대면서...ㅋㅋ..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도 꽤 됩니다.^^

2017 나의 영화들!  <시네마 드 파지>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드우드>였습니다. 역시 팀 버튼이야,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죠. 그러고 나니 그 영화를 추천한 안재빵이 다시 보이더라구요. 우리는 몰랐지만 안재빵’도 혹시 한국의 에드우드? 호호호...  새로운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일은, 늘 짜릿합니다. 다시 한번, 팀버튼과 에드우드와 안재빵에게 감사를!!  [필름이다] 좋아요.

 

 msn032.gif

 

 

 

2. 1987

 

 

볼까, 말까. 뻔하지 않을까? 그래도 장준환 감독이잖아? 하지만 그도 데뷔작 이후엔 별루 아냐? 그래도 봐야 하는 거 아닐까? 아냐, 결국은 후일담을 못 벗어났을 거야. 도대체 영화 한편 보는데 이렇게 맘이 오락가락하다니.....이것도 과잉 자의식이 분명하죠?

그래도 보구 싶었나 봅니다. 결국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었으니. 바로 오마니를 모시고 가는 거였습니다. 영화 <군함도>와 뮤지컬 <서편제>의 효도 관람은 완죤 실패했지만 혹시 이건 좋아하실지도 몰라..하면서요.

11. 동생들까지 불러 떡국 먹이고 다 몰아서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영화에 몰입하시더군요.(와, 성공!!)  중간중간 추임새가 너무 강하셔서 (혀를 차고, 한숨을 쉬고, 심지어 나쁜 놈들이라구 큰 소리로 말하심) 절 당황시키셨지만.^^  한열이와 동갑인 제 여동생은 - 그애는 만화동아리가 아니라 노래패를 했었더랬죠 - 영화 보는 내내 울더군요. 그 옆에서 그 10대 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쿨쿨 잤구요. 엄마에 대한 반항을 확실히 몸으로 보여준거죠. ㅋ..   그렇게 삼대(三代)가 각자 자기의 1987을 봤습니다. 저는 어땠냐구요? 음...글쎄요.

영화는, 알겠더라구요., 감독이 정말 한땀 한땀 공들여 직조했다는 것을.  노래로 치면 윤도현이나 양희은 같았고, 야구로 치면 정직하고 힘있는 직구 같았습니다. 그것의 미덕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죠.  하지만 전 맘이 좀 복잡했습니다. 1987. 그 야만의 시대를 우리는 '진실'(영화에서는 바로 '진실'이라고 표현하죠)에의 용기로 통과해왔는데, 2017. 이 불안과 좌절의 시대를 우리는 무엇으로 뚫고 나갈 수 있을까? 과연 있을까? 있을까? 있을까?....................

 

 

6-tile.jpg

 

 

 

3. 2018  

 

2018 무술년이 밝았습니다. 여러 카톡방에서 개들이 떼로 등장하는 새해인사가 분주하더군요. ㅋㅋ.. 우선 그간 [필름이다]를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저는 올해 잠시 [필름이다]를  쉰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하하, 놀라지 마세요. [필름이다]는 계속되니까요. 

돌이켜보면 [필름이다]를 시작할 때 저의 바람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하나는, 영화를 통해 청년들을 꼬셔야쥐. 그들을 직원으로 고용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찍으면서 돈도 벌수 있게 해줘야쥐.

또 하나는, 이미지-언어를 잘~~읽어내자. 영화를 통해서(도) 사유하자!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파지사유에 새로운 사람들을 마구마구 불러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세 가지는  동시에 좇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 다른 곳(곧 출범하게 될 <청년길드>)에서 청년들 사업에 집중하려 합니다.

저와 다르게 청실장은 처음부터 '독립'과 '배급'에 꽂혀 있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배급망의 생산. 영화 생산자와의 직거래. 하나의 영화를 감독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 그것이야말로 <마을공유지 파지사유>와 <동네배급사 필름이다>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2018의 [필름이다]는 청실장이 파지사유 큐레이터들과 협력하여 격월로 1회 미/비개봉작을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게 됩니다. 명실상부한 '독립'&'배급' 실험이지요. 

저는 청실장의 독립정신^^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사장으로부터의 '독립'정신도 더불어 응원합니다. (드디어!!!)  여러분도 열렬히 성원해주실거죠? 우리 청실장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더 큰 채찍!!!을!!...

 

msn019.gif

 

 

피에쑤 : 저는 한번쯤 프로그래머로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중견감독의 데뷔작전> 혹은 (2017기획이었던) <구로사와 아키라전> 혹은 <1960년생 감독전> 뭐...대충...이런 종류의 기획을 가지고^^ 기대하세요~~

 

댓글 4
  • 2018-01-03 09:38

    왜 그랬을까요? 저는 2017년에는 영화관 간 일이 별로 없네요.ㅎㅎㅎ

    그래도 하나도 아쉽지 않았던건 아마 필름이다 덕분 아니었을까요?

    여러 영화가 주마등처럼 떠오르지만 다큐 <올리브올리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영화를 본 뒤부터 올리브 나무는 

    고통받으면서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가 되었어요.

    2018년에는 청실장의 색깔이 강한 영화들을 보게되겠군요.

    어떤 영화를 들고 나타날까, 기대됩니다.^^

  • 2018-01-03 11:25

    저 역시 2017년에 영화관을 거의 안 간 1인으로 필름이다 덕에 목마름 없이 보낸 한 해였습니다^^

    필름이다 사장님^^ 청실장님^^ 큐레이터분들^^ 고맙습니다.

    필름이다 관객으로 가장 많이 졸았음이 확실한 1인으로

    2017년의 영화는 적절히 난해하기도 했고... 때때로 여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ㅋ

    댓글을 달면서 떠올리니 

    우선은 '조제.....'를 다시 보며 또 질질짰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ㅋ

    그 다음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결국은 다 못 보고 포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에스에프에 대한 감성에 놀랐던 기억^^

    뭐 이외에도 많은 기억이 조각 조각 떠오르는데 선명해지지 않는 걸 보면

    필름이다와 함께 한 시간들 전체....

    내가 늘 고수했던 그 관람석이....

    그대로 내 일상의 일부였나 봅니다^^

    그 일상의 기억을 고이 간직하며^^

    2018년에도 또 영화보러 가겠습니다^^

  • 2018-01-03 12:10

    전 <이웃집에 신이 산다>와 <파산의 기술>에 한표를!!!

  • 2018-01-03 17:18

    한표씩 던지는 건가요? 저는 꿈과 히로시마 내사랑에..

    필름이다 덕분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한동안 멀리했던 영화보기에 열을 냈던 2017년이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81
<영화인문학 시즌3>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이야기'(2019) (1)
청량리 | 2021.01.09 | 조회 482
청량리 2021.01.09 482
180
<퇴근길영화인문학시즌3>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페드로 알모도바르 (1)
띠우 | 2021.01.07 | 조회 398
띠우 2021.01.07 398
179
필름이다 前사장의 마지막 연말 PICK 3!! (3)
문탁 | 2020.12.31 | 조회 567
문탁 2020.12.31 567
178
<영화인문학 시즌3> 이창동 감독의 '시'(poetry, 2010) (2)
청량리 | 2020.12.18 | 조회 470
청량리 2020.12.18 470
177
<영화인문학시즌3> 켄 로치의 '미안해요, 리키(2019)’
띠우 | 2020.12.07 | 조회 358
띠우 2020.12.07 358
176
<영화인문학 시즌3> 히로시마 내 사랑(1959) (1)
청량리 | 2020.11.22 | 조회 1263
청량리 2020.11.22 1263
175
20년11월26일은 무슨 날인가? (2)
청실장 | 2020.11.20 | 조회 420
청실장 2020.11.20 420
174
<영화인문학시즌3> 이장호의 바보선언(1983) (6)
띠우 | 2020.11.15 | 조회 1354
띠우 2020.11.15 1354
173
5인5색, 영상프로젝트 온라인 상영 예정 안내 (1)
청량리 | 2020.10.27 | 조회 591
청량리 2020.10.27 591
172
필름이다 10월 상영작 알랭 르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1959)
청실장 | 2020.10.16 | 조회 1587
청실장 2020.10.16 1587
171
영화인문학시즌2 빔 벤더스 <돈 컴 노킹(2005)>
띠우 | 2020.10.04 | 조회 378
띠우 2020.10.04 378
170
이건 봐야해 <뱅크시>!!
문탁 | 2020.10.02 | 조회 313
문탁 2020.10.02 31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