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 사주명리 누드글쓰기 ③ - 계수 겸목편

겸목
2022-07-06 09:58
243

답답한내 인생, 공부인가 일인가

 

 

정재(시)

일간(일)

정관(월)

편인(년)

겁재

비견

식신

(36대운)壬

(46대운)

(56대운)

정관

편관

정관

겁재

식신

상관

정관

*합충: 무계합화 병신합수/ 진술충 **대운: 해묘미목/ 묘술화

 

비겁

水(7)

인성 식상

金(3) 木(0)

관성 재성

土(19) 火(3)

 

 

일로써 하는 공부, 공부인가 일인가

내 사주를 보고 도담샘께서 “이 사람은 자기 욕망을 억누르고 조직이나 공동체의 일에 자신을 맞춰오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이제 자신을 낳는 ‘공부’를 하라”고 했을 때, 나는 머리가 띵했다. 나도 내 사주를 보며 좀 놀랐다. 나처럼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직장과 조직’을 의미하는 ‘관성’이 많다는 것이 의아했다. 도담샘의 코멘트에 대해 누군가 “이 사람은 공부만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고, 이에 대해 도담샘은 “그렇다면 그 공부가 나를 낳는 공부가 아니라 일로써 하는 공부인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라!” 하셨다.

 

‘일로써 하는 공부’, 이 말에는 동의한다. 나에게 공부는 일이다. 공부하는 일을 정규직으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나는 이 일 저 일 하면서 공부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일 저 일 하며 공부를 한다는 게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진이 빠진다.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다. 서른에 대학원에 진학하니 학술제, 문학행사, 자료집 집필과 편집 등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 정기적으로 주어졌다. 학부와 달리 대학원은 사회생활이니 이런 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수긍과,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초조함, 내가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 답답한 시간에 나에게 숨통을 트여 주었던 것은 제도권 밖 지식공동체를 표방한 ‘수유+너머’의 세미나에 가는 일이었다. 입봉하지 못한 영화감독 지망생, 유학을 가려했지만 중도포기한 번역가, ‘수유+너머’의 실무자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작가 지망생 등 명함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 일은 ‘통쾌한’ 지적 쾌감을 주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를 하며 학위논문을 준비해야 할 때, 나는 집 근처 인문학공동체인 문탁으로 거점을 옮겼다. 한정된 교수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의자놀이’에 나까지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희소재화인 ‘교수자리’를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뒤치다꺼리하며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었다. 문탁에서 나는 중소기업 ‘직원’ 마인드로 여러 일들을 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지문을 쓰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도록 신경을 썼다. 제도권 밖이라 우리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처리해야 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슈나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했다. 학교를 나와 문탁으로 오며, 이곳은 나에게 ‘직장’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학교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번듯하게’ 보여주고 싶은 야심이 있었다. 번듯하게 일을 하려니 손발이 고되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공부하는 인간이기보다는 공부와 관련된 실무를 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관성은 많고 식상은 부족하고, ‘가성비떨어지는 사주 운행

내가 실무를 하는 인간이 된 것은 이것들을 견디는 데 최적화되거나 내면화되어 불편을 못 느껴서일 수도 있다. 내 사주에는 월주에 무토와 술토가 정관으로, 일주에 미토가 편관으로, 시주에 진토가 정관으로 들어와 있다. 이렇게 관성이 많으니,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든 해치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체질화된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빵꾸’내지 말고 끝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윤리’이다. 그런데 이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는 데 최소한의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것은 아니다. 이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나는 그 밖의 많은 일들에 무심해지고 둔감해졌다. ‘기계적인/자동적인’ 실무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일은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일에서는 속도와 순서를 비롯해서 각자가 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가 발생한다. 나는 이런 변수들에 대해 취약하다. 일정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았을 때, “그래, 그럴 수 있지.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야?”라고 물어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보다는 “이거 하기로 했잖아. 근데 왜 안했어?”라는 추궁이나 비난이 먼저 나간다. 이 말 한 마디로 관계는 불편해진다. 나는 협상과 조율에 미숙하고 서툴다. 사주는 이 미숙함과 서투름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내 사주에는 말이나 표현을 의미하는 ‘식상’이 없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큰데,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일방통행’의 고집불통이 된다. 나는 설득의 어려움을 겪으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접어버렸다. 이런 삐딱함 속에는 ‘나는 옳다’ ‘그들은 틀렸다’는 자만과 무시가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었다면 일은 순조롭게 처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프레임을 바꿔버림으로써 그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나의 무능을 감추고,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고 있다. 이러한 감정소모는 피로를 불러온다.

 

나는 공적인 일에는 문제가 없는데,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만 불편함을 겪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도록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공적인 일처리를 선호했다. 그런데 사적인 인간관계가 삐걱거리는데 공적인 일처리가 원만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 평소 내가 자주 듣는 ‘고집이 세다’ ‘독선적’이라는 평판은 일처리에 미숙하고 서툴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에게 많은 관성도 부족한 식상으로 인해 잘 쓰이고 있지 못하다. ‘가성비’ 떨어지는 사주 운행이라 하겠다. ‘답답한’ 인생이다.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인

내 관성의 오행은 ‘토’이다. 내 사주에 들어온 ‘토’들의 특징을 살펴봤다. 무토는 ‘황무지―거친 생명력―척박―유목’, 술토는 ‘배회―실속 없음―황량한 벌판―하루의 마무리―휴식’, 미토는 ‘희생의 아이콘―영성―학문적 직관―객기―삶의 지혜와 뚝심’, 진토는 ‘이상적―비현실적―허세―망상―자신감’. 어쩐지 지금의 내 상황을 조금은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정착하기보다는 떠돌고, 성과를 내기 힘들고, 실패하기 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고, 그것이 의도하지 않았던 무엇인가를 낳게 될지 모른다는 설렘이 있다. 낭만적이고, 낭만 찾다가 얼어 죽기 딱 좋은 특징들이다.

 

그 가운데 술토의 특징이 특히 눈에 온다. “자기 복을 차 버리는 행동”(안도균,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 북드라망, 2020년, 256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을 차 버린 대가로 해방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의존적 억압 안으로 들어가 버리게 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다. ‘답답해하고--->탈출하고--->다시 답답해하고--->탈출하고’. 내 공부가 일처럼 느껴지고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은 이런 기질의 영향이 아닐까?

 

자신이 겪은 일을 성찰해보고 정리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을 ‘인성’이라고 하고 이를 공부라 한다. 살면서 겪은 일들에 대해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나는 주어진 책임감에 얽매이고 감정적 소모를 겪는 내우외환을 겪느라 마무리하고 정리할 여력이 없다. 공부를 일삼아 하고 있는 내 공부에서 빠져 있는 것이 인성의 힘으로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 관성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성의 도움이다.

 

 

여기가 로도스다, 관성이 아니라 인성으로

작년에 한동안 잊고 있던 학위논문을 다시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가족들은 기뻐했다. 내가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를 한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문탁에서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취업을 해야 할 만큼 경제사정이 안 좋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뒷통수 맞았다’는 반응이었다. 이 말인즉슨 ‘네가 그럴 줄은 몰랐다’는 배신감일 것이다. 제도권 밖의 공부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자고 의기투합했는데, 너도 별 수 없구나! 라는 실망감이었다.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나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 일 년 논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새로 시작하는 인문약방 활동에 ‘올인’하기로 했다. 나에게 인문약방은 승부처였다.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논문을 쓰고, 대학가를 기웃거리며 ‘대충’ 살아야겠다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 인생 뭐 있나……내 앞가림이라도 해야지.

 

그래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나는 ‘열심히’ ‘일’처럼 해야 한다고 인문약방 활동에 달려들었다. ‘번듯하게 일처럼!’ 그렇다. 나는 다시 내가 관성을 쓰는 방식대로 서툴고 미숙한 방식으로 부스터를 가동시켰다. 팟캐스트를 통해 인문약방의 이름을 알리고, 일상보약으로 신뢰도를 얻고, 이론적으로 양생에 대한 담론을 쌓아가고, 일상적인 실천방법들을 실험해가는 인문약방의 활동방식은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시대적 요청과도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뭐 하나 쉽지 않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이 빠른 속도로 신박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의 행보는 너무 느리다. 이래서 일이 되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문약방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한 달에 한 번 쓰고 있는 ‘문학처방전’을 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예전보다 ‘생각’이 많아졌다. 질병은 대개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과 연관되어 있다. 나에게 자신의 질병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은 짧게나마 자신의 상처나 고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시간을 나에게 할애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고맙고 미안하다. 병에 대한 이야기는 가볍게 유쾌하게 넘기기가 어렵다. 곤혹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에게 나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글을 써야 한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 대해 두루뭉수리 퉁 치지 말고 내 의견을 말해줘야 한다. 의학적 지식도 없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인간관계도 미숙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는 왜? 그에게 무엇을? 이런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니, 관성의 부스터는 작동되기 힘들다. 이런 것이 그간 내가 쓰지 못했던 인성의 힘일까? 몸과 마음이 성급하게 날뛰는 것을 제어해주는 낯선 경험이다.

 

 

 

 

댓글 1
  • 2022-07-06 10:18

    2년 전에 쓴 글을 다시 보니 새삼스럽네요^^ 2년 전에도 문학처방전을 열심히 써야겠구나 마음 먹었는데, 지금도 그런 마음입니다~ 여기가 로도스이니 뛰어보겠습니다 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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