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이 별건가>야행성개선프로젝트 12시엔 잠자기 3회

둥글레
2020-05-11 23:50
267

  지난 한 달 동안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쓰거나 글을 쓰기 위해 참고 도서를 읽거나 한 날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나름 몇 일은 된다. 방안에 들여 논 책상 덕에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는 게 조금 수월해 졌다. 아침에 글을 쓰는 날은 주로 일, 월, 화요일에 몰려 있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근무여서 일찍부터 준비하느라 여유가 없다. 근무 다음날인 목요일과 토요일 아침은 거의 사경을 헤매는 수준이다. 체력이 저하되어 눈이 안떠진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드라마를 본다거나 하는 여유는 토요일 오후나 되야 찾을 수 있다. 일요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바지런을 떨면 반드시 오후엔 맛이 간다. 피로회복 총시간의 법칙(?)같은 게 있나보다. 적어도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반나절은 필요하다. 

 

  내 체력의 저하는 자연적인 현상인가? 아님 내가 내 몸을 돌보지 않은 결과일까? 양생을 하자면서 이렇게 체력이 없어도 되는 것일까?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체력 저하의 원인은 나이, 천식, 알바, 일상이다. 나이로 인해 자연적으로 체력은 저하되는 것 같다. 그리고 천식은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호흡이 잘 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ATP) 생산이 매끄럽지 않구나 생각한다. 최근 약국 알바도 빡세다. 마스크를 사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하루 온 종일 앉아 있을 새가 없다. 처음엔 한 두 시간만에 상황종료였지만 요즘은 하루 종일 분산되어 사람들이 오고, 새로 간 약국은 환자가 많아서 일이 많다. 그래서 약국에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마지막으로 일상인데, 내가 좀 조정해 볼 수 있는 여지가 가장 크다. 늦게 자는 것과 늦은 시간에 책이나 화면을 보는 일을 줄이는 것 그리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는 것 그리하여 충분히 자는 것이 내겐 필요하다. 하지만 공부를 하려다 보면 늦은 시간에 책 볼 일도 많고 글 쓸 일도 많다. 딜레마인데... 그만큼 일상의 배치를 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가능하다면 강도가 낮은 운동도 추가하면 좋을 거 같다.

 

  <양생이 별건가>에서 '12시엔 잠자기'를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아무튼 앞서 난 12시엔 잠자기를 포기하고 아침에 글쓰기를 하겠다고 했다. 아침 글쓰기로 변경 후 신기하게 일찍 자게 되었다. 12시를 넘긴 적은 몇 번 있지만 1시를 넘긴 적은 지난 한 달 중 하루 이틀 정도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침대에 휴대폰을 들고 가지 않게 되었다. 휴대폰의 빛이 잠드는 걸 방해한다는 말을 정말 맞았다. 휴대폰 보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는 문제도 있었지만, 확실히 휴대폰을 보고 나면 휴대폰을 꺼도 잠들기가 어려웠다.

 

  사실 일찍 자게 된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푸코의 <<성의 역사 2; 쾌락의 활용>>를 읽고 깨달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자기 배려’ 또는 ‘자기 지배’는 ‘금기’나 ‘의무’라기 보다 ‘활용’이고 ‘조절’이었다. 그들은 이를 ‘금욕’이라 부른다. 욕망이나 쾌락을 없애지 않고 활용하면서 이것들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금욕’이다. 이 ‘금욕’이야말로 욕망, 쾌락, 감정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로 향한다. 이후 기독교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금욕’은 규범, 규칙, 법률 등과 함께 온갖 금기와 의무를 내포하는 개념으로 굴절된다.

 

 

  ‘양생’을, 내 삶을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기 위한 ‘금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양생이 별거지 어떻게 별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푸코에 의하면 ‘자기 배려’는 삶을 ‘규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양식화’(stylization)하는 것이다. 자기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고 가꾸어 가는 것 즉 삶의 미학을 일구는 것이다. 양생 프로젝트 학인들은 이 규약화와 양식화의 차이가 무엇이냐며 몇 주째 왈가왈부 중이다. 글로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내겐 이 의미의 차이가 확 다가왔다. ‘휴대폰을 침대 위로 가져가지 말기’가 일순 금기의 말로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일찍 자기도 마찬가지 였다. 어디까지나 내 삶을 위해 내가 한 하나의 선택이었다. 이런 선택들이 내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 선택은 취향과는 별개다. 

 

 

  <양생이 별건가?>가 내 ‘존재의 미학’을 위해 용을 쓰는 것이 아닌 즐거운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양생이 별건가?>를 해나가면서 나만의 테크네들을 계속 고안할 작정이다.

 

  테크네1. 방안으로 책상 들여다 놓기.

  테크네2. 휴대폰 들고 잠자리에 들지 않기.

  테크네3. ...

 

  이런 것들도 테크네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댓글 4
  • 2020-05-12 07:38

    금욕이 아니라 절제 아닐까...

    • 2020-05-12 09:29

      고대 그리스에서 절제나 금욕은 책에 의하면 같은 의미였던 것 같은데요.
      어쨌건 내게는 금욕이라는 말이 훨씬 와 닿았습니다.
      금욕이라는 말이 품고 있던 의미가 왜곡된 만큼이나
      내겐 고대 그리스의 자기 지배의 의미가 확 와닿았으니까요~

  • 2020-05-12 08:01

    양식화와 관련하여 최근은 '시간'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그것이 '무엇'이든 오래 지속하게 된다면 그것이 곧 양식화 아닐까?
    30년을 노래하는 가수로 사는 것, 그러기 위해 개발된 테크네..
    50년을 자신의 집 주변을 숲으로 가꾼 건축가, 그러기 위해서 일삼아 해서 이룬 테크네...
    오래 하는 것, 양식화한다는 것은 곧 오래 한다는 것 아닐까... 싶은
    必有事焉 을 생각하게 되는^^

    • 2020-05-12 08:46

      오래 하면 장인이 될 텐데 모든 장인이 자기 스타일을 갖게 될까? 오래 한다는 것이 양식화의 조건이나 전제일 수 있지만 양식화 그 자체라고 규정하기엔 비약이 있어 보이네. 아닌가 기술자와 장인의 차인가? 암튼 오래 한다는 규정에 대해선 더 얘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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