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2회차 후기

토용
2020-11-08 21:24
433

김영민의 논어에 관한 에세이라고는 쉽게 짐작되지 않는 제목을 가진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다 읽었다. 몇 명 안 되는 세미나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고로께샘과 고은이는 별로 안 좋아했지만 나랑 여울아샘은 재밌었다고 했다. 동은이는? 기억이 안 난다. ㅋㅋ

논어에 관한 에세이지만 공자 및 유가 사상에 대한 찬양도 아니고, 계몽적인 내용은 더더군다나 아니어서 오히려 흥미로웠다. 저자의 블랙 유머적인 유머감각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고전을 나름 현대적인 감각으로 써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논어 에세이지만 논어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오히려 더 어려웠을 수도. 친절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논지가 튄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논어의 키워드로 생각거리들을 많이 던져준 책이었다.

 

많은 키워드들 중에서 ‘효’에 관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효와 예는 춘추 시대 친족 질서를 유지하는 방편이었다. 점차 전국시대를 지나 통일을 지향해 가면서 공동체의 질서는 예악이 아닌 법으로 세우려는 경향이 강화된다.

 

공자는 효의 대상을 대규모 친족 조직이 아니라 소규모 가족 단위로 생각했다. 가족 내에서 올바른 성정을 기르고 분쟁이나 복지의 문제도 가족 내에서 처리한다. 일상의 삶을 사는데 필요한 문제는 가족 내에서 해결한다.”

 

저자의 말대로 효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본 근간이 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아이들이 배웠던 『동몽선습』은 오륜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 오륜 중에서도 기본은 효라고 가르친다. 전근대까지는 효로 삶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효는 더 이상 가족 내의 질서를 유지하는 방편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도덕이 되었다. 고령화 사회는 개인의 효심에 기대어 가족 중의 누군가가 독박 간병을 하지 않는 한 집집마다 아픈 부모님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공자는 국가의 힘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여 소규모 가족 단위에서 삶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지금 우리는 오히려 노인 복지 문제에 관해 국가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다.

문탁의 선생님들이 ‘효심’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문제들로 애쓰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참 무겁고 아프다. 곧 내 일이 될 수도 있기에....

 

화제를 돌려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이다.

 

무턱대고 살아있는 고전의 지혜 같은 것은 없다. 고전의 지혜가 살아있게 된다면, 그것은 고전 자체의 신비한 힘 때문이라기보다는, 텍스트를 공들여 읽고 스스로 생각한 독자 덕분이다.”

 

열심히 읽고 생각하자!

댓글 1
  • 2020-11-09 22:42

    비록 안의 내용이 너무 튀어다녀서 제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지만..
    해석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저자의 시도나 이 책을 집필한 의도에 매우 동의하였고,
    특히 책의 앞뒤로 붙은 저자의 생각 부분은 매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학계 밖에서 공부하는 20대 여자인 제가 <논어>로 글을 쓰는 건 여러모로 도전적인 일이라는 느낌이라..
    저자가 먼저 (조금 다른 결이긴 했지만) 그 길을 걸어가준 것 같아 든든하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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