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식 <춘추좌전>을 읽고서

여울아
2020-10-12 12:16
365

청소년용 <춘추좌전>해설서를 마쳤다.(출판사 풀빛)

 

장점은 대충 알고 있던 것을 분명히 해주는 맛이 있었다. 

가령 제후가 한 집안의 여식과 혼인을 할 때는 그 집안의 3명 이상과 동시에 했다는 것.

그 딸(정실부인)과 친자매, 그리고 사촌 자매의 딸 즉 조카딸.

셋 이상  들인 이유는 제후의 권력이 한 여성에게만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고, 

그 중 조카딸까지 들인 이유는 그 다음 세대까지 고려했다는 것. 

막연히 여러 여자와 결혼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들 나름의 권력 균형을 위한 노력이었다. 

 

단점은 더 알고 싶게 쑤셔놓기만 하고 정작 깊이가 없었다. 

가령 천자로부터 봉토를 받고 제후가 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 

당시는 오, 월, 초 등이 스스로 자신을 왕이라 칭하며 나선 나라들이다. 

그렇다면 초는 어떻게 오랑캐에서 문화중심지가 되었을까?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 천자 경왕이 자리를 물려받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왕자 조가 반란에 실패하자,

주나라 왕실 서고의 상당한 전적들을 챙겨 초나라로 피신한 일이 있다. 이때 건너간 서적들이 이후 

초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아직 종이가 발명되기 전이니까, 죽간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으리라. 

이 책들이 어떻게 활용되었기에 문화뿐 아니라 부국강병을 창출할 수 있었다는 것일까? 

국가 통치 관련 서적이었다는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이 책에서는 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끙~

 

이번 분기 책들 중에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었는데, 다루는 주제들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다. 

춘추시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소국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물론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소국들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무려 52개 제후국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사라지지 않고 전국시대까지 살아남은 소국의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소국의 각자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국들끼리의 비등비등한 싸움으로 서로 공멸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소국들이 완충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경쟁하는 강대국들은 서로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공감이 생겨났기 때문에,

인의예지신 같은  덕목들을  바탕으로한 예법 질서가 작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국의 살아남기 전략은 처절하다. 

국제 정세에 따라 이리 붙었다가 저리 붙었다가 하고, 아니면 무조건 강한 나라를 따르던가..

이도 아니면 대국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명분을 쌓는 것. 여기서는 문덕을 쌓고 예를 행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혹여나 이런 소국들의 몸부림이 딱해보인다면 혹시 당신은 대국의 눈으로 소국을 바라보는 것 아닌가!

소국이 자신의 백성과 사직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거나

사대주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국경을 접한 이웃 나라는 더 이상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전국시대 연횡책을 폈던 소진은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한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의 연횡책은 춘추시대 작은 나라들의 생존전략의 연장선에 있기도 한 것 아닐까. 
2500년전 이야기가 오늘의 국제 정세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3분기 마지막 책 핑거렛의 공자의 철학입니다. 3분기 미니에세이 주제 정해오기^^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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