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가격>5장 6장 후기

토토로
2021-04-10 10:32
371

1.

모스의 <증여론>, 바타유의 <저주의 몫>에 이어  마르셀 에나프의 <진리의 가격>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그들이 비난했던 소피스트를 대비시키면서 시작된다.

앗!!  갑자기 왠 그리스 철학자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를 꺼내는 거지?

이제 내가 그리스 철학자들까지 공부하는 겐가.ㅠㅠ....싶어 책표지며, 속지까지 구석구석 훑어본다.

증여와 계약의 계보학, 진리와 돈의 인류학. 이라는 간단한 설명이 책 제목 밑여 달려있다.

휴~~다행이다!

 

2.

에나프는 모스의 증여론을 계승하여 인류학을 풍성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모스의 길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스가  <증여론>에서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밝혀낸다.  

에나프에 의하면 모스와 그의 뒤를 이은 인류학자들이(칼 폴라니 포함) 원시사회에서의 증여, 선물의 주고받는 행위, 상호대갚음의 원리를 경제 개념으로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호대갚음(상호성)의 원리로 돌아가는 경제, 

이런 해석이 모스와 그의 후예들의 잘못이란다.

 

에나프는 선물을 하고, 증여하는 것을 경제적 관점이 아닌, 관계를 맺는 관점으로 해석한다.

다른 공동체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그 상대 공동체에 대한 도전이고

그 선물을 받아들이고 되갚아 주는 것은 응수의 행위이며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공동체를 인정하고, 동맹을 맺고, 관계를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아무 경제적 유용성이 없어 보이는 조개껍질 목걸이, 팔찌, 청동판 등등이 귀중한 선물로 당당하게 사용 가능한것이다.

이거...매우 설득력 있다!.

(물론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대갚음의 원리가 경제와 완전 무관하다라고 얘기하는건 아닐 것이다.)

 

 

3.

이번주에 공부한 5장과 6장에서는 희생제의와 빚(부채)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희생제의는 오래전에 거의 사라졌고, 빚(부채)는 여전히  현대인들의 삶에 중요 요소 이지만 거의 경제적인 용어로만 인식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물-답례사회에서의 희생제의와 빚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자꾸 현대적인 필터를 끼워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한다.

나 역시 그렇다.

 

<저주의 몫>에서 소개된 아즈텍 문명에서의 희생제의를 읽을때, 나는 바타유에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희생제의를 비생산적 소모의 한 예로 설명한 것도,

여러 문명에서의 희생제의에 대한 풍성한 설명도 없이 아즈텍의 희생제의를 조금은 신비롭게 묘사하는 것도

당췌~~~못마땅했다.

특히나 노예와 포로를 사람이 아닌, 재물로 보고 신께 바치는 세계관이라니...........

 

그런 점에서 볼때 에나프의 설명은 그 답답함을 상당부분 해소해 주었다.

 

어떤 사회에서 희생제의가 벌어지는지, 

희생물로는 어떤 것이 선택되어지는지,

희생제의는 왜, 무슨 목적을 갖고 행해졌는지,

바타유가 말한것처럼 희생제의가 과연 순수한 비생산적 소모인건지.

희생제의는 어찌하여 사라지게 됐는지.....

나뿐 아니라 다들 의문점이 많이 해결되어 5장이 넘넘 재밌었다고 했다.

 

단 한사람만 빼고.....

그 단 한사람은 에나프의 세세하고 구체적인 설명, 모스와 바타유를 뒤집는 해석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인류학 공부할때 느껴지는 모호함.그로 인해 가져볼수 있는 풍성한 해석이 좋은데

에나프는 그 모호함을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불만이라고 했다.

 

<일리치 약국>, <용기내 가게 >개소식 장면.

삶은 돼지 머리 대신, 나무로 깍아 만든 돼지 머리가 중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왜 고삿상에는 못생긴 돼지머리가 올라 갈까? 돈 끼워넣기 편하라고? 돼지가 부를 상징하니까? 

어릴적에 이런게 궁금했는데.......^^;;;;

 

 

4.

 빚, 되갚아줘야할 의무로써의 복수 부분은 별 이견없이  진행되었다.

요즘 세상에서는 빚(부채)은 주로 경제적 관점으로, 복수는 사적인 폭력의 선에서 받아들여진다.

( 복수와 혐오 범죄를 혼동해서는 안될것이다)

 

그러나 선물-답례의 사회에서  빚과 복수의 개념은 오늘날과 완전히 달르다.

빚과 복수는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의 관계, 도전-응수-인정이라는 관계 맺음과 연관되어있다.

그런 사회에서  복수는  의무이고 당연한 것이다.

다만 복수는 집단 내에서는 금지! 개인적으로 하는 것도 금지! 라는 원칙이 있다

복수는 외부 집단에 맞서서, 집단적으로 하는것.  의무로서 되갚음 하는것!

 

5,

3월 이후 몇몇 쌤들이 바빠졌다.

낮에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 세미나 하는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짐작이 된다.

저녁 먹고 나면 두다리 쭉 ~ 뻗고 쉬고 싶고, 만사 귀찮고, 자고 싶은게 사람 맘이다.(나만 그런가...)

직장 다니면서 야간 세미나 신청하신 쌤들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이 많아지면서 송이쌤은 벌써 몇주째 세미나를 결석하고 계신다.

못만나니까 아쉽다. 부디 건강해치지 않고, 바쁜 와중에 읽는 인류학 책들이 또 다른 숙제거리가 아닌,

의미있는 무언가가 되었음 한다.

 

 

 

댓글 4
  • 2021-04-10 21:34

    후기 재미있게 읽었어요 담주 월요일엔 꼭 참석할깨여^^

  • 2021-04-10 21:41

    세미나때 설왕설래했더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우리가 텍스트를 읽으면서 헷갈려하는 것이 바타이유가 말하는 모호함일까? 그 부분이 헷갈리네요 ㅋ

    진리의 가격은 증여론의 빛나는 직관으로부터 촘촘하게 채워가는 사유의 그물망이 맘에 듭니다. 지금은 사라진 선물교환의례와 희생제의가 어떤 기능을 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사라졌는지 그 여파로 우리는 무엇을 상실했는지 아는 것에서 또 다른 길을 탐색하는 건 우리의 몫이겠죠.

     

    덧붙여서, 토토로님의 따뜻한 마음까지 읽혀지니 봄밤이 더욱 훈훈하네요~~ 고맙습니다. 

  • 2021-04-11 06:24

    호기심 돋아나는 글. 재미나게 읽다가 헉. 제 이름이 나와서 급...머쓱한 마음이 ... ㅎㅎ

    참석은 못하고 샘들의 글들을 보고 있습니다. 같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몇차례 빠지다보니 글은 밀렸고 특별히 걱정해주시니 이번 차는 참여하도록 노력할께요.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 2021-04-12 15:18

    그 '한 사람'이 누군지 참 문제네요. ^^;;

    그런데, 모스나 모스 이후의 연구자들도 '증여'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래서 마르셀 에나프의 글이 조금은 학술적적으로 느껴지나봅니다. 처음 <증여론>에서도 증여는 '사회적 총체적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ㅎㅎㅎ

     

    저녁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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