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철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어떤 걸 쓰게 될까요?

문탁
2021-06-04 12:10
370

내일이 지나면 이제 양생-페미니즘 책 읽기는 단 1회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드뎌 에세이쓰기에 돌입하게 되네요. 일정은 반장님께서 올려주셨으니까 저는 에세이주제를 중심으로............

 

 

이번 시즌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읽은 세 명의 사상가가 어떤 자리에서 발언하는지 너무 잘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그들의 이론이 자전적 담론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들이 각자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의미도 아닙니다. 나에게 그들은 어떤 아이러니, 모순, 복잡성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 복작함을 단순화하거나 무구함을 가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는 것입니다. 유난히 가사가 잘 들리는 (심지어 귀를 기울이게 되는) 노래처럼 말입니다. 아, 이것이 (내가 어쩌면 일찌감치 내다버린.....ㅋㅋㅋ) 페미니즘이 갖는 현재성일까? 이런 생각이 순간 순간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ㅎㅎㅎ 

 

 

해러웨이는 과학자이자 사회주의자로 발언합니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적 진실은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구성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로서 질문합니다. “유기체적이고 산업화된 사회로부터 다형적인 정보체제로 이행하는 흐름 속”에서 어떻게 포스트젠더의 형상을 제출할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그 속에서의 그녀의 유명한 ‘사이보그’가 탄생합니다.

 

브라이도티는 유물론자이자 유럽(비영미권)의 페미니스트로서 발언합니다. 젠더가 낡은 개념이라고 해서 주체성을 폐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허무주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주체성을 성차화해야 합니다. 근대, 남성, 형이상학적인 주체를 넘어서는 성차화되고 체현된 주체를 다시 제출해야 합니다. 물론 생물학적 본질주의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체현되고 성차화된 주체성은 다른 차이들을 횡단하며 구성되는 유목적 주체일 것입니다. 브라이도티에게는 이것만이 페미니즘 정치학을 가능하게 합니다.

 

버틀러는 성적 소수자로서 발언합니다. 젠더가 페미니즘을 가능하게 한 이론적 개념이었고 실천적으로도 유용하고 강력한 무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이 섹스/젠더의 이분법, 그것이 전제하는 이성애를 부단히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말입니다. 섹스 위에 젠더가 얹혀진 게 아니라 젠더 수행을 통해 섹스가 생산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페미니즘의 정식화는 어떻게 변경되어야 하는 것일까, 라고 말입니다.

 

질문도 생깁니다.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형상화)는 과연 이미지(혹은 문학비평)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질문도 또한 생깁니다. ‘사이보그’는 포스트휴먼의 통치성에 포섭되지 않을 수 있을까? 브라이도티의 유목적 주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스트 젠더시대에 다시 “'여성'으로서 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가 들뢰즈가 아니라 브라이도티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 버틀러에게도 그렇습니다. 젠더가 구성되는 것이라면, 젠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서 섹스가 생산된다면,  먹고, 아프고, 잠자고, 사랑하는, 매일매일 감각되는 이 육체의 물질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수행성이 일종의 규범권력이라면 어떻게 그 권력 밖을 사유할 수 있는지(패러디!! 라고, 대답하겠지만^^)...말입니다.

 

 

하여 이번 에세이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기 보다는 “이렇게 출발하고 싶어요” 정도의 글로 써보는게 어떨까 싶네요 (저보러 쓰라고 해도 그렇게밖에는 못 쓸 것 같아요. ^^) 작게 써봅시다. 한 명의 인물 혹은 한, 두개의 개념이라도 잘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이제 공지 나갑니다. 에세이의 형식은 서평, 리뷰, 시론, 주제에세이, 이 네 개 중에 고릅니다.

 

서평은 <사이보그 선언문>이라거나 <상황적 지식들> <젠더 트러블> 같은 논문 혹은 텍스트를 골라서 리뷰를 쓰는 것입니다.

 

리뷰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이나 Gabrielle Baur의 드랙킹 퍼포먼스 (<Venus Boyz (2002)> 등의 비평을 써 보는 것입니다.

 

시론은 최근의 이준석 현상이라거나 GS사태? 혹은 리얼돌 같은 문제를 다뤄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한테 익숙한 주제 에세이를 쓰는 것입니다. 아래는 주제의 예^^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 해러웨이의 상황적 지식을 중심으로”

  -“ZOE 평등주의: 동물권과 퀴어, 페미니즘의 정치학”

  -“포스트휴먼 통치성과 양생"

  -"‘여성’없는 페미니즘은 가능한가" (혹은 "‘여성’은 없다")

  -

 

다음 주 금욜 저녁 10시까지 전원 A4 반페이지 정도로 에세이 주제와 개요, 목차 정도를 정리하셔서 홈페이지에 올리시길 바랍니다. 모두 건투를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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