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12회차 후기

명식
2021-05-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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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에는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 휴먼』 후반부, 3장과 4장을 다루었습니다.

 

  우선 3장에서는 ‘죽음 정치’를 주로 다루었는데요. 본디 푸코가 주창했던 통치성의 문제, 살게 하는 권력, 인구로서의 포착과 살아있는 것의 통치 문제인 생명정치 혹은 생명관리정치에서 ‘죽음의 실천’에 더 포커스를 맞춘 개념입니다. 죽음에 대한 관리.

 

  본디 이 개념의 주창자인 푸코는 후기에 이르러 자기자신, 주체와의 테크네 문제로 관심을 돌려 브라이도티가 ‘신 칸트주의’로 명명한 그리스로 돌아갔지만, 니콜라스 로즈와 같은 이들은 꾸준히 푸코의 통치성 문제를 탐구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겠다”를 어디서 이끌어낼 것인가? 로즈는 여기서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환자들의 저항 같은 새로운 형태의 생존투쟁을 발견했고, 이것을 가지고 만드는 새로운 시민권리 개념인 ‘생물학적 시민권’ - 피해에 대한 대응으로서가 아닌 보다 능동적인 시민권 개념을 주장하기도 했지요. 한편 브라이도티는 이러한 로즈와는 또 다르게, 포스트 휴먼 시대의 다양한 죽어감의 방식을 검토하면서 죽음의 정치를 분석합니다.

 

  그 과정에서 브라이도티는 조르주 아감벤의 종말론적, 허무주의적 죽음 정치 개념을 넘어서려고 하며 (“아감벤에게 ‘벌거벗은 생명은’은 생성적인 활력이 아니라 통치성이 죽일 수 있는 인간 주첼르 구성하는 취약성이다....이렇게 필멸성과 소멸 가능성의 지평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멸종의 유령과 서양 모더니티 기획의 한계에 사로잡힌.....”) 이것은 다시 하이데거의 ‘종언으로서의 인격적 죽음’ 개념을 넘어서려는 기획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획의 돌파구로서 브라이도티가 제시하는 것이 삶의 연속체로서의 죽음, -되기로서의 죽음, 스타일로서의 죽음입니다. 다만 이 결론은 구체적이고 당대적인 죽음 정치에 대한 앞선 분석에 비하여 다소 원론적(?)인 회귀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문탁샘은 이에 대해 이것이 이 시대 죽음의 분석 과정에서 드러나는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의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허무주의에 대한 브라이도티의 경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하셨고, 저도 여기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한편 4장에서는 브라이도티는 휴머니즘의 위기가 곧 인문학의 위기로 전환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포스트휴먼의 기획이 어떻게 인문학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를 분석하였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그 분석들을 통해 브라이도티라는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령 소칼을 언급하며 90년대 과학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을 시도하는 부분에서는 들뢰지언인 브라이도티,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통해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브라이도티를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대학의 위기를 언급하며 ‘글로벌 멀티-버시티’라는 다소 수사과잉의 기획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브라이도티 역시도 이 문제에 대해서 대단한 난감함을 겪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다소 친근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브라이도티의 『포스트 휴먼』은 여러 당대적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또한 그에 대한 포스트구조주의 - 포스트휴먼 이론들을 정교하게 정리하여주었지만 그럼으로써 드러나는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약간은 태도의 영역에 머무르는 실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버틀러를 통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접근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1
  • 2021-05-25 15:58

    ㅋ 저는 브라이도티가 그 `태도에 머무르는 실천영역' 이 촉발하는 힘이 있어서 좋던데요 ~ 복잡한 현실을 횡단할 수 있는 잠재성을 촉발하는 언어의 장 이랄까... 브라이도티의 언어에서 느낀 느낌적인 느낌^^? 이제 조를 옮겨 친절한 명식샘^^ 을 못 만나 아쉽지만 ㅋ 그건 또 다른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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