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 12강 후기

현민
2021-05-24 23:23
318

 

양생세미나 시작할 때 맨 첫 시간, 제일 첫 번째로 자기소개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자신이 해온 공부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에서 제가 동양철학에 관심을 두어왔었다고 얘기했었어요. 동양철학... 거창하게 들리는데 그냥 장자랑 노자만 좋아해요...ㅎ 텍스트를 읽으며 은은하게 위로받고, 때론 고민이 해소되서 좋아했어요. 익숙하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여서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늘 서양철학이 낯설고,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웃기게도 이분법이 작동해서 동양철학과 비교하고 경계해왔는데... 요즘엔 책을 읽다가 문득 서양 철학사 먼저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 메모하다가 문득 글쓰기 세미나 먼저 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며 매번 글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있습니다. 기꺼이 하찮음을 내놓을 줄 아는 사람 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검열하게 될까요!

 

이번 세미나가 끝나고서는 죽음정치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있어요. 책 읽으면서 죽음정치에 가능성을 거는 것이 뭔가... 신기하고 계속 생각하게 돼요. 우리는 보통 <생명>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데 문탁 쌤은 생명정치라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죽어감에 대한 죽음 정치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죽음정치... ! 뭔지는 몰라도 충격적이어요.

 

최근 할아버지 상을 치룬 경험이 생각났어요.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이 모니터 속에 있고, 모니터 전원이 나가면 까만 화면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할아버지의 몸이 냉동고에 있어야 하는 것. 할아버지의 장지가 기간제(?)고 더 이상 누구도 돈을 내지 않으면 할아버지의 뼛가루가 담긴 통이 자리를 빼야 하는 것. 울지 말라는 말이 위로를 전하는 방식이 된 것. 죽은 사람이 가장 선하게 기억되는 방식들 같은 걸 떠올리며 텍스트를 읽었어요.

 

진달래 쌤이 이제는 이 사람이 죽었다는 걸 우리가 알아도 그 자체로 인정되는 게 아니라 의사가 와서 판정을 내려야지 되고, 이런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범법자가 된다고. 그런 절차엔 이유가 있는 걸 알지만, 그만큼 죽음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됐다고 하신 게 계속 생각나네요.

 

포스트휴먼 죽음 이론은 어떤 모습일까? ... 죽음 정치적 접근은 우리 시대의 체현된 주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어떻게 서로 죽이는지에 대해 더 정확한 지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시 이러한 접근은, 우리 시대의 끔찍함과 복잡성 둘 다를 존중하고 그것들을 긍정으로 다루려고 시도하는 윤리학을 분석하는 새로운 도구들을 제공한다. (포스트휴먼,169)

 

전에 일리치 약국&용기 내 가게에서 얼핏 '병도 벗 삼고~'하시는 말씀을 들었을 때, 왜인지 너무 와 닿고 기뻤는데 죽음(비인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휴 저 너무 걱정돼요. 제가 쌩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거면 어쩌죠? 그런거 같으면 누가 저한테 말 좀 해주세요...ㅎㅎ

 

댓글 4
  • 2021-05-25 00:48

    뚱딴지 아니라서 댓글 zero 면 우짜죠....

    죽음에 대한 판정을 의사가 내리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죠. 사망 신고.. 아닌가 ? 아마 경찰이 연루되는 거 같은데...  아마 그런

    절차가 있죠... 그 것 자체가 이분법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그런데, 현민의 후기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병도 벗 삼고~'  하는 구절에서요,  '그럼 죽음까지 벗 삼고 ?' 

    죽음 너머를 읽으면서 죽음을 에게 적용하면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번뜩 하게 되네요.

    왜냐구요 ?  갑자기 병도 벗 삼고~에서 죽음을 벗 삼는다.....   내가 아닌 주변인의 죽음으로 가지고 가니,,,

    아직 휴머니즘을 벗어나지 못하겠어요. ㅜㅜ

    뭔가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간 거 같긴 한데,  갑자기 또 왜 이렇게 인간적인(?) 슬픔이 먼저 오는지 ...

    밤이라 그런가... 

     

  • 2021-05-25 08:21

    "저는 늘 서양철학이 낯설고,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웃기게도 이분법이 작동해서 동양철학과 비교하고 경계해왔는데... 요즘엔 책을 읽다가 문득 서양 철학사 먼저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 메모하다가 문득 글쓰기 세미나 먼저 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며 매번 글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있습니다. 기꺼이 하찮음을 내놓을 줄 아는 사람 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검열하게 될까요!"

     

    나는 현민이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이어서 너무 좋아요.

    아직 젊은디, 뭐... 차차 합시다.

    동양철학도 공부하고, 서양철학사도 공부하고, 글쓰기 세미나도 하고

    아, 나 오래동안 튼튼해야쥐..... 그래야 현민이 공부 봐주고, 갈구고, 봐주고, 갈구고...그러쥐....ㅋㅋㅋ

  • 2021-05-25 08:22

    텍스트를 읽으며 은은하게 위로받고, 때론 고민이 해소되서 좋아했어요.

    : 백퍼 공감되는 말^^ 저도 정말 오랫동안 동양고전을 읽으며 이랬거든요 ㅋ

    현민님의 후기를 읽고 있으며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의 볼빨간 시절이 떠오르고요^^

    그 빨간 볼의 열기로 설렜던 초심을 다시 떠오르네요.

    기쁜 공부의 시절을 함께 보내서 좋습니다그려 ㅋㅋ

  • 2021-05-25 08:58

    현민씨 시간은 그대편입니다~~ 하나하나 하고픈 공부들 해나가셔요~~ 이 후기를 읽고 아니 현민씨랑 좀 친해진 누낌이 들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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