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 프로젝트 12 회차 후기

초록
2021-05-23 22:32
322
페미니즘인데, 웬 포스트휴먼이지 ?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페미니즘 공부가 너무 광범위했고, 매 번 혼자서  '그래서 어쩌라고, 위아더월드' 야 ?  하는
혼잣말을 자주 했었다. 백인 남성 중심적인 것이 규범과 보편을 이룬 고전적 휴머니즘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안으로써
제시된 담론이 포스트 휴먼이라고 하니, 지금 우리 여기... 페미니즘은 단순히 female 만의 용어가 아닌 것이다.
아니면,  페미니즘은 더이상 협의의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여기는) 페미니즘이 아닌 것인가보다.. 하고 대강 짐작을 해본다.
 
문샘은 '지도를 그려야 한다' 고 말씀하셨다. 공부가 정보,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현실을 개념화 하고 저항의 출발지점이
될 수 있는 언어의 지도, 개념적 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마저도 확 와닿진 않는다.
어디로 갈지,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그런 것 같다.  
 
12회차엔 죽음 너머 생명, 이론 너머 생명을 보았다.
이론 너머 생명에서 도티는 유니버시티가 아닌 멀티버시티를 이야기하지만, 우리하고는 그 배경이나 학문적 토대가
많이 달라서 크게 공감하진 못한 부분이었다. 모임 이후 문샘의 강의에서도 이번 주엔 죽음 너머에 집중하자고 하셨다.
 
포스트 휴먼 생기적 정치학은 죽어감의 실천까지 다룬다.
여러 다양한 폭력들, 환경재난, 바이러스, 살인 산업 그리고 정신적 죽음등의 양상은 이제 더이상 푸코의 생명정치라는 
말로 설명을 다할 수 없다. 죽어감에 대한 정치적 관리가 필요하다. 전쟁에서 생명을 대하는 태도 혹은 정부가 백신을 대하는
태도는 생명도 죽어감의 정치도 모두 다 없는 것 같다.  단지 죽음을 개인적인 문제로 가지고 와서 슬퍼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불러일으게하는 것 말고는. 그래서 포스트휴먼 곤경이다. 
 
이번 죽음 너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impact 있었던 부분은 'a has been' 이다.
휴머니즘에서 말하는 죽음, 죽음은 끝이고 두렵고 슬프고 아쉽고... 이런 느낌을 씻고 좀 담백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은 것 같다.  '유목적 주체로의 되기'도 유기체의 죽음을 감수하고 해체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는데, 또한 변신인 건가...
 죽음은 생명의 목적론적 목적지가 아니다. 신체의 물리적 종말이라는 형태로 올 것이지만, 나의 현존재의 중단된 흐름이라는 
사건으로서의 죽음은 이미 발생했다. 우리는 언제난 현재완료적 존재이다. 원래 내 안에 생명과 함께 늘 죽음도 같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현재가 없다 -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이미 과거이고, 다가올 미래도 이미 와서 지나가고 있다. 
현재가 없는 데 너는 무엇에 끄달려 있느냐...' - 라거나,  장자가 말하는 죽음,  '지금 우주 안에 잠들어 있다. 내가 슬퍼하고
운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모른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슬퍼하기를 멈췄다.'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이해하는 게 맞는 건지, 다르다면 또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내 맘대로  'a has been' 이라는
문구가 너무 좋다.
 
사건의 죽음의 시간은 아이온의 비인격적이고 지속적인 현재, 영속적인 되기다. 시간의 총체성을 의미한다. 
이 아이온은 스피노자의 언어라고 한다. 도티는 스피노자, 들뢰즈 등 많은 철학자들의 내용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전개해낸다. 진작에 이들을 공부했다면 조금은 쉽게, 그리고 도티의 논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처음 세미나 시작할 때 월요일에 하는 철학사 세미나에 끌린다 했더니, 안해도 된다며 만류했던 동학들이 떠오른다...
흠.... 나 아직 헤매고 있다오...  방금 줌으로 뵌 문샘은 여러 이론들을 몰라도 지성의 힘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하시는데,
내겐 지성도 없는 거 아닐까 ?  ㅜㅜ 
 
3장 죽음 너머의 주제가 뭔가 좀 좋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한 번 더 책을 보고 여기서 정리를 해낸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마음을 그러하나, 지금 이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다음 시간까지 아예 후기를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모자란 후기를 쓰고 있다.  늘 독려하는 반장님을 위해,  일단은 지난 시간 후기 스타트를 끊어 본다. 
 

 

댓글 4
  • 2021-05-24 08:20

    이 후기 전체가 초록의 지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네.

     

    어제 밤 줌 미팅에서 난 정말 감동 먹었시유.

    그대들(초록, 느티, 코투, 먼불빛)이 너무 좋아.

    직장을 다니고, 매번 이 인문학 공부가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될까, 라고 회의하면서도

    그래도 끈질기게 다시 시작하고 애쓰고 발견하고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삶들이 너무 존경스럽더라구요.

     

    이 공부가 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또 뭐가 안 되도 어쩔 수 없지만

    딱 이 순간, 읽고 쓰기에 집중하는 딱 이 순간, 구원의 시간일게야^^

     

     

  • 2021-05-24 19:30

    반장의 독려~~ ㅋㅋㅋ 나도 감동^^ 초록님^^ 오래 오래 같이 공부합시다~~

  • 2021-05-24 20:11

    샘들 멋져유... 자극받아요... ㅎㅎ

  • 2021-05-25 08:52

    철학사세미나로 스피노자와 들뢰즈를 알긴 어려울 것 같아요 ~ 브라이도티를 읽었기 때문에 좀이라도 알 수 있었을 거 같아요~~ 홧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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