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 프로젝트 1 - 10회차 <유목적 주체> 4, 8, 9, 10, 13장에 관한 후기

조영
2021-05-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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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양생 프로젝트에는 처음으로 후기를 남겨보는... 조영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양생 프로젝트 10회차 텍스트로 로지 브라이도티의 <유목적 주체>

4, 8, 9, 10, 13장을 함께 읽고 메모했습니다.

 

저희 조에서는 메모에서 랟펨, 민주당의 군 복무자 예우법 발의 논란 등의 문제를 '대문자 남성-여성'의 구조에서 짚어보았고,

이어서 박나래나 '메갈' 손모양 이슈까지 더더욱 심화되는 백래시 현상과 여남간 대립적 구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어요.

위와 같은 현상들은 여전히 우리가 '차이'를 모더니티의 그것으로, 그러니까 different from~이라고 생각하고

주체나 정체성을 이원적으로 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저희 조는 조모임 말미에 특히 브라이도티가 역설한 '민첩함, 가벼움, 복수성'의 힘과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던 것 같아요.

느티 님께서는 남편 분의 보수성(?)에 대해 토로하시면서도 동시에 어머니로써 딸의 과감해지는 옷차림을 보시고 당황했던 마음을 이야기해주셨어요. 어머니, 여성, 공부하는 사람, 세대나 연령 처럼 우리를 구성한다고 믿고 있는 여러가지 정체성들이 교차하며 부딪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겠지요. 

저도 저희 집 막냇동생에게 언니로써, 같은 여자로서, 아주 쬐금 더 살아본(ㅋ) 연장자로서 이러저러한 걱정도 하고 잔소리를 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지난 토요일에 느티님 일화를 들으면서 저희 엄마가 떠올랐어요.

동생이 없는 자리에서 만약에, 아주 만약에 동생이 저나 엄마의 우려를 넘기고 어떤 최악의 끔찍한 사고를 맞이한대도

엄마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물론 사랑하니까 엄청나게 슬프고 괴롭겠지만, 뭐 어떡하겠냐구요.

저희 엄마처럼 가족이 인생의 거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분이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 듣고

저렇게 말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경험을 거쳤겠구나, 싶었어요.

 

무사님은 무사님이 소속되어있는 '살림'이라는 의료협동조합 이야기도 해주셨는데요,

주요한 모임의 마지막에 <얼굴 찌뿌리지 말아요>를 개사한 다소 유치한 노래인 '살림송'을 부르고 마친다고 합니다.

유치한 멜로디에 가사일지라도 다함께 이걸 합창할 때 생기는 연대감과 즐거움이 있는데, 이걸 '살림뽕'이라고 부르신대요.ㅋㅋ

저는 저희 엄마가 가족에게 무슨 사고가 닥쳐도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는 것이나

무사님이 조금은 민망해하시면서 설명해주신 '살림뽕'이 브라이도티가 말하는 삶에서의 가벼움, 유머의 기술이 아닌가 싶었어요.

이 전략은 결국 '정황적 인식', 그러니까 기린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발언하고 있는 본인의 위치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 것 같아요.

앞으로 저도... 동생이 제 눈에는 탐탁치 않은 선택을 할 때 잔소리가 하고 싶다면

이 가벼움의 중요성을 다시 떠올리고 민첩하고, 가볍고, 복수적인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해봐야겠어요. ㅠㅠㅋㅋ

이런 접촉의 테크닉이야말로 가볍지 않게 수련했을 때 가볍게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지만요..

 

마무리를 어떻게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불현듯 생각나서 덧붙입니다.

민첩함, 가벼움, 복수성의 테크닉을 가장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코미디언의 '해나 개즈비'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추천해요.

넷플릭스에서 '해나 개즈비의 나의 이야기'를 검색하시면 시청 가능합니다.

젠더 폭력을 자신의 성장과정과 실제 경험, 예술사, 본인의 커리어와 함께 엮어 이야기를 짜는 사람이에요.

아직 안 보신분이 부럽네요..ㅎ

댓글 5
  • 2021-05-13 16:47

    가볍고 재미있는 후기 잘 읽었어요! 해나 개츠비~얼렁 보고 싶네요~ 

    • 2021-05-13 17:15

      해나 개즈비Hannah Gadsby! 입니다 호주의 여성 코미디언이에요 ㅎㅎㅎ

  • 2021-05-13 17:09

    저도요~~~ 한번 찾아 볼게요~~

     

  • 2021-05-14 21:33

    말미에 왜 아직 안보신 분이 부럽다는 거에요 ???

    • 2021-05-14 21:45

      ㅋㅋㅋㅋ

      초록, 진짜 감 떨어졌구나.....

      너무 좋아서, 아직 안 본 사람은 그걸 볼 수 있을테니, 얼마나 좋겠느냐.... 뭐 그런 거잖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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