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왈 수행---- 릴레이⑥

게으르니
2016-11-20 14:08
294

2011년 일 년을 꼬박 매주에 한 번 오전에

광교산 바람의 언덕까지 왕복하는 4시간 등산을 했다.

등산로가 떠나가도록 왕왕대며 불평불만을 쏟아내던 나와 그에 대한 친구들의 입장을 들었다.

하산 즈음에 이르면 이야기는 자연스레 당시에 회자되던 이슈들로 옮겨갔다.

인기를 구가하는 드라마와 음악과 어디선가 주워들은 찌라시 정보까지.

그리고 내내 깔깔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 네 시간동안 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기억이 새록새록하고 그 때 함께 한 친구들의 면면이 떠오른다.

그 중에는 지금도 일상을 함께 꾸리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뜸하게 보거나 이사를 간 친구들도 있다.

문득 그들에게는 그 때의 기억이 어떻게 새겨졌는지 궁금하다.

 

올해 인문학 축제 주제와 관련하여 백일 정도 수행은 해야지 않냐는 공감이 흘러 다닐 즈음

운동을 하면 어떨까 싶던 참에 기회가 왔다.

허리 때문에 골골대는 지금이 옆에 있길래 요가 100일 하자고 선수를 쳤다.

지금은 요가 너무 힘들다, 일주일에 한 번 하고 있는 몸살림이라면 모를까,

마침 옆에 있던 달팽이가 때를 놓치지 않고 잡아챘다.

그래! 그럼 몸살림으로 100일 수행하자.

이럴 때 보면 달팽이는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를 아는 본능적인 감각이 있다.

둘이서 매달리니 ‘16년 축준위 위원장님거절할 기운은 확 줄어들고,

몸살림으로 백일 수행을 해야 할 팔자려니 수렴하는 기운은 승천했다.

그래, 해보지뭐.

이렇게 몸살림 100일 수행팀이 꾸려졌다.

다른 친구들도 꼬시고 운동을 시작하니 해보겠다는 마음을 내서

함께 몸을 비틀어 살리자는 친구들이 접속하면서 최대 10명에 이르는 사람이 수행에 참여했다.

이문서당 강의를 하러 오시는 우샘이 우리를 보고 말씀하시길

너희들도 이제는 운동권이 되었구나!”

 이리하여 우리는 문탁의 운동권이 되었다.

 

시작은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지만

축제의 주제인 수행과 연관이 되면서 운동하는 일이 수행인가? 그럼 이 때 수행은 뭐지?

가벼운 몸으로 살자는 뜻으로 시작했는데 뭔 의미가 또 있냐고 반문도 됐다.

그런데 축제가 무르익어갈수록 친구들까지 여기저기서

질문들을 밀고 나가니 마냥 모르쇠 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자고로 공동체에서 굴러다닌다는 것은 나도 친구들도 서로를 못살게구는 능력을

탁월하게 구사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 또한 점점 그 질문을 궁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백일 내내 하루도 쉼 없이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참으로 만만찮음이 체득되었다.

지금은 축제 자료집에 여는 글을 쓰면서

이 과정을 기존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 고충이 따랐다고 고백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아침 여덟시 반에 문탁 강의실에 있는 것,

이 한 가지에 성실하기 위해 그 전에 끝내야 하는 일들.

더구나 100일은 쉬지 않아야 한다는 축준위의 눈총을 자발성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지방에 가서 문탁에 올 수 없을 때, 일요일 집에 있을 때조차 운동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내 경우 추석 명절에 고향에 갔을 때는

온천 사우나실에서 몸살림 동작을 했다.(식구들 눈치 보느니 모르는 남 눈치 보는 것이 훨씬 편했다^^)

 

처음에 시작 한 후 여러 사정이 있어 못 나오는 친구들을 향해

출렁이는 마음을 보는 일도 고단했다.

같이 하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친구들을 보면서 만 가지 감정이 발했다.

무엇보다 왜 저렇게 하지? 라는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그것은 친구에게 생긴 사정이 궁금해서 비롯된 질문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여기는 척도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 섞인 불만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렇게 감정에 출렁이는 나를 보는 일은 참 고단했다.

 

결국 나에게 수행은 그 고단함을 통해

끊임없이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치를 바꾸는 것,

그를 통해 해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함께 하는 일이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마음의 출렁임을

끊임없이 살펴서 그 마음의 실체를 계속 돌파하는 힘을 키우는 것.

무엇보다 수행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것,

함께 할 때만이 그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100일의 수행 매순간은 배움을 일으켰고 그 배움으로 나는 또 할 수 있었다.

 

1130일이면 우리의 몸살림 백일 수행도 끝난다.

정해진 기한이 있는 수행 이후를 물었고 또다시 마음의 무거움이 엄습해왔다.

고단한 이 일상 좀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도 때도 없이 시달렸다.

그 때마다 이것을 하겠다고 마음먹던 순간을 떠올린다.

좀 더 가벼운 몸으로 살자.

100일 수행으로 운동하자고 꼬실 때 합을 맞추었던 우리의 마음을 생각한다.

, 친구가 있어 좋구나.

 

결국 며칠 전에 100일 수행이 끝나도 운동은 계속해야한다고 선언했다.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움찔했던가, 혹은 체념했던가(나의 성화에 ㅋㅋ).

이리하여 몸살림 100일 수행팀은 문탁의 진정한운동권이 되기 위해

사시사철 운동하기로 했다.(맞죠? 여러분?)

몸살림 수행은 계속된다.

댓글 5
  • 2016-11-20 14:42

    전 동네 뒷산 등산을 참 좋아하는데....

    몇 년 전 주 2회 하던 불곡산 등산을 문탁에 매일 나오게 되면서 못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게 참 아쉬운데, 과거 등산팀이 있었네요?

    몸살림도 좋지만 종목을 바꿔서 광교산 등산팀을 다시 한 번 조직해 보심이?

    • 2016-11-20 15:34

      제목 없음.png

    • 2016-11-22 21:18

      저도 등산 찬성이요.

      뭔가 조직하는 걸 참 못하는 인간인데...문탁에 오니

      조직을 부추키게 되네요. ㅋㅋ

      문탁 산악회 만들어요~

  • 2016-11-21 01:28

    구좌파 운동권...ㅋㅋ

    전 거기엔 안낄테야요...ㅎㅎ

  • 2016-11-22 16:27

    나는 늘 게으르니의 꾸준한 그 용기에서 배웁니다^^

    문탁의 진정한 운동권에 한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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