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책> 북콘서트 후기: 세미나를 하고 세미나 책을 쓰는 정군샘에 관하여

호수
2021-07-12 22:29
509

정군샘을 보고 있으면 어쩜 저렇게 옳은 말을, 어쩜 저렇게 논리정연하게 할까? 하고 감탄하게 된다. 아마 저분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살 거야.. 다만 상대에게 다 접수가 안 될 뿐이지... 싶다. 정군샘의 말은 절제되어 있다. (절제되어 있는데 그렇게 할 말이 많다. 아마 최대한 효율적으로 많이 전달하려고 논리정연하게 '되고' 절제하게 '되는' 것 아닐까?)

 

큰애 학교에 상담을 갔다가 뒤늦게 도착했는데 다같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라디오헤드 곡에 저런 것이 있었나? 오묘하게 듣기 좋구나.. 생각하는데 정군샘이 이 곡은 스티브 라이히의 Electric Counterpoint라는 곡이며 제목의 counterpoint, 즉 대위법이란 두 개의 독립된 선율을 결합하는 작곡 기법이다, 이 곡을 들으며 세미나책을 썼기에 오늘의 곡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과연.... 세미나를 하면 매번 어떤 이유로든 혼자 읽을 때와는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되는데 그게 매번 꼭 아름답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뜻밖의 어울림에서 오는 오묘한 감흥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바로 그러한 감흥이 그 곡과 무척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군샘에게 감탄하는 두 번째 포인트가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분명한 의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되 '나의 말과 의도가 상대에게 오롯이 접수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상다반사'라는 사실을 또한 잘 아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한 학기 동안 지켜본 튜터 정군샘은 좀처럼 흥분하는 걸 못 봤고 쉽게 당황하지 않았다.

 

옆에 앉으신 봉옥샘께서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는 자문자답을 반복하셨는데 요점은 발제의 어려움과 공부하는 목적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나 역시 문탁에 걸음하기 시작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발제가 어렵다. 당연히 거의 매번 요약발제였고 따로 인용부호를 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의 문장 복사를 반복해왔다. 어떤 식의 발제도 '안 되는 것'은 없지만 문장을 그대로 옮기는 발제는 절대 하면 안 된다, 요약을 한 번 해보고 이제 거기서 발제를 시작하는 것이다, 라고 정군샘은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해야 글쓰기에 단련이 된다는 거였다. 우현샘의 질문은 다소 엉뚱하면서도 역시나 실질적인 고민이 잘 묻어났다. 바로 세미나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였다. 철학학교를 시작하며 화제의 홍보 연재글을 올렸고,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다음 학기 철학학교 세미나에서 읽을 책을 준비해와 질문자들에게 나누어주시는 정군샘이었으니 우현샘은 질문 대상을 아주 잘 잡은 셈이다. 정군샘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정말 열정을 갖고 공부하고 싶은 주제라면 그 마음이 사람을 끌어모은다고.

 

정군샘과 달리 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대개는 잘 모르는 나는 아마 지금 이런 말이 하고 싶은 것 같다. 토요일 북콘서트 자리 역시 정군샘이 잘 드러나는 그런 자리였다고. 그 자리를 뜨끈하게 달구어주는 좌충우돌 질문들과 청량리샘의 점잖은 한편 어딘가 위태한 느낌을 주는 진행이 있었고(우리의 정의롭고 자애로운 '정의와미소 샘'을 '정미소 샘'으로 만든 사건이 터지고 만..), 그러든 어쩌든 당황하지도 오버하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전달하는 정군샘이 있었다. 그리고 물론 공부하는 사람들의 은근한 우정이 있었다. 그 어울림을 느끼는 것이 꽤 즐거웠다. 자리가 파하고 간식으로 주시는 마들렌을 집어 들고 나올 때 기분이 좋았다.

 

 

댓글 11
  • 2021-07-13 10:12

    세미나주의자들의 세미나 이야기

    재미있었습니다~ 

     

     

  • 2021-07-13 12:18

    정군샘의 입에서는 말이 참 쉽게 나와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항상 진심이신 것 같아요...2학기 하이데거도 진심으로 느껴져요...

    흥행은 틀린 것 같아요...오붓하게 잘 해봐요 정군샘. ㅎㅎㅎ

    • 2021-07-13 22:30

      요즘 부쩍 '내 진심이 어색한가...'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만 진쉼 맞숨다. ㅎㅎㅎ 

      그래도 여전히 '흥행'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진쉼을.... 품고는 있습니다!

  • 2021-07-13 19:14

    진심인 사람들의 진심어린 세미나 책 이야기 자리,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 2021-07-13 19:16

    살짝 들렀다가 얼른 나왔고, 유튜브로 봤습니다. 조곤조곤 음성 지원되는 <세미나책>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흥행은 틀렸을까요? 저는 진심 낚였습니다.ㅎㅎ 줌으로 하신다면 하이데거 세미나에 손들어 봅니다.(공지는 언제...?)

    • 2021-07-13 22:31

      제가 책 여섯권을 준비해 가면서 한 권은 무사샘을 만나면 드려야지 하면서 갔는데 말이죠...ㅠ

      세미나에서 뵙겠습니다 ㅎㅎㅎ

  • 2021-07-13 22:35

    본문은 넘나 민망스러운 것이 "실상은 많이 달랐다"....는 말씀만 드리옵니다. 허허허....

    • 2021-07-15 11:41

      뭐 아직까지 제가 보아온 정군샘이 그렇단 것이고... 앞으로 여러 모습 기대할게요 ㅋ 하지만 역시나 그 짤까지 넘나 적절해 보이는.. ㅎㅎㅎ

  • 2021-07-14 08:53

    2학기 철학학교 제목 추천드려요

    "철학에 진심인 사람들, 하이데거!"

  • 2021-07-14 16:33

    글로만 읽다가 실제로 정군샘의  입담을 확인하였습니다. (하이데거 흔들리는군요~)  

    세미나 책은 저와 같이 세미나 하는 친구들에게 한 5-6권 정도 판 거 같아요. ㅎㅎㅎ 

  • 2021-07-17 06:56

    횡설수설한 봉옥이 입니다.

    세미나책을 읽고 궁금한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시간을 좀 확보해야 되겠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그런생각이 들었어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45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7주차 후기 (8)
진달래 | 2023.06.27 | 조회 362
진달래 2023.06.27 362
744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7주차 질문들 (14)
정군 | 2023.06.21 | 조회 339
정군 2023.06.21 339
743
[2023 철학학교 시즌2] 스피노자 읽기 6주차 후기 (7)
지음 | 2023.06.19 | 조회 350
지음 2023.06.19 350
742
보충자습...미진했던 부분 (7)
아렘 | 2023.06.19 | 조회 374
아렘 2023.06.19 374
741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6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6.14 | 조회 337
정군 2023.06.14 337
740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에티카> 2부 두번째 세미나 후기 (12)
호수 | 2023.06.08 | 조회 606
호수 2023.06.08 606
739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5주차 질문들 (14)
정군 | 2023.06.07 | 조회 368
정군 2023.06.07 368
738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4주차 후기 (17)
아렘 | 2023.06.02 | 조회 645
아렘 2023.06.02 645
737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4주차 질문들 (17)
정군 | 2023.05.31 | 조회 339
정군 2023.05.31 339
736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3주차 후기 (6)
세븐 | 2023.05.26 | 조회 449
세븐 2023.05.26 449
735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3주차 질문들 (15)
정군 | 2023.05.24 | 조회 358
정군 2023.05.24 358
734
철학학교 시즌2 두번째 시간 후기 (10)
세션 | 2023.05.19 | 조회 671
세션 2023.05.19 67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