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어바웃 철학학교 -1학기 철학사 마지막 후기입니다~

여울아
2021-06-28 16:00
373

맨 꼴찌로 에세이를 올리고 마지막 후기를 (떠)맡은 여울아입니다~

오늘 후기 제목은 1학기 철학학교에 관한 모든 것입니다. 

 

1. 철학학교 수업 방식은 어떻죠? 

 

먼저 기쁜 소식부터 전할게요. 철학학교가 2학기에도 계속 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소규모 철학 세미나들도 이것 저것 생겨날 것 같은데, 이게 다~ 문탁에 뼈를 묻겠다는 철학 전공 정군샘 덕분입니다~

 

어떤 ‘철학’을 향해, ‘삶’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자. ‘답’은 중요하지 않다. 계속 ‘질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정군 에세이 中)

 

철학학교는 문탁의 세미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공부 방식이었습니다.

메모에 질문을 담아라~ 질문을 가지고 에세이를 써라~  등등 산전수전 공중전 온갖 공부방식을 듣고 보고 해보았지만!!

질문만으로도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발제도 있고 메모도 쓰지만, 각자 하나 이상씩 질문을 올리면

개떡 같은 질문을 찰떡 같이 편집하는 정군샘의 솜씨가 한 몫을 하기도 했구요. 

혹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빠졌으면 즉석에서 질문이 만들어져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2. 질문으로만 수업을 한다? 장단점은? 

 

한 학기 동안 무얼 배웠을까?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한 마디로 '혼란'이다. (물방울 에세이 中)

어쩌자고 공부하겠다고 말했나... 책을 읽다가... 서너 번은 집어 던졌다.(가마솥 에세이 中)

 

질문으로만 구성된 수업은 수렴적이지 않고 발산적입니다. 

튜터가 핵심을 요약해주지 않으니 너도 나도 자기 말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느라 바쁩니다. 

입 닫고 그냥 열심히 듣겠다구요?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열심히 듣다보면 더 모르겠다고 나자빠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책의 용어도 낯선데다 다른 사람의 화법까지 알아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미나가 진행되면서 철학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져서 철학을 계속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좋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들었다. 그러나 철학사를 통해 나의 다른 공부들을 더 많이 이해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 순간 서양철학사 공부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정의와미소 에세이 中)

 

발산적 사고 혹은 발산적 방식의 장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이해한 만큼 말할 수 있고 또 평가받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이의제기가 빗발칩니다 하하)

자신이 만든 질문에 자신이 답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공부가 됩니다. 

그러나 내게 가장 크게 배움으로 다가온 것은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질문하고 전혀 다른 답을 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에서였습니다 

 

나는 생태학이나 생태주의가 오히려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중에는 굳이 어느 한 쪽으로 갇힐 필요도 없고 또 어느 한 쪽으로만 적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여울아 에세이 中)

 

혼자서는 전혀 다르게 질문하고 전혀 다르게 답을 해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큰 힘 들이지 않아도 발산적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3. 철학자? 가 아니라 철학사? 를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서양철학사>야말로, 그것이 다양한 철학적 입장과  사상들을 '시대마다 다른 관점의 접근'에서 도출되어지는 주장들을 보여주며 나의 입장에 의문점을 던졌다. (인재하 에세이 中)

 

이건 철학를 읽으며 아주 의외로 느껴진 일인데 예전에 계몽주의자들에 대해 딱히 궁금해한 적이 없었건만 이번 철학사를 통해 함께 읽으며 어쩌면 계몽주의가 내가 가진 사고방식의 원형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 에세이 中)

 

누군가 데카르트를 한 마디로 정의해보라고 묻는다면 나는 "합리주의자"라고 말하는 대신에 "모르겠다"고 말할 것이다.(봄날 said)

 

군/닐은 관점주의, 상대주의, 다원주의 등의 개념을 가져와서 소피스트들의 회의주의가 현대인의 사고방식과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요요 에세이 中)

 

4. 2학기 철학학교는 뭘 공부하나요? 

 

살짝 스포를 흘리자면,  

황수영 선생의 시몽동 강좌가 끝나고 이어서 시몽동을 읽을지 아니면 하이데거를 읽을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제 두 달간의 여름방학, 시원하고 달콤하게 보내시고 2학기에 만날게요~

마지막으로 다들 방학동안 뭐하고 놀까를 고민할 때 뒤통수를 날리는 자가 있었으니... 그의 방학계획을 공유해봅니다~

 

방학을 맞은 요즘, 가급적 거르지 않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형이상학서설>을 읽는다...

아울러 지프란스키가 쓴 쇼펜하우어의 전기를 읽는다... 

여유가 된다면 남은 니체 전집 한 권을 마저 읽을 생각이다... (아렘 에세이 中)

 

** ps. : 철학학교 튜터는 두 사람입니다. 다른 한 사람 요요샘의 역할은 군불 지피기입니다. ㅎㅎ 

전투력 최고조의 요요님을 만나는 즐거움이 더해져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5
  • 2021-06-28 16:42

    어제 옆방에서는 엄청난 말들이 오고갔군요!!!

  • 2021-06-29 10:03

    이제 드디어 한 학기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에세이 데이는 온라인 세미나를 할 때 뭔가 헛헛했던 것이 메워지는 자리였습니다. 

    미세한 몸짓과 표정의 변화, 눈맞춤, 파문처럼 퍼져가는 감응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더 충만한 느낌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2021-06-29 13:15

    후기의 맨 마지막이 진짜 화룡점정이로군요. '뒤통수-보충학습-전투력'으로 이어지는 알레고리(?) ㅋㅋㅋ. 후기 넘나 재미있습니다. 역시 후기는 '비자발적 자발성'으로 쓰는 것, 이라는 확신이 듭니다요.

    '온라인' 세미나 과정도 정말 즐거웠지만, 실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니까 확실히 오고가는 게 더 많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장'에도 갈 수 있고요! ㅎㅎㅎ)

  • 2021-06-29 17:49

    평면과 입체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더군요. 직접 만나뵈니 다들 매력이 뿜뿜이셔서.. 그간의 허전함을 200% 채운 자리였습니다.

     

  • 2021-06-30 01:32

    진도에 치여 읽어야 할 것이 사라진 편안함을 좀 즐기며 보내고 있습니다. 애를 태우던 일도 조금은 안정을 찾아서 마음이 좀 가볍습니다. 그렇다면 읽기에 열심일 법도 하건만, 뭐 거르지 않고 읽고 있다는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아무튼 아직까지는 에세이가 거짓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칸트도 쇼펜하우어도 아주 조금씩 읽고 있으니까요...7월이면 거리두기도 완화가 된다고 하니 못한 식사 자리가 또 생기겠지요.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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