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사-20장 다윈 후기

micales
2021-05-14 18:20
314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철학학교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나에게 말이다. 사실 그동안 철학학교를 하게 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아무래도 나 스스로가 철학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마음껏 얘기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내가 처음 철학사 세미나를 신청했을 때 생각했었던 이미지는 각기 다른 상이한 종류의 철학 사상들을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 혹은 자신의 의견들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텍스트를 따라가고 소화 해내기에도 급급하게 되어서, 사실상 질문들을 생각해내고 답변을 듣기에도 바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바라던 토론 자체가 이미 철학적 지식들을 바탕에 요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번 기회야말로 철학적 바탕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 다른 하나는 줌이라는 매체 고유의 문제도 있는 듯하다. 아무리 컴퓨터 화면의 얼굴들을 보고 세미나를 진행한다고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 대면을 직접하며 하는 세미나와는 근본적인 밀도의 차이가 있는 것같다. 단순히 사람들 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자매체라는 것에서 오는 고유의 단절감 내지는 대화의 원활함을 막는 그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내가 구체적으로 어덯게 설명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요인들: 집에서 편하게 하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의 편리함에서 오는 나 스스로의 게으름, 줌 자체에 대한 피로감 등이 섞여 무언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직접 그 장소에 가 참여하는 것이 아닌, 링크 접속만을 통헤서 세미나를 하게 되니, 사실 나 스스로에 대한 게으름이 가장 큰 요인인것같다. 어서 하루 빨리 대면 세미나가 이루어지기를 빈다.

 

***

 군나르의 서양 철학사를 하면서 지금까지 철학자 아닌 철학자가 두명 등장했다. 한명은 정신 분석학의 창안자로 알려진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다른 한명은 진화론을 세운 다윈이이다(중간에 과학/물리학 등에서의 뉴턴, 케플러 등을 빼고 독자적으로 다뤄진 이들만을 꼽자면). 도대체 왜 이 둘은 철학자도 아닌데 굳이 다룰까? 이 둘, 특히 내가 발제를 맡은 다윈이 철학사에서 어떠한 공을 세운 것일까? 

 

 다윈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오랜 연구를 텅해 현재는 생물학계에서 통용되는 자연선택설을 고안해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의도치 않은(?) 위상을 좁히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 중 한명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로써 천동설을 뒤집음으로서 인간의 지구에 대한 위상을, 그리고 인간들 자신을 하나의 점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면, 다윈은 그의 진화론으로 태양계뿐만이 아니라, 더 들어가 지구 내부에서조차 인간이 종들 간의 위상의 차이가 없음을 밝혔으며, 프로이트는 더 나아가 종으로서의 인간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인간의 실체 내부에서도 무의식이 있음을 주장함으로서 인간 자신의 의식이 자명하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즉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해본다면 "병든 동물"임을 밝혔다. 그 중 다윈은 종으로써의 인간이 다른 종들, 그러니까 이전까지는 상하수직적인 위계관계, 그리고 복잡도의 면에서 '우월'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세계관을 무너뜨림으로써 인간을 다른 종과의 동등한 친척관계로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 인간이 다른 종들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이 전복되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우리는 원숭이의 후예인가?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는 원숭이처럼 행동해야 하는가? 우리는 미개한 것인가?" 또한 다윈의 진화론이 주장했던 자연 선택설이 인간이 그러한 자연의 법칙(강자의 정의)에 따라야한다는 것을 정당화하는가? 

 

 저자는 여기에서 흄의 발언을 이용하여 설명을 시도한다. 흄은 존재를 당위로서 옮기는 그 비약을 비판하였다. 즉, 어떠한 것의 존재가 그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당위로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윈의 진화론이 자연선택설과 우리가 원숭이(비슷한 생물을) 조상으로 두고 있다고 해서 미개해야 된다던가, 혹은 자연의 법칙(강자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당화는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세계관과 성경에 따른 인간 우월주의를 가지고 있던 기독교도들의 이와 같은 식의 비판들이 거셌다고 한다.(새무얼 윌버포스는 다윈에게 직접 '당신의 할머니가 원숭이 쪽이요, 아니면, 할아버지가 그 쪽이요'라고 물었다 한다) 더군다나 (나의 추측이지만)하필이면 고상한, 전통적인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영국' 아닌가. 심지어 당시 새무얼 윌버포스라는 수도사와 토론에는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나가 탐사를 함께하고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였던 비글호의 선장, 피츠로이가 참석하여 스스로 독실한 기독교도임을 자처하며 오직 성경만을 믿을 것을 사람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더불어, 예전에 다윈의 대학교수들, 동료 몇몇들도 그의 학설에 동의하는 것을 꺼려 했다고 하며, 다윈 자신 독식한 기독교도였으며 또한 토론이나 비판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시 다윈이 처한 상황은 그에게 굉장히 힘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학계의 많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였고(비록 개정판을 거듭함에 따라 사람들에게 맞추어 수정을 하기는 하였지만), 철학사를 더불어 인간 자신을 바라보는 프레임(혹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또한 그의 임종 후 종교와 정치계에서 그의 공적을 인정하여 웨스터민스터 사원에 안치했다고 한다.

 

***

 서양 철학사에서 계속해서 인간이 무엇이며 어떠한 존재, 어떠한 속성을 가졌는지 상이한 관점,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정의된다. 그리고 이번 장인 프로이트와 다윈은 기존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운동관을 무너뜨린 데 이어(코페르니쿠스*뉴턴*갈릴레이 등) 새로운 아리스토텔레스적 붕괴가 이루어지고 있다.이제 아리스텔레스가 가지고 있던 철학적 인식의 근간에 대한 영향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인간이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보잘것 없다는 걸 자각시킨 이 붕괴의 여파가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댓글 2
  • 2021-05-15 00:05

    저도 이번 철학학교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랍니다. ㅠㅠ 그래도 다만, 이 모든 것이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소화시키고 있답니다. ^^ 

    철학사 책에 철학자가 아닌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저 역시 낯설기는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된 바, '철학사'에 심대한 영향을 준 사람이 '철학사'에 들어와야 '철학사'가 온전해 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그 두 사람이 빠진 채로 철학사가 서술된다면 '이 변화는 어째서 일어난거지?'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길테니까요.

     

    그런데, 후기를 읽다보니 문득, 에피스테메, 패러다임, 이데올로기, 프레임의 차이를 구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2021-05-15 17:49

    아, 철학학교 세미나에 대한 재하군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네요.

     

    저는 철학사의 한 꼭지로 들어온 다윈을 읽으면서 진화에 대한 생물학이나 인지과학 책들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또한 다음 철학자들을 읽어야 하니 고이 접어두려 합니다.ㅎ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49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9주차 질문들 (12)
정군 | 2023.07.05 | 조회 417
정군 2023.07.05 417
748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8주차 후기 (8)
정중동 | 2023.07.04 | 조회 318
정중동 2023.07.04 318
747
스피노자의 이뤄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 (7)
세븐 | 2023.07.01 | 조회 434
세븐 2023.07.01 434
746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8주차 질문들 (12)
정군 | 2023.06.28 | 조회 340
정군 2023.06.28 340
745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7주차 후기 (8)
진달래 | 2023.06.27 | 조회 370
진달래 2023.06.27 370
744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7주차 질문들 (14)
정군 | 2023.06.21 | 조회 357
정군 2023.06.21 357
743
[2023 철학학교 시즌2] 스피노자 읽기 6주차 후기 (7)
지음 | 2023.06.19 | 조회 361
지음 2023.06.19 361
742
보충자습...미진했던 부분 (7)
아렘 | 2023.06.19 | 조회 380
아렘 2023.06.19 380
741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6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6.14 | 조회 343
정군 2023.06.14 343
740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에티카> 2부 두번째 세미나 후기 (12)
호수 | 2023.06.08 | 조회 614
호수 2023.06.08 614
739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5주차 질문들 (14)
정군 | 2023.06.07 | 조회 372
정군 2023.06.07 372
738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4주차 후기 (17)
아렘 | 2023.06.02 | 조회 657
아렘 2023.06.02 65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