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차 후기 - 물자체와 메타규범

여울아
2021-04-23 14:04
266

 

흐미.. 어려운 개념어를 팍팍 줄이고 이렇게 풀고 풀어서 칸트의 3대 비판서(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

모두를 한 꺼번에 50페이지 분량으로 쓸 수 있을까... 먼저 두 저자들에게 박수를~

 

 

덕분에 저는 1)물자체와 2)메타규범 두 가지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아는 물자체는 이성으로 인식할 수 없지만 실재하는 어떤 것입니다.

앗 그런데, 실천이성에서도 물자체가 나오네요.

아니 도대체 이론이성으로는 파악될 수 없는 물자체가 어떻게 실천이성을 추동한다는 말인가요!!

인간은 지각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유할 수 있습니다. 가령 자유, 영혼, 신 등.

플라톤에게는 이데아가, 칸트에게는 물자체가 이런 존재입니다. 

물자체는 지각으로 경험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의 인과성(필연성)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인간에게는 도덕적 당위가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던 칸트는

자유영역의 물자체를 선험적 자아, 즉 이성적 존재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도덕성을 경험과 분리시킵니다.

이렇게 이론이성의 물자체와 실천이성의 물자체가 만나는 지점에 대해 호수님은 

칸트 철학의 백미라고 극찬하셨는데, 저는 여전히 아리송~ 합니다. 

판단력(비판)이 이론이성과 실천이성을 매개한다고 하니까, 다음 칸트 강좌 <판단력 비판>을 기대해봅니다...  

(이수영샘이 다른 원고 작업으로 올 여름 칸트 강좌는 어렵다고 하시네요..ㅠㅠ 그럼, 겨울강좌로??)

 

어쨌든 칸트의 도덕적 당위, 사람을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와 같은 정언명령은 

메타 규범, 규범의 규범이라고 합니다. 과연 실제 생활에서는 이런 규범이 어떻게 작동할까요?

사람을 그 자체 목적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응대할 수 있을까요? (정의와미소님)

아렘님은 메타 규범이란 실제 어떻게 적용되느냐와는 별개가 아니겠느냐고 하셨는데, 

과연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는 규범이 규범(구속력)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요?

저는 사람을 수단으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는 워딩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관계가 수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저는 훨씬 더 드물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게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남편? 나를 똑똑하게 만드는 문탁?  

그러나 어떤 관계도 일방적이라면 계속 될 수 없습니다.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말이죠^^

칸트의 윤리학은 자기 경험에 갇히지 않고 인류의 관점에서 자기입법을 세우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다음 주는 책진도를 나가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오순도순 얘기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철학학교 진행과 관련한 의견들, 각자 해보고 싶은 공부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

여름강좌 및 가을 철학학교 커리 등등.. 이외에 소그룹으로 나눠서라도 뒷풀이를 해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뭐가 됐든 어쨌든 방학 같은 이 기분~ 어찌할 수 없네요 ㅎㅎ

 

댓글 2
  • 2021-04-24 09:27

    실천이성 서문 강독할 때부터 아렘샘은 계속해서

    왜 선험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이 되냐고,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저는 그건 칸트철학의 전제 아니냐고..

    선험적이니까 보편적인 것 아니냐고, 경험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이 될 수는 없지 않냐고 생각했습니다.

    형이상학을 확고한 보편적 토대위에 올려놓으려고 칸트가 고민고민해서 그 문제의 선험적인 것을 찾아낸 것 아니냐고요.

    선험적인 것이 보편적이라는 것이 부정되면 칸트철학의 지반자체가 무너지는 위험한 질문이었죠.ㅎㅎ

    다시 생각해보니.. 헤겔철학도 기실은 그 보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헤겔에게 보편은 정신의 운동으로서의 역사고 정신의 운동원리로서의 변증법이었던 거겠지요.

    그런데 왜 선험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이냐는 아렘샘의 질문은

    보편이란 것이 진짜 그렇게 중요하냐는 반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편을 찾아내려하고, 보편을 자기 손에 쥐려고 하는 욕망이 폭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아렘샘의 평소의 지론이 떠오르는군요.^^

     

  • 2021-04-24 13:18

    저는 세미나를 하고 난 다음에 <판단력 비판>을 더더욱 공부해 보고 싶어졌습니다만.... ㅠ. 아... 이수영샘...
    뭐 어쨌든, '물자체'는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문제적 개념'입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 하느냐에 따라 '근대 자연과학'과 '형이상학'과 '신앙'이 되살아나니까요.

    그런데 저는 '물자체' 개념을 볼 때마다 '이게 진짜 있냐 없냐' 보다, 뭐랄까요 '개념적 상상력'이랄까요? 그런 점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게 있냐 없냐, 그 개념의 한계가 뭐냐 그런 것보다, 특정한 개념을 통해서 '순수이성-(판단력)-실천이성'의 체계를 구축해 냈다는 점이 정말 놀랍습니다.(뭐 물론 사유의 순서를 다를 수 있지만요) 들뢰즈의 말 대로 '개념을 창조하는 일'이 '철학'이라면 칸트는 정말 하나의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

     

    덧, 근데 진짜 방학이 좋기는 조쿤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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