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봄학기 5회차 후기: 세상에 가득한 기운들

동은
2021-04-1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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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시작하면 안그래도 빠른 일주일이 더 속도가 박차 오르는 것 같습니다. 어찌나 일주일이 빨리 돌아오던지, 저번주와 이번주의 기억이 조금씩 섞이곤 합니다. 이번주에도 비가 왔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니었더군요. 수업 시작하기 전에 윤재와 선우가 신나게 건물로 뛰어 들어가는 걸 봤는데 제가 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고은쌤은 수업을 하기 전에 오늘 배울 문장을 미리 칠판에 적어놓는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수업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칠판에 적혀있는 한문을 보고 익숙한 한자를 맞추기 시작했어요. "쌤 이건 '지'라고 읽죠?" "이건 사람이죠 사람!" 한자에 대한 감각이 한 달만에 눈에 띄게 달라진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약간 감격스럽기도 했고요ㅋ 그래서 오늘 친구들이 새롭게 배운 문장이 뭐냐면요~~

 

人之德行 謙讓爲上

사람의 덕행은 겸손하고 양보하는 것이 최고다.

 

夙興夜寐 勿懶讀書

일찍 일어나 밤 늦게까지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마라.

 

여느 때처럼 한자 의미 알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글자까지 알려주고 나니 누군가 그러더군요. "어? 오늘은 다 장점들만 있네." 아무래도 저번주 고은쌤의 토론이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이번 주는 친구들이 아프기도 하고 여러 명이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두 분단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린 것도 아니었는데 절묘하게도 문장도 딱 두 문장이었어요. 이번에도 한자들의 뜻을 하나씩 맞춰보고 분단마다 한 문장씩 맡아 문장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한자 문장을 해석할 땐 먼저 동사로 쓰이는 한자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도 모든 언어가 그렇겠지만요!) 그런데 한자는 명사로 쓰이는 한자과 동사로 쓰이는 한자가 경우마다 다르답니다. 그것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한자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것이죠. 부끄럽지만 이건 저도 정말 어려워하고.. .잘 못한답니다.

이 날 고은쌤은 한문 속에서 경우에 동사로 쓰이는 한자만 알려주고 다른 것들은 모두 친구들에게 맡겼습니다. 친구들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문장을 만들지에 대해서 서로서로 고민했답니다. 아마 이 활동이 한자에 대한 감각을 쑥쑥 늘려주는 것이 아닐까 해요.

 

올해 수업은 강의+활동=1주+1주로 2주씩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러므로 5차시인 이번 시간이 새로운 한문을 배우는 것이 마지막이라는 의미랍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배운 한문들을 돌이켜보는 학습지를 나눠 주었어요. 기억해서 써보라는 거였지만 친구들끼리 열심히 대중지성(ㅋㅋㅋㅋ)을 모아서 학습지를 채웠답니다. 서로서로 기억하는 부분이 달라서 알려주기도 하고 열심히 책을 뒤져서 찾아내기도 하고 말이에요. 생각보다도 친구들 입에서 술술 나오는 문장이 하나쯤은 있답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이번 시간에 새로 배운 한자는 바로 氣와 風입니다.

언젠가 고은 쌤이 氣라는 한자를 설명하기 위해서 드레곤볼의 "에네르기 파" 이야기를 한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게 너무 신박하고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 만화를 아는 친구들도 없더라구요 ^-T 그래서 설명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ㅋㅋㅋㅋ

 

우리가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기운이라는 것은 대부분 이런 것 같아요. '기류'를 읽다. '기운'이 통하다. 이런 말들에서 느낄 수 있듯이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본다던가 서로 하이파이브 하듯 마주친다거나 하는 경우들 말이에요. 예를 들면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내가 생각한 메뉴를 친구도 고른다거나, 기분이 좋지 않아보여서 조심히 위로를 한다던가, 아무 말도 안했는데 엄마가 내 잘못을 알아 챈다던가 하는 일 말이에요. 마치 눈이 뒤에 달린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고 누가 말을 걸지도 않았는데 무심코 뒤돌아보니 눈이 딱 마주친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

 

지금은 우리가 기운을 설명할 때 사람을 위주로 이야기를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사람보다 자연에 대해서 탐구하려는 것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엣날 사람들은 바람이 부는 것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마치 자연이 숨을 쉬듯 살아있기 때문에 불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것은 사람들이 자연을 사람처럼 취급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만큼이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말이 소용없는 대상들과도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고자 한 결과입니다.

새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것, 마른 종이가 구부정해지면 습도가 높아 찝찝한 날이 될 거라는 것, 봄볕과 가을볕의 차이를 알아낸 것은 모두 세상을 탐구해낸 결과입니다. 그 과정에서 바람은 본연의 자연스러운 특징을 나타내는 말이 되기도 했어요. 풍기, 풍격같은 말이 그 예시입니다.

 

그렇다면 氣는 어떻게 생겨난 글자일까요? 氣는 원래 气의 모양이었습니다. 이건 물을 끓이면 나타나는 수증기를 나타내는 말이었어요. 수증기는 분명 눈으로 보이는 물이었다가 끓게 되면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됩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으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걸까요? 옛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죠. 사람들은 수증기의 이런 면을 보고 '기운'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 예시가 바로 우리가 많이 들어 본 '음양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세상만물에 음과 양의 양면이 있고, 그 근원은 목,화,토,금,수 다섯개의 기운이 서로 다르게 조화되어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단순히 사람의 속성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세상에 없는 존재에 대해서 상상하고 정리해낸 결과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생각하는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느끼는 감각을 키워가며 이를 통해 더 단단한 존재가 되어갔답니다.

 

 

 

어쨰 후기들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요.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 그래도 저도 이렇게 수업을 따라가며 정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시간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 같네요!

댓글 2
  • 2021-04-13 07:29

    이 내용을 어린 학동들이 알아듣게 전달하려면 동은샘의 이마에 땀이 송글 맺혔겠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후기^^

    애쓰십니다요~~ 동은샘^^ 마지막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길^^

  • 2021-04-15 15:13

    후기가 너무 흥미로와서, 저도 몰래 서당개마냥^^수업을 듣고 싶어져요~~~ 벌써 다음이 봄시즌 마지막 시간이군요~~ 서정이가 우린 텔레파시가 통하는지 물어본 이유가  한문이예술시간에 이은 질문이였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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