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3회차 후기

동은
2021-04-01 00:42
566

벌써 한문이 예술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상하게도 토요일 두 번 연달아 비가 내렸습니다. 한동안 봄이 온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찬 바람이 불었어요. 덕분에 강의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워놓고 친구들을 기다렸습니다. 수업은 세 번째 이지만 사실 내용을 중심으로 전달하는 강의 시간은 두 번째입니다. 그래서인지 사실 저는 거의 처음 하는 것처럼 긴장했답니다. 그래도 첫 시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편안한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갈수록 수업 내용도 내용이지만 막상 수업을 할 때면 친구들을 살피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이번에 읽은 <사자소학>은 어떤 내용일까요?

 

근묵자흑 근주자적 近朱者赤 近墨者黑

면책아과 강직지인 面責我過 剛直之人

견선종지 지과필개 見善從之 知過必改

 

이번에도 어떤 다양한 사람들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한 글자 한 글자 한자의 뜻을 따라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들이 가장 빠르게 한자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한자가 쓰이는 용례입니다. 한자는 다양한 뜻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의 한자에 쓰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날 과(過)는 지난 시간에도 나온 한자입니다.

이전의 잘못을 이해하는 단어인 과오過誤에 쓰이기도 하고

지난 시간을 의미하는 과거過去에 쓰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단어를 설명하니 한 친구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쌤, 그럼 전과자에서 ‘과’도 이 한자인가요?”

아주 좋은 접근이었지만 아쉽게도 전과자에 쓰이는 ‘과’는 바로 과목 과(科)입니다.

이 과목 과(科)는 교과서敎科書에 쓰이는 한자인데 왜 저런 단어에 쓰이는 걸까요?

그것은 과목 과(科)에는 ‘형벌’, ‘죄목’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과자는 단순히 잘못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형벌을 받은 사람을 의미하는 겁니다.

 

미묘하지만 아주 다른 결이죠.

어떤 면에서 한자는 자칫하면 뭉뚱그려 생각될 수 있는 것들도 정확하게 짚어주는 것 같습니다.

고은쌤의 수업에서는 이렇게 한자가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경우를 익히면서 한자에 대한 감각을 키워갑니다.

 

이번 시간에는 특별히 조별로 문장 해석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은 책에서 문장을 찾아 쓰는 방식이었거든요.

처음 해보는 시도 때문에 친구들은 겁부터 먹었지만 이내 함께 머리를 굴려 뜻을 찾아갑니다.

저는 “근묵자흑 근주자적”을 맡은 조와 함께 했는데, 차근차근 근묵/자흑, 근주/자적으로 나누어서 의미를 따라가니 원래 해석과 제법 비슷한 문장이 나왔습니다.

처음 시도할 땐 가능할까 싶었는데 아이들이 배우는 속도는 정말 빠른 것 같아요 ^^

(사실 문장 해석을 위해서는 근묵자/흑, 근주자/적으로 나누어야 하지만 비슷하게 접근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이번 시간에는 새로운 한자들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입니다.

바로 죽음(死)과 생명(生)입니다. 조금 심오해 보이는 주제죠?

 

이런 주제를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시간 자연재해로 인해서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옛날 사람들은 과연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죽을 사(死)는 사람의 뼈를 보며 죽은 누군가를 떠올리는 사람의 모습이랍니다.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죽음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죽음이 굉장히 낯선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죽음이 슬픈 일이라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거나, 가늠이 되지 않는 막연한 것 정도로 여깁니다.

그러나 어쩌다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면 한 순간에 죽음은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사실 이상합니다. 죽음과 우리의 삶은 어찌되었든 함께 있는 것이거든요.

어쩌면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계속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자를 살펴보면 죽음과 삶이 함께한다는 것을 더 직접적으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장례 장(葬)은 ‘풀 속에 파묻힌 뼈를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死와 다르게 풀 초(艸)자가 주변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풀들은 단순히 듬성듬성 피어난 잡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풀의 형상에서 만들어진 한자인 날 생(生)으로 생각해본다면 조금 더 넓은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生은 땅 표면을 뚫고 나온 작은 새싹을 형상화한 글자입니다.

윗 부분이 풀잎의 상형이고 가장 아래의 긴 획이 바로 단단한 대지죠.

친구들에게 막 자라난 여린 새싹잎이 아기같지 않냐고 했더니 하나같이 “아니요!” 했던 기억이 나네요ㅋ

오히려 아스팔트 틈에서 자란 민들레를 이야기해주니 그 강한 생명력을 바로 이해하더군요.

죽음과 생명이 함께 공존하는 이 한자는 우리에게 죽음과 생명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이 친구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과 생명이 함께 있다는 것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태어나면 죽음이 있는 것처럼 어떤 일이 시작하면 끝을 맺는 순간이 오죠.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끝나는 것들, 예를 들면 친구와 놀기 시작해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온 것,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영화가 끝나는 것. 모두 이별하거나 끝났다는 점에서 죽음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학년이 끝나면 3학년, 4학년, 그렇게 끝, 그 다음을 생각할 수도 있게 해요.

계절도 마찬가지죠. 죽음과 삶, 즉 끝과 시작이 정 반대의 일인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답니다.

이미 우리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이후에 친구들은 자기에게 있던 시작과 끝에 대해서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정이는 예쁜 꽃을 보고 싶어서 씨앗을 심었다고 해요.

이것은 단순한 일의 경과일 수 있지만 원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끝나고

이에 따르는 행동이 시작된 것으로 바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 이야기를 나눈 죽음과 삶, 끝과 시작은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막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다시 떠오르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다음은 활동 시간이에요. 아이들은 오면 각자 만들기를 하고 싶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냥 놀고싶다(!!) 많은 요구를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찌해야될지 고민이 됩니다. 친구들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많으면 좋을텐데요!!

(물론 그러면 아이들은 싫어하겠지만 말이에요. ㅋ)

 

그럼 다음 시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2
  • 2021-04-01 13:26

     

    아이들이 직접 해석해낸 문장입니다. 붉을 주(朱)가 인주에 쓰인다는 것을 생각했는지

    인주가 묻으면 붉어진다는 해석이 새로웠어요! ㅋㅋㅋㅋ

     

     

     

     

     

     

     

     

     

     

    이번 시간부터 붓펜을 이용해 한자를 적기로 했습니다. 어려워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척척 글씨를 써내려가는 친구들입니다. 

  • 2021-04-01 13:34

    후기를 읽으면 저도 수업 속에 들어가 따라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수업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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