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성 인류학 > 2회차 후기

메리포핀스
2021-02-19 20:15
395

  이번 주는 『대칭성 인류학』 2번째 시간으로 4~6장까지 읽고 만났습니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4장에서 ‘일’의 원리로 인해 생기는 지구상의 불평등과 폭력에 대해 회귀 아닌 전진의 방법에서 그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지성을 창출하는 것으로 ‘대칭성인류학’이라고 부르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지성의 원형은 원시부족의 렐레족이나 위촐족 또는 미노타우로스 신화나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된 흔적들을 통해 이니시에이션을 행하며 전해지는 ‘특별한 지혜’에 담겨 있으며 그 원형을 아는 것이 곧 숨겨진 지혜를 배우는 일이라 합니다. 우리에게 의례라 하면 무엇이 있을까? 학교, 시험, 군대... 하지만 이러한 의례는 괴물에게 잡아 먹힘으로서 낡은 자신을 해체하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는 과거의 의례와는 달리 오히려 상징질서를 체화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강화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밀지’에서 특별한 지혜를 전수받고 지쳐 돌아오는 남자들을 맞이하는 위촐족 여성은 가엾게도 남자들은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혜에 다가갈 수 없지만 여자는 그냥 자연스럽게 안다고 합니다. 바로 ‘자연지’를 말하는 것이지요. 요요샘께서는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 즉 일상에서 평상심을 갖는 게 자연지이며 집중명상이 비밀지라 말씀하셨지요. 오영샘은 비대칭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일상에서 자신의 의례를 찾아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의례는 무엇일까 저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5장과 6장에서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는 불교는 우리에게 남겨진 얼마 안되는 정신적 자산의 하나로 ‘일’의 원리에 대한 대안은 불교사상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불교를 종교보다는 거기에서 사상적 에센스를 추출해 대칭성 사고에 기초한 새로운 윤리학을 창조하고자 합니다. 특히 그는 대승불교에 있어서의 이상적인 인간상인 ‘보살’의 개념을 가져와 붓다의 사신행이나 니브히족 신화의 암곰의 행동처럼 자발적 순수보시(?)로 이루어지는 붓다의 증여론을 말합니다. 붓다가 말하는 증여론은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의 모순점을 극복하는 순수증여의 행위를 말하는데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보면 이 순수증여의 행위가 막 가능해질 것 같아 기쁨이 솟아 납니다. 윤리와 도덕의 구분을 궁금해 하시는 단지샘의 질문에 요요샘은 클라인 병과 토러스의 차이와 비슷하다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산상수훈이 윤리적이요, 십계명이 도덕적이며 예수운동이 결국 대칭성운동이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염소는 어머니’라는 저자의 티벳불교의 체험처럼 이러한 전체성을 내포한 대칭성의 사고는 거대지성과 미세지성이 요구되는 듯합니다. 애보리진의 드림 타임처럼 시간 계열을 초월하자면 무망상으로 향해야 하는데 깨달음이야말로 망상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인가 봅니다. 요요샘은 우리의 정상생활이 곧 망상생활이며 망상이 없는 깨달음의 상태는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오이도샘은 무의식이 의식이 없는 게 아니고 무심도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그 상황, 이것이 유동적 지성의 핵심이라 하셨죠. 뭔가 요 무(無)라는 것이 앞서 있지 않으면 무엇을 말하고 행동하던지 한낱 사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료안지 돌 정원은 매뉴얼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장인들이 발전시키고 전승해온 메티에의 지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요요샘과 강진영샘은 여기에 다녀오셨다고 하셨는데 많이 부러웠습니다. 이 메티에의 사고는 ‘야생의 사고’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불교는 개체를 대칭성의 사고 속으로 던져 넣어 비대칭성과 대칭성이 공존에 의해 발달해온 야생의 사고의 지혜를 완전한 형태로까지 발달시키고자 했는데 거기에서 자유에 대한 사고가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자유를 왠지 살짝은 맛본듯한데요. 우리 도시와 영성 세미나 샘님들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예 꼭꼭 씹어서 드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나카자와 신이치는 우리를 화엄경이라는 구조선에 태워 드림타임과 같은 법계를 횡단시켰습니다. 좀 더 나아가 곧 3월에 있을 세미나 〈공과 선〉이라는 우주선에 탑승 예정인데요, 정말 무척 기대가 됩니다. 우주 미아가 되지 말아야 할텐데...

 

세미나는 풍성하게 별이 쏟아지듯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 담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다음 세미나는 대칭성 인류학 7장부터 마지막까지이고요, 발제자는 윤슬님입니다. 단기 세미나 마지막날이어서 간단하게 랜선 뒤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맛있는 음료나 술(?), 간식 등을 준비해서 만나요.~~~^^

 

 

댓글 3
  • 2021-02-20 11:24

    셈나 내용을 다~~풀어놓으신듯,
    정리를 해주셔서 감사~^^
    일상에서 자연지를 얻기위해 소소한 의례를 저도 고민이요~
    불현듯,지난 셈나 전에 함께 했던 명상이 참 좋았다는~^^

  • 2021-02-20 15:12

    어느 새 신이치와의 시간이 한 번 밖에 안남았네요. 비밀지를 찾아 헤매던 제게 자연지의 가능성을 열어준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책과 사상으로 이끌어준 동학들에게 느껴지는 동지애가 매시간 더욱 찐해지네요 ㅎㅎ

  • 2021-02-20 20:08

    나카자와 신이치를 통해 반야경의 공사상에 살짝 한 발 가까이 다가선 느낌입니다.
    다시 한 번 환기하자면..
    "반야경은 불교사상의 주제가 유동적 지성에 있다는 것을 소리높여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형 논리, 즉 과거-현재-미래의 시간계열에 따라 경험을 정렬하고,
    나와 타자를 분리하거나 부분과 전체를 구분하는 언어적 지성의 작용에 근거한 논리로는
    이 세계에 일어나는 일들을 부분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그런 다음 반야경은 유동적 지성의 작용을 전면적으로 발달시켰을 때
    인간의 마음에 나타나는 지성을 공을 부르며, 이 공에 근거한 삶을 탐구합니다."(199쪽)
    언어적 지성만으로는 안된다는 것, 언어로 구축된 세계에 대한 반성적 사유와 공사상 사이에는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네요.
    신이치가 말하는 대칭성 무의식 역시 그러하고요!
    불교공부하기 좋은 타이밍 아닌가요?ㅋㅋ
    뭔가 알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에 머물지 말고 좀 더 깊이 밀고 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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