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이 별건가> 노래로 盈科而後進 5회

기린
2020-07-20 23:42
377
  1. 운탄고도에서 부르다

 

인문약방팀에서 7월초에 함백에 다녀왔다. 올해 양생프로젝트에서 10월에 걷기 캠프를 할 예정인데, 걸을 코스인 운탄고도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2박 3일 일정으로 둘째 날은 오롯이 운탄고도만 걸어보았다. 운탄고도는 채탄이 활발하던 1960년대부터 강원도 정선과 태백, 영월 등지에 만들어졌던 석탄을 운반하던 산길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폐광으로 인해 방치된 도로에 옹벽을 설치하고, 노면을 정비하는 공사가 진행되어 지금의 길이 되었다고 한다. 새비재에서 만항재까지 32km 정도 되는 길인데, 우리는 새비재에서 출발해 왕복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까지 걸어보았다.

우리는 새비재에서 출발할 때는 쌩쌩했으나 중간에서 반환하여 걸은 만큼 되돌아오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체력의 차이에 따라 저마다 감당하는 강도가 다 다른 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내가 앞서가는 두 사람을 불러 세웠다.

“그동안 연습했던 민물장어의 꿈 한 번 불러볼게.”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나는 걸음의 속도를 늦추면서 배에 힘을 주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기일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거엇뿐~”

백일을 넘겨가며 반복해서 부른 노래는 이제 내 몸에 스며들어 가사는 저절로 술술 나왔다. 노래가 중반으로 이르자 감정의 고조와 함께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앞서가는 두 친구에게도 가닿도록 목청껏 클라이막스를 불렀다.

“나 언제엔가 심장이 터질 때까아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어 긴 여행을 끝내리이~ 미련없이~~~~”

 

                                                           <그녀들의 뒤에서 노래 부르다>

 

 운탄고도에서 두 관객의 뒤통수를 향해 원 없이 소리 질러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을 완창했다. 깊은 산속의 길가에서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노래를 부르는 데 집중해 보았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자 뭔가가 툭 끊어지는 것 같았다. 신해철의 삶을 추모하고 싶었던 팬의 마음, 나 자신을 알기 위한 지난한 분투까지 채우고 채워도 흘러넘치지 않던 뭔가가 툭 터지면서 흘러서 비워지는 순간이었달까. 노래가 끝나자 앞서가던 친구들이 이런 평을 날렸다.

“야~ 이 노래는 파지사유에서는 못 부르겠다~”

헉! 나는 더할 나위 없이 불러본 순간이었단 말이야! 신해철에게 안녕을 고하는. 득도의 찰나에서 뿅~ 하고 현실로 돌아오니 운탄고도가 조용해졌다.

 

 

                                                                                  <신해철, 안녕>

 

2. 새로운 노래를 부르다

 

 봉옥샘과 함께 시작한 노래 부르기 양생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봉옥샘과 나는 각자 한 곡만 불러보자고 했는데, 계속 같은 노래만 부르고 있으니 점점 흥이 돋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트레이너님의 제안으로 그동안 노래 불렀던 실력을 발휘하여 각자 노래를 불러 녹음을 하고 다음 노래로 바꾸기로 했다. 백일을 넘게 불렀던 노래를 마지막으로 불러서 녹음해 놓고 다른 노래를 골랐다.

몇 번의 번복 끝에 트레이너가 골라준 카펜터즈의 <yesterday once more>를 불러보기로 했다. 팝송을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나는 트레이너의 지도대로 가사의 발음을 받아쓰기해서 카펜터즈가 부르는 그대로 흉내 내는데 집중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 봉옥샘은 원문 가사를 보고 부르고 있다고 했다. 매주 만나서 연습을 하려고 했는데 여러 사정이 생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공원에서 봉옥샘과 함께 연습했다.

“샘, 카펜터즈 노래 별로예요? 연습도 시큰둥, 샘이 의욕이 없어 보여서요.”

“그러게, 별로 재미가 없네.”

 양생으로 노래 한 곡 부르기 하자고 꼬셨을 때 팝송 한 곡 부르고 싶다고 의욕적으로 함께 했던 샘이 이제는 별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함께 하기로 했던 약속이 있으니 끝까지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꾹 참고 계시는 것이 느껴졌다. 샘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남은 시간 동안 즐겁게 노래 부르는 추억을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번째 계기로 봉옥샘과 내가 각자 불렀던 노래의 녹음파일을 여러 친구들에게 들려주려고 한다. 다들 봉옥샘과 저의 노래 한 번 감상해 보시겠어요^^?

 

 

 

 

댓글 4
  • 2020-07-21 21:40

    봉옥샘^^디시 들어도 클라이막스에서 힘있게 뽑아내는 실력 좋은데요^^ 문탁의 존 바이즈십니다그려~
    이제 남은 시간 카펜터즈의 곡으로 우리 즐겁게 양생을 누려 보아요^^~~

  • 2020-07-22 08:01

    오메, 오메... 진짜 엄청 웃었어요.
    2020년에 컨트리라니, 2020년에 카펜터즈라니.....지대로 '레트로'네요. 엄청 추억 돋았어요.
    두 분이 '싹쓰리'처럼 뭔가 '부캐'를 만들어 활동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팬클럽 회장 할지도 몰라요. ㅋㅋㅋ

  • 2020-07-22 17:43

    적어 놓은 가사에서 기린샘이 목소리가 겹쳐서 들리네요.
    올려놓은 민물장어...너무 멋져요.

    카펜터즈도 잘 완성해봐요. ^^

  • 2020-07-23 09:45

    기린샘. 잘 들었어요~~~~ 운탄고도 땐 더 쩌렁쩌렁했었던 것도 같고. 민물장어 꿈. 많이 둘어서 저도 이제 흥얼거리게 됐더우 ㅎㅎ
    근데 봉옥샘이 부른 노래는 yesterday once more가 아닌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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