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동아리 17차] 옴마니반메홈~

산새
2020-07-08 06:10
756

여름 산행은 힘들다. 땀은 많이 나는데 화장실 때문에 물을 충분히 마실 수가 없다.

갖가지 곤충들도 덤벼들어 성가시다. 그러나... 숲에서만 얻을 수 있는 좋은 에너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산새>                                                                           <바람~, 자룡, 동은>

 

기린,문탁, 우연샘이 한꺼번에 빠진 아~~주 아주 드문 날.

동은이와 만나서 처음으로 같이 산에 오른 날.

바람~,자룡샘과 셋이서 내내 나란히 걷고 또 내내 이야기 나눈 날.

(한 명만 더 있었어도 둘씩 걷게 되었을텐데 말이죠^^)

계획이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가다가 갑자기 보인 푯말을 보고 길을 바꾸고. ('좋은 절' 찾기미션!)

눈에 들어 온 간판을 보고 불쑥 들어가고. (박영미 '지승공예'-갤러리겸 작업실), (법화선원 '마하사')

이번 산행은 그랬다.

 

   

<지승공예는 한지를 가늘게 꼬아서 실처럼 쓴다.                          <법화 선원은 '법화경'을 공부하는 곳>

옷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       *법화경*은 7권 28품. 화엄사상과 쌍벽을 이루는 대승경전

 

산길이면 족한 나, 새로운 길 좋아하는 두 사람. 그렇게 셋이서 짧은 여행을 하듯 걸었다.

호수마을 표지판 두 번을 지나면 나오는 '좋은 절'.

늘 지나가며 이름만 보다가. 한 번 가보자는 바람샘 말 한마디에 우리의 목적지가 되었고

헤매다 묻다 찾아가니 그곳은 다시 또 산자락이었다. ㅎㅎ

 

 

 

'좋은 절'은 규모는 작았지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찰이었고,

검색해보니 지난해 5월엔 '산사음악회'도 열렸단다.

브런치를 먹자며 찾던 카페는 없어져서 포기했지만. 다행히 이곳에 무인카페가 있어서

등산화를 잠시 벗어두고 땀을 식혔고, 차한잔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굴뚝 같았으나

다들 자판기에 넣을 현금이 없어서 가져온 물만 마시고 토마토를 먹었다.

(바람~샘이 가져온 달달한 체리는 동은이 뭐라도 먹여보내야 한다며 꺼내줘서 정자에서 이미 먹음 ㅋ)

한 숨 돌리고 나니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작은 정원 경치도 볼만 했다.

그 옆 안내판에 써있던 '마니차' 라는 제목은 명상할때 소리내던  '옴~~'으로 시작하는 주문과 함께 써있어서

뭔소린가 했는데..  나란히 줄지어 달려있는 종들이 두드려 소리내는 그냥 '종'이 아니었고 '마니차'였다.

 

 

 

옴(Om:하늘),마(Ma:아수라),니(Ni:인간),반(Ped:축생),메(Ma:아귀),훔(Hum:지옥의 문을 닫는다)

'옴마니반메훔'은 여섯가지로 윤회하는 길을 막아 실상에 이르게 하는 주문이라고 씌어있다.

 

후기 올리느라 찾아보니

'마니차(마니륜)'는 티베트 불교에서 쓰이는 불교도구로,  

종처럼 생긴 원통 안에 불교경전이 적힌 종이를 말아 넣어둔 경통인데 측면에는 만트라가 새겨져 있다.

티베트어로는 '마니 락 꼬르',  '여의주를 잡고 돌린다'는 뜻이다.

문맹률이 높던 시기에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만들었고

진언이나 기도를 하면서  한번 돌리면(시계방향) 불경을 한 번 읽은 것과 같은,

혹은 육자진언*을 한 번 외운것과 같은 공덕이 생긴다고 한다.     *유자진언: 관세음보살의 진언인 '옴 마니 반메 훔'

휴대용부터 대형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티베트를 다녀가는 여행자들이 기념품으로 많이들 사간단다. 티베트는 나도 다녀오고 싶은데..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다 막혔으니 언제나 가능할지..)

 

 

점심으로 냉면이 아닌 밥을 먹었다. 생선구이정식! 반찬들이 맛있었고 무료커피도 마셨다.

물흐르는 소리 들으며 밥먹고 차마시고.

오후에 일정만 없었다면 그늘에 누워 한 숨 자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중국어에 조금 늦었고. 공부하는 동안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후유증도 있었지만

30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운 날이 아니라면 여름산행도 그럭저럭 좀 더 할 수 있겠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산에 다닐만큼은 건강해서 또 다행이다.

그런 생각들이 불쑥 올라오는

그런 날이었다.

 

P.S.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으려고 셀카봉을 챙겨갔었는데... 정상엘 못갔다 ㅎㅎ

한참 앉아 썼던 후기를 실수로 다 날렸다ㅜㅜ. 다시 쓰려니까 너무 피곤해서.. 그냥 간단히 적는다.

댓글 8
  • 2020-07-08 07:23

    와우, 같이 하고 싶은 하루였네요. 산새의 후기로 보니까 더 부러운.

  • 2020-07-08 07:58

    재밌는 산행이었겠어요^^

  • 2020-07-08 08:01

    멋지군요. 언제 한번 다 같이 그 코스를? (힘드나?)
    동은은 끝까지 같이 한 거예요?

    • 2020-07-09 00:14

      동은이는 첫번째 정자까지만 동행했고요. 나머지는 셋이서~
      ( 날린 후기에는 자세히 썼었는데.. 여긴 없군요 ㅋ )

      힘든 코스 전혀 아닙니다. 처음 가는 길이었고 이정표도 없어서 많이 걸었지만.
      다시 간다면 '좋은절 코스' 는 아주 쉽고 빠르게 갈 듯요^^

  • 2020-07-08 11:31

    후기 날려본 사람들은 다 알지요~ 그 허망함~ㅋㅋ
    동은이 왔다길래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 2020-07-09 00:31

      맞아요. 노트북 그냥 덮어버리고 싶은걸.. 겨우 참았습니다^^

  • 2020-07-08 19:05

    원래...실제보다 그림이 더 좋다는!ㅎㅎ
    옴마니반메훔~
    마니차를 좀 돌리고 올걸 그랬네요^^
    그럼 다음애 또 가요~
    현금갖고서!

    • 2020-07-09 00:26

      다시 간다면 천원짜리 꼭 챙겨가야겠죠^^
      자판기에서 음료 뽑아 마시고 보시함에 넣으면 되는 거였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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