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이 별건가> 야식 안먹기 혹은 잘먹기 5회

새털
2020-07-07 00:22
339

재난 중에도 인간사는 지나간다......

 

 

  6월에는 행사가 많았다. 경섭(인디언샘 아들)이가 결혼식을 올렸고, 지도교수님의 돌아가셨다. 딸은 생일을 맞았다. 청송 나무닭움직임 연구소의 장소익샘과 임은혜샘이 지난 겨울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전태일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2주간 출석수업을 고집했던 대학 강의가 종강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되면서, 많은 외부활동이 취소되거나 자제되었다. 결혼식을 연기하기도 하고, 조문객 없이 장례가 치뤄지기도 했고, 공연이 취소되었다. 많은 활동들이 stop 되면서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의 '안전'은 담보되었을지 모르지만,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나돌 만큼 심리적 위축을 실감했다. 마스크를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서로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테러범과의 전쟁을 치루듯 건물에 들어갈 때는 일일이 신원을 체크하고 열체크와 소독을 했다. 이것의 이해득실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결혼식장에 다녀오고, 장례식을 치루고, 공연장을 다녀오고, 부분대면 강의실 수업을 진행하며 각 행사마다 치러야 할 절차들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절차를 치르며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감염되고 무증상 감염자로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 있지만, 그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문탁네크워크 감염자 1호가 되는 일!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문탁의 프로그램들이 취소되고 공간이 폐쇄되는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비난할 수 없다. 재난이 예외 없이 다가온다면, 내게도 문탁에도 그러할 것이다. 인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 그 나머지 몫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 그 결과가 참담하다 해도.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행사를 치뤄내는 모습이 나에겐 '뭉클'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안도할 수 있는 일이, 재난이 나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이런 행사들을 치르며 6월엔 5회 술을 마셨다. 양생세미나에서 <성의 역사>1~4권이 끝나는 기념으로 가진 에세이데이를 마치고 몇몇과 맥주를 마셨고, 출석수업을 하느라 학교를 오고가는 동안 출퇴근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2번 집에서 반주를 했고, 딸의 생일잔치도 했고, 장례식을 빌미로 모인 동창들과도 오랜만에 학교 앞에서 술잔을 부딪쳤다.

 

  6월의 베스트 술자리는 마지막 사진에 나오는 학교앞 '파전골목'에서의 한 잔이다. 파전골목은 예전부터 돈 없는 학생들에게 '음주의 전당'이었다. 그만큼 술값이 쌌다. 나는 여전히 돈이 없지만, 다른 친구들의 형편은 그렇지 않았는데, 우리는 파전골목에서 선생을 애도하는 술자리를 가졌다. 선생에 대한 일화, 그 와중에 알게 된 누군가의 이혼소식, 또 최근 위스키로 혼술한다는 새로운 취향에 대해서도......가히 술자리에 맞게 앞뒤 없고 두서 없는 이야기를 새벽 2시까지 쏟아놓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다음날 아침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왔다. 간밤에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처럼 그게 맞네, 틀리네, 입씨름을 했다. 술기운에 헤롱거리면서도 친구를 이겨먹으려 억지를 부리고 서로에게 심한 간섭을 했다. 언제부턴가 잃어버렸던 주정뱅이의 '전의'를 다시 떠올리게 한 술자리였다. 또 누군가의 경조사가 있어야만 만나게 될 테지만, 나는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게 좋다. 내 취향의 음주다.

 

  이렇게 또 한 달의 음주 기록을 남긴다. 이게 무슨 양생인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에겐 좀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그것은 다음달 마무리 글에서 밝히도록 하겠다.

 

 

댓글 4
  • 2020-07-07 08:19

    ㅋㅋㅋㅋ 1호가 될 순 없어~ 함백의 4학년 어린이가 떠오르네요^^
    5월의 양생은 정말 '의미'가 느껴지네요^^ 남은 한 달^^ 그 의미가 더 영글기를^^

  • 2020-07-08 11:40

    어떤 술자리도 전투적으로 즐기는 새털쌤!
    저는 어느날 부터인가? 선후배 모임에 안가게 되더라구요~ 부동산 주식 얘기가 싫어서~
    생각해보니 제가 그들을 함부로 판단한 것 같은...ㅠ
    어디서나 심한 간섭! 할 수 있는 멘탈! 대단하십니다

    • 2020-07-08 12:27

      맞아요! 전투적으로 마시는 술자리가 제 취향
      평화적인 술자리를 피해보려구요^^

  • 2020-07-13 20:10

    술자리 사진을 남기니 그 술자리도 기억에 자리하게 되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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