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스타>숲은 생각한다-첫번째 후기(서론)

토토로
2021-12-18 00:56
346

녹색평론이 휴간에 들어가면서 1년이라는 꽤 긴 공백의 시간이 생겼다. 녹평이 없어서 아쉽지만, 녹평의 재발행을 기다리며 우리는 다양한 책읽기를 하게 될듯하다. 녹평을 베이스로 깔고, 그 사상과 맥을 같이하는 책들 말이다. 첫번째 우리의 픽은 느티샘 강력 추천도서였던  <숲은 생각한다> (2018)이다.

 

<숲은 생각한다>의 원제는 How forest think: Toward an anthropology beyond the human 이다. 저자 에두아르도 콘은 남미 출신의 인류학 교수인데, 그가 에콰도르 쪽 아마존강 유역에서 4년간 인류학적 현장연구의 성과로 쓴 책이라 한다. 

 

올해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류학을 조금 맛보는 공부를 했다.

<증여론>마르셀 모스/ <저주의 몫>조르주 바타유/ <진리의 가격>마르셀 에나프/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레비 스트로스/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나카자와 신이치. 모두 올해 읽은 책들이다. 

신이치를 제외하면 다들 서구권, 특히 불어권, 학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인류학하면, '원시ㆍ전통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서구적이다', '제국주의와 병행하여 식민지를 이해하고 지배하기 위해 필요했던 학문이다'...등등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암튼 그런 꼬리표는 차치하고, 인류학을 통해 지금 우리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원시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번에 읽게 된 <숲은 생각한다>에는 '인간을 넘어선 인류학을 향해서Toward an anthropology beyond the human'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인간을 넘어선 인류학? 인류학이란 주로 인간의 원시 ㆍ전통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닌가? 원시사회의 구조와 문화와 관습과 언어를 연구하는 학문. 그런데 인간을 넘어선다고? 숲이 생각을 한다고? 조금 헷갈렸다. 인류학책인지, 혹은 생태학책인지....(생태학은 나의 관심분야가 아니다. 동물이름도 식물이름도 아는게 별로 없다. 아마 나도 <어바웃 식물 세미나>를 기획하는 문탁샘 수준이 아닐까 싶다.)

 

<숲은 생각한다>의 첫시간에는 주로 책의 서론을 읽었는데,  (자누리샘에 의하면) 최근 인류학을 포함한 철학에서 '포스트 휴머니즘' 즉 '비욘드 휴먼'이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자연과 인간을 이원론적으로 분리해왔고, 그 결과 인간은 자연과 단절된채 자연을 대상으로 인식하여 기계적으로 자연을 파헤쳤다. 무엇보다 우주적 자연과 연결되지 못한 인간들은 정신적 고립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공황증세와 같은 정신 질환도 근원적으로 들어가보면 자연과 단절된 고립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세상에 착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 두려움...만약(what if~~~ )이라는 사고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불안. 강박.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포스트 휴머니즘'.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저서 <숲은 생각한다>에 의하면 인간 뿐 아니라 비인간(식물, 동물, 세균, 구름..)도 뭔가를 알아챌 줄 아는 존재이다. 기호에 의한 표상을 알아채고 해석할줄 하는 존재. 그리고 그 해석에 의해 또 다른 표상을 만들어내는 존재!. 기호론이나 언어학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표상이니, 기호니 하는 말이 조금 어색하긴 한데, 쉽게 생각해서 타자와 소통, 상호작용 하기 위해 필요한 방식?쯤 아닐까 싶다. 언어, 제스춰, 신호, 그림....같은것들 말이다. 그리고 다양한 기호 표상들 중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상징으로 이뤄진 기호  표상에 해당한다. 상징은 인간에게만 속한 기호이다.

 

콘은 찰스 샌더스 퍼스(19c-20c초반)의 기호학을 가져와서 '아이콘/ 인덱스/ 상징'이라는 세가지 부류의 기호로 자신의 설명을 이어나간다.

콘에 의하면 '표상한다re-present'는 것이 인간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을 넘어선 비인간의 것들도 표상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석해 낼줄 알며, 그 해석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한다. 원숭이가 잡아당겨지는 넝쿨을 보고 잡히지 않기 위해 재빨리 도망치는 것처럼. "타타"라는 의성어를 듣고 반응하는것처럼. 이런 행동이 다 아이콘 기호를 읽고 해석하는 행동인 것이다.

그리고 세가지 기호(아이콘, 인덱스, 상징)중에서 언어를 이용한 상징은 인간만의 독특한 표상으로, 상징을 이용한 기호는 그저 무수한 기호들중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우주는 수많은 기호로 넘쳐나고, 인간만이 표상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 인간의 (언어에 의한 )상징적 기호는 아이콘, 인덱스와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을때 안정된다는 점. 상징 기호가 그저 무수한 기호들중 한 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비인간적 존재도 기호로 표상하고 생각하고 해석하고 반응하는 존재라는 점. 이런것들을 인식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비록 이 책이 어렵긴 해도, 끝까지 잘 마무리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추가....

  *표상하다
추상적이거나 드러나지 아니한 것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타내다.
present를 re-present하다.
present를 재현해내는 데에는 당연히 시간적 개념의 부재가 존재할수밖에 없다.(현채는 언제나 미래의 과거이니까..)
 
*퍼스의 기호학(semiotics 學)
기호학자 퍼스에게 기호는 표상체, 대상, 해석작용으로 이루어진다. 퍼스는 문헌 중심의 기호학 틀을 벗어나 일상 세계의 모든 의미화 작용으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보았다. 그는 기호작용의 유형을 지표(index), 도상(icon), 상징(symbol)의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이들 세 개념은 기호와 의미의 관계 곧 '기표'와 '기의'' 사이에 존재하는 자의성을 기준으로 분류되고 있다. 
 

제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후기를 썼습니다. 세줄만 쓰려고 했는데 길어졌네요. 혹시 제가 잘못 이해한것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댓글 8
  • 2021-12-18 07:26

    와우~ 깔끔한 후기~ 👍

    다만 '언어를 이용한 상징'이라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첨언하면,

    언어, 특히 인간의 언어는 그 자체가 상징이고, 언어 이외에도 상징은 무수히 많아요.

    로고나 광고에 흔하게 쓰이는 것도 상징인 것처럼.

    언어라는 상징은 인간 고유의 것이라는 콘의 말도 달리 보면

    그러면 인간만 언어가 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어서 맥락상 그 의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지요.

    콘, 또는 퍼스가 말하는 상징의 예로서 언어는 인간의 언어이고

    그것은 체계적이고 관습적이서 문화내에 닫혀있고, 무엇보다 자의적이어서 실재와 분리 가능하다는 것이고,

    인간 언어와 같은 상징은 수준 높은 기호인 것도 맞는데,

    문제는 그 언어체계, 상징체계를 기호의 일반적 체계인 것처럼 파악하는 것에 있다는 거겠지요.   

    그러니까 콘의 요지는 인간의 언어적 특성으로 모든 기호를 파악하려고 하지 말고

    여타 수준의 기호들, 아이콘이나 인덱스가 상징을 기반에서 받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는 겁니다.

    그거야말로 생명차원에서 우주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인간 생명과 연대감을 형성하려고 할 때, 흔히 그들도 말을 하니, 못하니 하는 식으로

    인간적인 것을 잣대로 삼지말고, 그 아래, 더 기초적인 것들로 시선을 돌려보자는 말일것 같아요.

    아이콘을 많이 가질수록 더 좋은 상징을 만들 수도 있는 것처럼

    더 많은 아이콘을 이해할수록 비인간들과 공유하는 것도 많아지는 것 아닐까요? 

    • 2021-12-18 07:34

      오~보충설명 듣고나니 더 잘 이해됩니다.

      감사합니다! 

      • 2021-12-18 10:27

        그새 추가하셨네요 ㅎㅎ

        표상을 써놓으신 것처럼 re-present라고 이해하는 것은 콘이 '기존의 표상에 대한 관성'이라고 말한 것일 것 같네요

        현재에 대해 과거를 불러오는 것으로 말했으니까요.

        그것을 부재와 연결시켜보면

        사고 과정에서 경험이  아이콘화되고, 필요할 때 현존으로 불러지는게 re-present이고

        당연히 불려온 아이콘은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니까 부재라는 것인데, 두 종류의 부재가 더 있어요.

        하나는 미래가 당겨서 현재로 불려오는 겁니다. 

        충격음을 듣고 위험을 감지하여 몸을 피하는 것에서 일련의 아이콘들이 나타나지만 

        동시에 실제 있는지 알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몸을 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미래로 열려있습니다.

        위험이 당장 눈 앞에 나타난건 아니니까 그것도 부재지요.

        콘이 말한 부재는 이렇게 미래로 열리는, 미래를 당겨오는 부재가 핵심입니다.

        그리고 잠깐 스치듯 지나갔지만 다른 부재도 있습니다.

        아이콘화하는 과정에서 실재하는 여타의 특성들이 제거됩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아이콘은 더 많은 부재를 기반으로 깔게 됩니다. 콘이 무분별이라고 말한 부분이지요.

        그래서 콘은 표상을 단순히 기존의 재현-represent-을 넘어서 보자고 하는겁니다.

        물론 그렇게 넘어서게 하는 것, 미래를 당겨오는 것, 무분별을 깔고 있다는 것, 

        이런 점들은 모두 인덱스와 관련되고, 기호들의 연결을 '살아있음'-

        즉 태어나고(아이콘) 성장하며(아이콘 및 인데스), 간혹 아주 창조적인 일도 하고(아이콘 및 인덱스 및 상징),

        혹 죽더라도 후손에게 유전되는(아이콘으로 다시 상기됨) 생명들의 성질을 갖고 있음 -이라고 부르는 이유일겁니다.

        제가 이해한 방식입니다 ㅎㅎㅎ

         

  • 2021-12-18 12:25

    하나 하나가 어려워서 집착하며 읽다가 맥락을 쭉 집고보니 곡해한 부분들이 보이네요. 후기와 댓글 두 분 모두 고마워요. 이번엔 좀 더 맥락을 잡고 읽을 수 있겠지요? !

  • 2021-12-18 15:02

    와 토토로샘 후기와 자누리샘 댓글로 한번 더 공부하고 갑니다 ㅎㅎ

    안그래도 저는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1장까지 읽어오기라니 너무 좋네요 흐흐 ㅎㅎ

    담주엔 저도 책 내용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해보렵니다^^

    후기 감사드립니다~^^

  • 2021-12-18 23:32

    한겨울에도 베란다 가든에선 꽃이 피고 잎이 무성하네요. 아..저희집 아닙니다^^;;;;

    최근 방문한 지인의 베란다 가든입니다. 

    자연과 분리되어 사는 우리 도시인이 그나마 할수 있는게 이런거정도 일까요. 사실 이것도 엄청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 2021-12-19 00:09

      후기 잘 읽었습니다. 휴대폰으로 휘리릭 볼 내용이 아닌 것 같아 집에 와서 노트북 켜고 꼼꼼히 다시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화분을 보니까 생각난 건데, 저랑 남편이 그저께 선반 위 스킨답서스 화분을 보면서 "저 화분 오래되었다, 식물도 크니 다른 화분으로 바꾸자" 뭐 그런 대화를 나누었었죠. 그.런.데. 지난 새벽 그 화분이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서 다 깨진 것 있죠? 그 자리에서 5년도 넘게 잘 있었는데요. 우리 말을 들은 것 같다며, 그렇다고 이렇게 자결하는 극단적 방법을 쓸 줄은 몰랐다, 그랬었죠. 그런데 혹시 화분이, 그리고 식물이 제 신호를 받고 나름으로 해석하고 그렇게 반응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니까... 많이 미안해지더군요. 정말 기호는 살아있는 건가요. 

  • 2021-12-18 23:40

    토토로샘 후기로 다시 한 번 빠른 복습을 하네요. "누군가에게 어떤 아이콘으로 남느냐~~한 번의 행위가 무수한 아이콘으로 돌아다닌다"는 자누리샘의 말이 생각나네요^^ 저에게 남은 이번주 토토로샘의 icon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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