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1-14 후기

진달래
2021-06-11 02:05
398

"굴레"라고 나는 말한다. 나는 그걸 창 쪽으로 들고 가 밝은 빛에서 바라본다. 멋질 수가 없는, 검은 가죽의 낡은 말굴레일 뿐이다. 내가 아는 바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말의 입에 물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 부분을 재갈이라고 부른다. 강철로 만들었다. 말의 머리 뒤로 고삐를 넘겨 목 부위에서 손가락에 낀다. 말에 탄 사람이 그 고삐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면 말은 방향을 바꾼다. 간단하다. 재갈을 무겁고 차갑다. 이빨 사이에 이런 걸 차게 된다면 금방 많은 것을 알게 되리라. 재갈이 당겨지는 느낌이 들 때가 바로 그때라는 걸. 지금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라는 걸  - <대성당> 중 '굴레', 레이먼드 카버

 

비전세미나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빠져 나오기 어려운 굴레 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데 그 중 제일 무서운 것은 재갈이 물린 상태인 줄도 모르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시간 강의에 '수행성'이라는 것이 '규범권력'과 같은 것이라 쉽게 벗을 수 없고 이런 규제적 효과로 젠더가 된다고 버틀러는 주장했다고 했다. 가면을 쓰고 있지만 가면을 쓰고 있는지를 모른다는것이다. 우리는 모두 '여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데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서 여성이라는 가면은 오랜 세월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획득되는 것이라고. 비전세미나에서 이야기된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재갈이 물렸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것처럼, 여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걸 모른다는 것, 그 가면을 쉽게 벗을 수 없다는 것. 

 

이번 책은 읽기 어려웠다는 우현의 말로 세미나를 시작했었다. 따라는 가고 있는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나도 비슷하게 느꼈다. 그리고 나는 페미니즘 공부를 하기에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은가 싶은 생각도 든다. 

현민이나 병아리의 메모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고민도 많고, 질문도 많아 보인다. 그런면에서 나는 과연 무슨 질문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 공부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이번 장을 읽으면서 대부분 "내가 여자인가?"를 질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여자라는 걸 알게 된 건 남자 애들과 만나게 되면서이고, 그런 면에서 정체성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남자 앞에선 진지한 이야기나, 세게(?) 말을 못 하게 되는 것, 뭔가 여성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행동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또 공적인 자리에서 여성이 남성처럼 보이는 가면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이렇게 말해도 되는가 싶은데 - 여성성의 가면 위에 남성성의 가면을 또 쓰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자꾸 <여계>로 돌아간다. 

여자는 여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여자가 된다.

여자가 있고 여자의 역할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역할을 만들고 여자를 만들어 낸 것이지 않을까. 

 

 

 

 

댓글 2
  • 2021-06-11 11:15

    여자는 여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여자가 된다.

    :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라는 의미를 '여자'로 바꾸어보면 그 수행은 다른 의미가 되는 전복을 상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 올해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왜 이분법을 의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조금은 익히는 시간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도가가 유가의 '유위'를 비판하는 지점에 이 이분법의 논리가 배태되어 있다는 인식이 되긴하는데

    그렇다면 도가의 '무위'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있는가? 뭐 이런 질문도^^

    차차 공부하면서 우리가 읽은 동양고전을 '페미니즘적 사고 실험'을 통해 쫀쫀하게 해 봅시다~~~

  • 2021-06-11 11:57

    우리는 왜 자꾸 구분짓고 나누려고만 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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