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1-13 후기

🐥
2021-06-04 14:57
361

이번주는( 후기가 너무 늦었습니다ㅎㅎ) 지원님이 둥글레님조로 가고, 새로운 얼굴인 명식, 우현님과 함께한 첫시간이었습니다. 

 

후기를 써야 하는데,

두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름 뒤에 '님'을 정말 붙이고 싶지 않아서요. 이해 바랍니다!

 

1.

우현은  '수행성'에 꽂혔다고 했는데, 제가 책을 읽고 흥미롭다고 생각한 지점과 비슷해서 반가웠습니다. 

우현은 '사실 드랙은 전복의 의도가 없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고민하고 있었고, 저는 레즈비언내 '부치/팸'역할에 대해서 이성애와 다를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민은 '드랙=여성혐오' vs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이런 논쟁을 고민스럽게 말해주었습니다. 

드랙을 하는 사람이 '단순히' 원해서이든, 다른 의도가 있었든, 부치/팸의 존재가 이성애적 역할을 바라든, 그런 것이 아니든, 그 사람의 '의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저를 비롯해서 사람들은 때때로 이들에게 높은 도덕적 이상을 설정해두는 것 같습니다.)  드랙, 부치/팸, 트랜스젠더는 섹스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게 짚어져야 하는 부분이고, 현민이 말해준 위의 저 논쟁 자체를 벗어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2. 

사실, 저한테 이번주는 조장인 명식의 말에 대해서 계속 곱씹고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하. 

한명씩 버틀러의 <젠더트러블>을 읽고 난 짧은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명식은 이전에 페미니즘의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싶다'는 마음에 누군가에게 이 책에 대해 여쭈었고, 그 분은 그책도 이미 '시대에 뒤쳐졌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 후에 명식은 버틀러의 논의가 사실 한국의 주류페미니즘과 거리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는데요. 

저는 명식의 저 말들이 평소 저의 고민, 의아함 이기도 해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싶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요? '그것은 시대에 뒤쳐졌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명식이 말하는 한국의 주류페미니즘은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저는 오히려 문탁에 와서 '레디컬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해 듣게 됐고(사실 이런 범주 자체가 약간 민망했는데),  제가 공부했던 페미니즘을 저는 '주류'페미니즘(스스로도 오글거리고 낯설어서 못견디겠어요! 으--. 작은 따음표를 붙였답니다.)이라고 생각했는데? ㅎㅎ 

어디에서 각자의 공부가 시작되는지, 시작할 수 밖에 없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때 '시대에 뒤쳐졌다'는 말은 내 삶과 내 공부 맥락을 두고 볼때 무슨 소용인가요!)

저는 한국  '인문학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데요(예컨대 '책을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눈다 '는 식의 진행방식, '한'/다른 사람의 공부 맥락이었던 것이 '모두를 위한' 공부 프로그램으로 짜여지는 경우, '스타이론가' 등), 다른 분들은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글이 죄다 횡설수설, 자기 검열의 결과입니다. 

 

+

문탁샘이 강의에서  버틀러와 브라이도티가 말하는 연대의 기반(취약성, 우울증적 신체 와 긍정의 유대), 그 차이에 대해서도 짧게 말씀을 꺼내셨는데, 특히 버틀러의 연대 논의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해러웨이부터 버틀러까지, 정체성 정치가 아닌 연대의 정치, 연합의 정치, 이런 이야기가 가장 난감하고 어렵다고 항상 느껴왔는데요. 연대의 경험이라고 말할 것들이 우리 삶에 무엇이 있을까? 그것들을 충분히 들어보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 4
  • 2021-06-06 13:40

    이번 양생프로젝트 공부에서 병아리님과 연대의 경험을 해 보는 순간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에세이철에서라도 채울 수 있게 되기를^^

  • 2021-06-06 16:26

    그러게요. 우리 삶에서 연대의 경험을 하는게 쉽지는 않지요. 저도 그런편에 속한 사람이었는데 그나마 문탁에 와서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면서 밀양분들과 맺은 연대가 그리고 거기서의 배움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네요. 

  • 2021-06-06 18:43

    제가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제게 책을 추천해주셨던 분이 버틀러는 이미 무의미하다는 의미로 '시대에 뒤쳐졌다'는 표현을 쓰신 건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최신의 이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에 가까울 것 같아요. 병아리님이 자기 공부의 문제의식을 에세이까지 밀고 나가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2021-06-06 22:58

    시대에 뒤쳐졌다는 말도 하고 있어야 그런 말에 해당이 되는지, 검열도 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그 게 무엇이 되었건,  어디에 있던,하고 있다보면 연결이 되고 관계가 형성되고 .... 결국은 이 시간에 나는 무얼 하고 있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더이상은 관념이 아님을, 그 너머에 있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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