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 2회차-윤구병 선생님 강좌 후기

토토로
2022-03-23 20:24
391

반갑습니다. 윤구병선생님!

2014. 4·16, 세월호, 살아 돌아오지 못한 많은 목숨들, 모욕의 언행들. 그것들을 맥없이 지켜보며 우리는 큰 혼란에 빠졌었습니다. 그 일 이후, 지혜로운 어른들께 조언을 듣자는 취지로 파지사유 강좌에 윤구병 선생님을 모셨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덧 그 만남이후 7년이 지났네요.

2022. 아직은 쌀쌀한 봄날, 우리는 다시 선생을 모셨습니다.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공동체와 생태의 조화로운 삶’을 위한 가르침을 얻기 위한 초대였습니다. 여든 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다부져 보이는 혈색과 눈매. 장난기 품은 웃음. 꼿꼿한 등과 허리.. 선생은 예전보다 더 좋아 보이시네요. 다행입니다.

(선생님의 건강비결은 적은 양을 천~천~히 오래 씹는데 있다고 합니다.)

 

 

 

살리는 교육인가요

선생은 지금도 매달 16일이 되면 삭발을 하신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반성하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철학교수로 일하셨던 선생은 우리나라 교육이 사람을 살리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여전히 자책하고, 반성하고 계신가봅니다. 선생은 질문하십니다. 우리는 왜 가르치는가? 왜 배우는가? 살려는 교육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학교에 무얼 요구해야하는지....

 

철에 맞게, 철 든 말로, 살아야합니다

도시인의 철 모르는 생활은 농부의 철 마저도 바꾸어 버리고 말았으니, 철에 맞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연의 순환인 ‘철’에 맞게 사는 삶이 바로 철 든 것이며, 철이 난 것 입니다. 봄철엔 봄철에 맞게 먹고 살아야 합니다.

7년 전 강좌에서 선생은 지식인 물 잔뜩 배인 자신의 언어를 반성하며, 우리말을 많이 쓰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는데, 그 우리말 사용은 여전하시네요. ‘입자’, ‘파동’ 대신 ‘톨’이나 ‘결’이라는 말은 말하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숨결, 물결, 꿈결, 살결...응용하기도 참 좋네요^^ 우리말엔 철에 맞는 토박이 문화가 담겨있습니다. 게다가 참/거짓, 좋은 것/나쁜 것 같은 철학적 질문도 우리말로 쉽고 깔끔하게 설명이 된다고 합니다.

 

가르치려들지 마세요

선생은 시골마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시는데요, 농사 공동체에서는 농한기가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라고 합니다. 선생도 시골에 가신 뒤 밴댕이, 쉰 숙주, 고슴도치 같은 자신의 모습을 여러 번 마주했다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고슴도치들이 모인 각각의 공동체에서 서로 잘 지내는 법은 뭘까요. “가르치려 들지 말라.” 가르치려 드는 말은 남을 비난하고 상처 주기 쉽다는 겁니다. 그리고 쓸데없이 진지하게 말하기 보다는, 유머와 해학이 살아있는 이야기, 특히,,,,, 분위기를 훈훈하게 하는데는 왁~자한 음담패설이 차~암 좋다고 합니다. 핫^^;;;;

 

파탄나기 전에 밀어붙이세요

얼마전 대선이 끝나고, 뭔지 모를 위압감, 기후위기 대응과는 반대로 갈 것 같은 분위기에 많은 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한데요. 선생은 말씀하시네요. 필요할 땐 맞짱을 뜨고 밀어붙이라고요. 그리하여 파탄의 지경에 이르기 전에 멈출 건 멈추게 하라고요. 선생은 여든의 나이에도 때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신다네요. 정말 겁도 없으시고, 실행력도 좋으십니다.

마찬가지로 도시에서의 삶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시골로 들어가라고 하십니다. 선생도 나이 54에 교수직을 던져버리고 시골로 들어갔고, 덕분에 하루하루 날마다 행복을 느끼신다고요. 시골에 와서 1년만 잘 버틴다면 분명 만족할 것이라네요. 고민만 하며, 우물쭈물 망설이다 시간 다 보내는 사람들, 세게 탁! 치는 말씀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느릿느릿 하면서도 유머가 있었고, 그 입담 속에서 현실 고민과 날카로운 답도 담겨 있었습니다. ‘낡은이’가 아닌, 세상을 꽤 잘 아는 ‘늙은이’의 지혜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여든의 나이에도 낡지 않았고, ‘신인류’와 잘 지내고 싶어 하는 열린 마음씨를 지니고 계셨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선생님 같은 어른이 오래 계셔서, 우리가 길 위에서 또 이리저리 헤맬 때, 달려와 위로와 지혜의 말씀을 나눠 주셨음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음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선생님을 초대해주신 에코팀 고맙습니다^^

댓글 15
  • 2022-03-23 20:57

    우와ㅡㅡㅡ

    한편의 에세이를 보는것 같은 후기!

    토토로 후기 감사합니다요

    빠른 후기! 좋은 후기!

    문탁에서 윤구병 선생님을 3번 뵈었는데 참 좋네요.

    80 넘으신 지혜로운 어르신 강의를 들을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 2022-03-23 21:13

    그날 이후, 저두 변했지만, 오늘 저의 기억이 희미해진 것을 깨닫는 순간, 부끄러웠어요. 살고 살리는 삶으로 살고 싶어요. 양, 철, 톨, 결… 늘 곁에 있었지만, 새롭고 아름다운 발견!

    윤구병선생님을 저는 처음 뵈었는데, 벌써 또 말씀 듣고 뵙고 싶습니다.

    토토로님의 근사한 후기, 너무 감사합니다.

  • 2022-03-23 21:50

    빠른 후기인만큼 오늘 있었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지네요(이런건 배워야하는데)

    오후에 올해 농사를 지을 텃밭에 걸어서 다녀왔어요.

    년말에 제가 양껏 철이 좀 들지... 궁금해집니다.

    토토로님, 후기 짱입니다요^^

     

     

  • 2022-03-23 21:58

    오늘 들었던 강의 내용이 더 생생해지네요 🙂

    에코 프로젝트를 통해 '철 드는 삶'을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활동도 기대가 되네요!

    '결' '톨' 같이 언어의 어원을 살피며 섬세한 언어로 삶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 2022-03-23 21:59

    빠르고 깔끔하게 요점 쏙쏙 후기 감사합니다 ~!!

    개인적으로 맘속에 두기만하고 실천이 어려운 말.
    ‘가르치려들지말아야하는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통, 결, 음담패설..  단어들이 콕콕 박힙니다. 여든의 나이가 무색할만큼 그 눈빛과 패기에서 힘이느껴져서… 그 힘의 원동력을 너무너무 묻고 싶었었는데 ㅜㅜㅜㅜ 철이 언제 들런지…ㅎ

    멋진 분을 만나게 되어 또 많이 웃고 힘응 받네요^^*

  • 2022-03-23 22:01

    오늘 개인사정으로 직접 듣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빠른 후기로 다시 읽으니 감동입니다~~역시 토토로샘은 빠르시네요^^

    우리말 쓰기(톨,결), 철있게 살아야한다는 말씀도 가슴에 와 닿네요.

  • 2022-03-23 22:05

    여든에도 그런 생기발랄함을 뿜뿜 뿜어내시다니 나이 들어 모든 게 그저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던 저에겐 놀라울 따름입니다~~

    모시길 너무 잘했어요 다음에 또 모실 기회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7년 뒤쯤

  • 2022-03-23 22:31

     일이 생겨 왔다갔다 하며 정신없이 들었는데 토토로님 후기 덕분에  드문드문이 연결이 됩니다^^

    저는 다른 말씀도 좋았지만 초반에 말씀하셨던 우리는 '하루살이다'가 아주 여운이 남네요~

    하루살이는 어떻게 사는게 하루살이답게 사는걸까ᆢ 

     

  • 2022-03-24 00:04

    알아 듣기 쉬운 우리말로 하시는 말씀들이 마음결을 흔듭니다...

    토토로님 덕분에 좋은 말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네요~감사합니다^^

     

  • 2022-03-24 08:34

    와, 토토로 멋지군요.

    선생님도 여전하시더라구요, 반가왔습니다^^

  • 2022-03-24 11:49

    따뜻함과 용기 둘 다 가진 어른을 뵌 것 같았어요. 윤구병 선생님을 만난 기쁨이 오늘 후기를 통해 되살아나네요. 감사합니다!

  • 2022-03-24 14:41

    빠르면서도 충실한 후기~
    아직  후기가 어려운 초보에게 좋은 모범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2022-03-24 21:00

    저는 어쩌다보니 윤구병샘 강의가 이번이 첨이예요.

    샘의 한말씀, 한말씀이 묘하게 제 안에서 곱씹어지면서 머리 한 곳에 콕~ 박히네요. ㅎㅎ

    아마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날, 어느 순간에  샘의 오늘 말씀 중 어느 한부분이 불현듯 떠오를듯...

    토토로샘의 후기도 감동입니다~~~^^

  • 2022-03-25 09:24

    우주소년에서 윤구병 선생님 오신 기념으로^^ 보리출판사 책 특별전을 하고 있어요. 

    전시회 이름이 "느릿느릿 만든 책展"이네요. 4월1일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파지사유에서의 윤구병샘 강연이 우주소년에서의 책전시회로 이어지니 아름답군요.ㅎ

    동네살이 좋은게 이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ㅋ 이번 기회에 보리출판사 책 한 권 득템, 어떠세요?

  • 2022-04-21 18:07

    강의를 들은지 시간이 좀 흐른 후에 토토로샘의 후기를 읽으니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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