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시즌2> 8주차 후기

마음
2021-07-17 15:38
543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이번 세미나는 줌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코르누코피아’의 개념이 계속 변용되면서 역사가 전개되는 것을 살펴보았다. 본래 고대 로마에서 풍요의 여신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던 ‘코르누코피아’는 12~13세기 유럽에서는 성배로서 정신화된 개념으로, 18세기에는 케네에 의해 중농주의 이론과 함께 대지 자체가 코르누코피아가 되어 경제학 이론으로 성큼 들어선다.

 

부를 증식시키는 것은 화폐 자체도 아니다. 화폐의 유통은 한쪽에 부가 발생하면 다른 한쪽은 부를 상실하게 되어 서로 상쇄되므로 진짜 부를 늘리는 것은 아니다. 장인들이나 공업노동자가 하는 작업도 부를 증식시키지 않는다. 케네가 살았던 당시는 생산품의 가격이 생산비용+장인의 생필품 구입비가 기본가격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단지 가치의 이전이 있을 뿐이며 증식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최초의 경제학의 원형인 케네의 ‘경제표’는 일반적인 과학의 경우와 달리 완전한 합리화를 거부하는 ‘부의 원천’이라는 독특한 요소가 설정되어 있다. 바로 ‘대지의 선물’이라는 증여론적 사고와 연결되어 있다.

 

중농주의는 부의 증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순수 증여’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대규모 기계화된 농업과 달리 소규모 전통적 농업은 대지와 증여의 원리를 토대로 관계 맺고 있다. 인간의 증여(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농부의 노동)와 순수증여를 하는 자연(대지의 열락)이 만나는 곳에서 중농주의가 말하는 ‘순생산’이 발생한다.

 

저자는 마음의 구조로 라캉이 제시한 상상계, 상징계, 현실계의 세 영역이 전체성의 운동으로서의 경제 안에서 찾아낸 증여, 교환, 순수증여라는 세 개의 영역의 구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타자의 열락(여성의 열락)과 순생산은 동일한 곳에서 발생함을 보여준다. 또 저자는 이어서 마르크스의 사고에도 증여론적 토대가 있다고 말한다. 『1844년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인간은 본래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인데, 화폐가 사이에 침입함으로써 사랑의 유동이 정지하고 사랑의 증여적인 본질이 교환 원리에 의해 전도된다고 한다.

 

마르크스가 관찰한 근대산업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노동과 그 대상과의 관계를 바꾸어 놓는다.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대규모 기계적 공업으로 산업이 바뀌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은 중농주의가 말하는 노동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띠게 된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생활에 필요한 임금(가치)을 제공하고 그것을 초과하는 잉여노동을 시킴으로써 추가가치를 획득한다. 이 잉여가치는 노동착취의 다른 말이며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대리표상한 결과이다. 노동력의 사용가치가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가소성을 가지기 때문에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에서 잉여가치는 표상의 ‘트릭’에 의해 이루어진다.

 

저자는 여성의 열락의 자리에 순생산을 대응시킬수 있는 이유로 부정성이 개입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 자본주의의 가치증식에서 일어나는 열락은 순수증여를 하는 자연의 능력에 부정성을 작용시키고(자연을 자원으로 착취) 한 기표를 다른 기표로 대체했을 때 그 어긋남의 낙차에서 발생하는 잉여 열락에 대응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열락에 대비하여 ‘팔루스의 열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팔루스의 열락’과 ‘타자의 열락(여성의 열락)’은 양립되어야만 한다고 한다. 마르크스와 라캉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근거들에서 경제 현상이 교환의 원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증여와 순수 증여의 다른 두 원리와 단단히 연결되어 ‘보로메오의 매듭’과 같은 상태로 전체성을 가진 운동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진 조별 토론에서는

* ‘선물’을 줄 때 상대방을 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원망이 돌아올 경우 --- 선물 주는 사람도 좋고 선물 받는 사람도 좋은 관계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선물을 주면서 관계를 형성하므로 선물이 주어지는 위치를 생각해보자.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농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규모 기계식 농업이 아닌 섬세한 노동의 소작농은 저자의 표현처럼 자연과의 대칭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이자 미래의 유망한 직업이라 여겨 자녀에게 권하였지만 ㅠㅠ.

*울력을 다녀와서, 대지와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보면서 ‘~와~의 관계’로 형성되는 네트워크에 집중한다면 어떤 문제의 해결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사회에서 복잡 미묘해진 노동에서 어떻게 증여의 원리가 작동하는가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저희 조는 대지의 열락을 맛보러  실천과제를 울력으로 정했답니다 ^-^

댓글 4
  • 2021-07-18 19:17

    토론 때 나온 시어머니께 드린 못생긴 유기농사과 선물이야기...

    후기 읽다보니 보들레르의 위조지폐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선물 받기의 위험성, 과연 선물이란 가능한가라는 이야기 말이죠. 그 못지 않게 선물주기도 도박이며 도전인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선물 같은거 없이 살자?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를 읽고 나니 그럴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되네요~~
    증여 없이는 교환도 불가능하며, 저 안에서 밀고 올라오는 욕망을 단지 팔루스적인 향락으로 처리하면서 살아간다면...깨진 물독 채우듯이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황량한 삶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2021-07-18 19:46

    후기 잘 읽었습니다. 후기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토론하면서 나눈 이야기에서 이어진 생각입니다.
    요즘 지구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하나의 예로 용기내가 사회 움직임으로도 확산되어가는 것도 긍정적이구요.

    그런데 불현듯 우리집 아이들이 어렸을 때 생겨났던 유기농매장들에 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나는 그것을 다른 소비라고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니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졌는지에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을 못하겠어요ㅠㅠ

    못 입게 된 옷을 행주로 쓰는게 아닌 주문한 천으로 행주를 만들어써야 하는가에 대해서죠.

    마음님이 질문하는 지점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생각을 안 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생각은 바뀌어가지만, 실제 삶이 바뀌어가고 있는가... 싶은 거죠. 

    좋은 먹거리와 환경을 위한다면서 저로서는 없이 살아도 되는 새로운 물건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그냥 집에 있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

     

  • 2021-07-18 19:53

    조별토론을 통해 증여(선물)를 잘 하지 못했을때, 뭔가 어긋났을때, 선물에 교환의 원리가 끼어들었을때.

    관계는 멀어지거나 어색해지거나 섭섭했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기에 선물을 줄때 아주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2021-07-19 16:11

    마음님~후기 감사합니다.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의 후반부를 읽으면서는   특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 많네요.

    증여론을 읽을때는 책과 나의 거리가  고정되었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책에서 다루는 예나 이야기들의  거리가 나와 매우 가깝거나,

    내 속으로 들어와  휘젖는 느낌이예요.

    우선,

    안으로는 나의 욕망이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발현되고

    밖으로는 우리들의 욕망이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순환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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