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 시즌2> 세번째 시간 후기

2021-06-1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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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9 

-선물 교환은 우주와의 동맹이다-

 

에코프로젝트 시즌2의 세번째 시간은

우선,  <모스의 증여론> 2장의  끝부분까지 읽은후 , 각자 인상깊은 구절을 필사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수 있는 포틀래치를 생각해본후 적어보고,

개인적으로는^^ 어느정도의 혼돈과 의구심을 안고 시작되었습니다.

 

2장은 증여체계의 발전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북서아메리카 해안지역의 포틀래치에 대해 얘기하는데,

명예와 신용, 세가지 의무(제공-수령-답례), 물건의 힘, 명예화폐의 네 가지 관점에 집중한다.

거기에는 알래스카해안의 틀링깃족과 하이다족,  브리티시 컬럼비아해안의 하이다족, 침시아족, 콰키우틀족이 해당되고

그들은 풍요로운 물질적  환경을 가졌으며,

상당한 양의 잉여가 축적되고, 뛰어난 수준의 조각과 도안을 남겼다.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계급을 부양하고도 남을 여유가 있었고,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을 하고,훨씬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해 냈다.

그 이유를  "그들은 막대한 시간과 창조적 에너지를 음식과 다른 재화의 생산에 투자하는데,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단지 그런 재화들 자체를 진정 중요한 것으로 간주해서" 라고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에서 말하고 있다고 한다.

"잉여물은 어떻게 다루는가?", "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가?" 에 대한 의문이 생겼는데,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말한 재화자체의 중요성이 여기서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들에게는 먹고 사니즘의 생산물도 넉넉했던거 같고,

담요나 동판같은 어찌보면 사치품에 가까운  재화들도 엄청 만들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 생산물들이 결국 더 많이 소비되기 위한 생산이고, 그 것이 바로 포틀래치를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들의 수렵사회적 우주관도 매우 흥미롭다.

시베리아로부터 남미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이 우주관은

인간과 그들의 사냥감 사이에 일종의 협력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온당한 사냥과 제의적 의무로서의 적절한 뒷처리가 필요하고,

따라서 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과 사냥감 사이의 신체와 영혼의 순환이라는  거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대부분의 것들이 쪼개지고 파편화 된것 처럼

먹거리의 시스템도 분리되고 구획화되어서,

우리는  우리가 먹는 먹거리들 (특히 동물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고, 무엇으로 부터 왔는지, 알기도 어렵고,

알아도 피부에 와닿기 힘든 상황이  놓여져 있다는 것이 그들과의 중요한 큰 차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모스는 북서부해안지역의 선물교환은 무엇보다 전형적인 포틀래치의 형태라고 말한다.

포틀래치는 추장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투기적이고 경쟁적인 급부를 말하는데,

주로 조상을 추모하는 제의나 자녀의 결혼같은 행사로 이뤄지는 포틀래치를 통해

자신이  다른 추장들보다 더 통도 크고 재산도 많음을 과시해서 ,

다른 씨족들과의 위계서열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의 면모를 지닌다.

여기서 모스가 말하는 "경쟁과 적대의 원리', "고리대적이고 낭비적'인 "투기형의 전체적인 급부"의 측면은  

유럽사회가 민족지적 정보를 얻었던 그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시기의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평민들이 재화를 축적하는등의

위기상황에서의 이상징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서부 아메리카원주민들은  각 집단의 수장들이 자신들의 시조의 현현이라고 여겼고,

모든 이름과  지위와 정령은 물건을 통해 조상에게서 후손으로 전달된다고 믿었다.

위대한 조상들이 행했던 베풂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부여받은 이름과 직책을 정당화하고 위세를 보증 받는다.

그래서 포틀래치에서는 재산전쟁이라고 할 정도의 엄청난 부의 과시가 벌어졌고,

동시에 포틀래치는  더 많이 버림으로서 더 큰 명예를 얻는 명예전쟁이기도 했다.

( 그런데, 더 많이 버려서 더 큰 명예와 권력을 얻는다면,

그렇게 쌓아온 명예와 권력은 쉽게 순환가능한걸까?)

중요한 것은 재화를 버리고 파괴하는 행위이며, 그것을 통한 명예의 획득은 결국,

투쟁적이고 경쟁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출되는 과정을 거쳐,

타인의 시선을 통해 획득되는   인정을 받아야한다.

특히, 포틀래치에 관한 이 부분은 조르주 바타이유에게 큰 영감을 주었는데,

그는 파괴적인 포틀래치에서 "과잉의 소모"라는 측면을 탐구하고,

모든 문명사의 변화원인을 잉여의 소비방식으로부터 고찰하는 <저주의 몫>을 집필했다고 한다.

파괴의 포틀래치는 " 재화, 즉 물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얼마나 다르게 나타날수 있는지"를 

그려볼수 있게 해준다.

그럼에도,물질에 대한 근대적인 작동방식으로는 그들의 생각을 읽는데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고,

어찌보면,  잉여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파괴하는 방식을 볼때는,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더 예술적이고 지적인 존재 같다.

엔터프라이즈호를 타고 여행하다가, 우리보다 앞선 외계의 존재를 발견하는 스타트렉 승무원의 마음이랄까.

 

또한, 그들에게서 명예관념 못지 않게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신용관념이다.

당시의 경제학자들은 진화론적 관점을 취해  신용판매는 화폐거래 이 후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신용판매의 출발은 증여에 있었음을 모스는 지적한다.

"증여는 필연적으로 신용관념을 초래한다. 경제발전이 물물교환에서 판매로, 현금거래에서 신용거래로 이행한것은 아니다.

주로일정한 기한 후에 답례되는 증여체계 위에, 

한편으로는 이전에는 따로 떨어진 두시기를 접근시키고 

단순화하는것에 의해 물물교환이 세워졌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매-현금매매-와 대여가 세워졌다' (138쪽)

마르셀 에나프는 이 부분에서

모스가 총체적 사회적 사실로서의 선물교환을 경제적 교환으로 조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선물교환을 통해 발생하는 것은 상호인격적인 유대의 강력한 네트워크 임을 강조한다. 

 

콰키우틀족의 포틀래치는 존재형태의 영원한 윤회를 가장하는 우주관에 대응하여

(앞서 말한 수렵사회적 우주관-인간과 사냥감사이의 신체와 영혼의 순환-과 연결)

인간사회를 뛰어넘어 주변의 우주로 뻗어가는 생명력 넘치는 순환에 참여하는  의무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우주적 사회적 사실로서의 포틀래치로 확장해 볼 수 있다.

 

모스는 포틀래치의 본질은 결국 주어야하는 의무에 있다고 말한다.

추장들은 자신이 재산을 소비하고 분배하여 다른 사람들의 자존심을 꺾고 명성을 드높일 때에만

정령들과 재산들의 비호를 받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사회에서는 서로 주려고 안달이다.

모든 사람을 초대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큰 불행을 겪게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는 사람과 사물, 사람의 법과 사물의 법이 구별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반면, 원시적 사회에서는 많은 경우 사람과 사물은 서로 혼동되고 있다.

 

"모든것은 서로 연관이 있으며  혼동된다. 사물은 인격을 갖고 있으며,  또한 인격은 말하자면 씨족의 영속적인 물건이다.

칭호/ 호부 /동판과 추장의 영혼은 동음이의어이자 동의어로, 동일한 성질과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재화의 순환은 남자/여자/아이/축제/의식/의례/춤의 순환/심지어는 농담과 비방의 순환에도 뒤따른다.

요컨대 그 순환은 똑같은 것이다. 물건이 주어지고 이에 답례하는 것은 바로 '존경'을 서로 주고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뿐만 아니라, 물건을 주면서 그 자신을 주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자신- 그 자신과 그의 재산-이 다른 사람들의 '은혜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192쪽

사실, 우리가 회복해야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관계에서의 믿음, 신뢰가 아닌가.

재화와 노동의 순환이 상호 존경과 은혜의 바탕위에 작동한다면 , 세상은 좀 더  다른 방향으로 걷게 될까?

 

 

모스는 여기까지 일단, 첫번째 결론을 낸다.

네 개의 주요 민족집단에서 증여와 증여답례의 교환을 찾아내고

이들 사회에서 재화의 순환이 권리/사람의 순환과 동일시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깊이있는 강의가 끝난후, 짧고 아쉬웠지만 치열했던 토론이 이어졌다..

우리팀은 유님, 블랙커피님, 띠우님, 코스모스님, 그리고 나, 이렇게

각자의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우리가  고대인들을 근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발생하는 오해나 오류들이  분명히 있고,

다른 관점으로 나와 타인, 그리고 세계를  볼수 있는 연습과,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상상력을 작동시킬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였고,

문탁에서의 공부나 토론, 회의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고 듣는 과정이 

그런 역활을 할수 있겠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증여론을 다시 읽으면서,

기나긴 주석과 모호한 개념들로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계속 들락날락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되서, 무작정 필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또 주석에 집중되어 있는 재미있는 사례들을 줄치며,

혼자 히죽거리기도 했네요.

읽다보면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또 금새 사라져버리거나, 이 게 질문이 되나싶어지는

묘한 매력의 책, 증여론의 2장 뒷부분 후기 였습니다.?

후기를 써야한다는 중압감^^에 뒤적여 본 바타이유의 책에서 만난 구절을 적으며 마무리 해봅니다.

 

'우스꽝스러워지지 않고서는 아무도 깜짝 놀랄 일을 이룰 수 없다.

전복해야 한다. 그것이 전부이다. -조르주 바타이유-

 

우스꽝스러워질 용기?,용기?를 내어보자.

 

 

 

 

 

 

 

 

 

 

 

 

 

 

 

 

 

 

댓글 6
  • 2021-06-14 11:01

    와우 !!

    참님의 후기 거의 강의안 수준인데요

    엄청 공부 열심히 하셨네요

    우스꽝스러워질 용기까지

    바타유 책에서 찾아내시고

    정성스런 후기 고맙습니다~~~

  • 2021-06-14 13:00

    어머, 벌써 끝났어요? 라고 말하던 참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해요ㅎㅎㅎ

    정성껏 쓴 후기에 그 마음이 담겨있네요~

    남아 있는 강의와 이야기들도 기대가 됩니다^^

  • 2021-06-14 14:15

     

    그게 뭐든 용기를 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운이 좋아 주목받고 칭찬받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모두를 불편하게 하면서 외로운 길을 걸어야만 할수도 있고 잔소리꾼이 될 수도 있고 ㅠㅠ

     

    주말에는 남편차에 탔다가 여기저기 꽂혀있는 생수통을 보고 버럭하고야 말았어요. 

     '용기내'는 바로 인내내' 인듯~~

     

    ' 우스꽝스러워질 용기'  재밌네요~

     

     

     

  • 2021-06-14 16:00

    복습제대로 되네요~
    참님 조의 토론 내용도 와 닿네요~ 

    우리의 공부도, 자동으로 작동하려는 근대인의 생각 메커니즘을 잠시 멈춰보기위함 아닐까 싶어요

  • 2021-06-14 23:15

    와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시다니~👍 

    요며칠 무더위에 넋놓고 있었는데 ,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저희 조의 토론은,  증여에서 '도박'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시작했는데요. 

    도박하면 일확천금  생각나잖아요 저만 그런가요ㅎ

    이것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 내 것을 버리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참여가 가능한 것으로

    놀이+포틀래치로 봐야된다는 얘기가 있었고요.  승자가 한 턱 크게 쏘듯이~

    공동육아, 품앗이 얘기를 나누면서 호혜성 보다 요즘은 오히려 만만한 상대가 되어버리는 씁쓸한 감정과

    호의에 대한 부채감으로 인해서 즉각적 보상에 당황스러움. 또 선물의 종류나 적당한 예의 등등.

    관계가 긴밀해지려면 시간과 공통된 가치 공유가 전제되어야 가능하겠지요.

    가족관계에서는 도리, 의무가 유독 강요되는 경향이 있는데,  옛날 수렵,채집 생활시대 때 연장자의 정보,

    기술, 지혜는 공경의 대상이 되었으나, 현대사회에서는 연장자의 역할은 점점 사라지고 의무감만 남는듯...

    이에 자발성과 의무의 적절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 2021-06-16 00:57

    와우와우~~~
    그게 이말이었구나~ 하며 후기를 읽네요. 책보다 이해가 더 잘 되는 후기였습니다.^^

    정말 공부많이하신듯요!

    마음과 애정이 느껴지는 참샘 ~! 멋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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