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 시즌2 첫시간 후기

달팽이
2021-05-31 14:57
418

지난 주 수요일은 에코프로젝트 시즌 2 시작일이었습니다.

<다른 미래를 상상하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시즌 2는 시즌 1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시즌1에서 고민하던 기후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윤리적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인류학에서 찾아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요

『증여론』,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를 읽으며, 기후위기를 초래한 지금의 자본주의 방식을 벗어나 다른 경제를 구성할 수 있을지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친절한 안내자 뚜버기샘의 강의를 들으며 차근차근 진행될 이번 시즌은

문탁네트워크 10년 활동의 기초였던 선물의 원리를 배우는 과정이 될 것 같네요

뭘 공부할 지 짐작하고 오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처음 만난 두 분과 뚜샘 포함 무려 12명의 친구들이 함께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새로 오신 두 분이 궁금하실테니 먼저 소개해드리면,

띠우아들 시우친구 엄마이신 최경옥님, 아이가 이우학교로 오게 되어 부산에서 이사 오셨대요

그리고 아이쿱 활동가이신 오늘님, 그런데 알고 보니 유의 큰 딸 수현이 학교친구 엄마라네요

유는 살다보니 문탁에서 학부모를 다 만난다며 엄청 좋아했어요

또래 친구가 없어 외로워보이던 유에게 좋은 친구가 생길 듯해요

다른 9분은, 마지막에 마음을 낸 띠우, 띠우 친구(누군지는 비밀이라), 에코랩의 두 일꾼 프리다와 토토로, 그리고 시즌 1에서 젊은 기운 뿜뿜했던 유와 참, 마지막으로 블랙커피, 달팽이, 코스모스 이런 다양한 구성이랍니다.

 

첫 시간에는 우리가 증여론처럼 딱딱하고 어려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같이 잘 읽어보자는 꼬드김으로 시작해서 서문의 내용을 꼼꼼히 정리하고, 질문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이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영감을 얻을 것인가? 뚜샘은 인류 전 역사의 99%에 달하는 시간 동안 지구 표면의 3/4에 이르는 지역에서 평화롭게 살았던 원시사회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줄 거라며, 그 사회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 『증여론』을 통하면 뭔가 배울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어요

『증여론』의 저자 마르셀모스는 거리의 학자이자, 책상 위의 투사라고 불리는데요

그가 쓴 책은 세상과 대결하는 무기였던 동시에, 1920년대 정치적 격동기를 살았던 그가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기에 붙여진 이름이지요

그가 쓴 『증여론』은 많은 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과잉과 소모의 개념을 정립한 ‘조르주 바타유’, 경제개념을 실체경제로 재정의한 ‘칼 폴라니’, 구조주의의 개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등 쟁쟁한 학자들이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답니다.

뚜샘은 그런 책을 우리도 읽는 거라며 증여론 읽기 자체만으로도 엄청 뿌듯한 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요 ㅋㅋㅋ

증여론 서문에는 우리가 흔히 원시사회가 저급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편견과는 달리 다른 경제, 다른 도덕, 다른 문화, 다른 정치, 다른 법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다른 것들이 따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함께 나타나는 방식의 교환으로 있었는데, 이를 모스는 ‘전체적인 급부체계’라고 부릅니다.

원시사회의 선물교환이 우리 시대의 등가교환과 다른 점을 살펴보면 ① 계약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② 경제적으로 유용한 것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거래한다. ③ 선물은 자발적인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강제적이고 의무적이다.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교환도 선물도 계약도 다 낯설기만 했을텐데 다들 강의를 이해했을지 궁금했습니다.

쉬는 시간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어요

새로 오신 경옥님은 지인들에게 선물을 자주 하는 편인데 동생으로부터 사람들 불편하게 만든다며 핀잔을 들었던 경험과 오늘 배운 선물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질문하셨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경옥님은 선물사회의 선물은 개인들 사이에 오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강제성과 도덕성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된다며 그렇다면 그런 사회로 돌아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새로운 질문으로 옮겨가셨어요

증여론 첫날 이렇게 질문을 하시니 다들 놀랐지요. 강의가 좋았던 것인지 아님 경옥님이 탁월하신 것인지 암튼 선물에 대해 요기까지 이해하기도 퍽 어려운 일이잖아요

선물에 담긴 강제적 의무의 도덕과 법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도덕보다는 윤리가 적당하지 않는냐는 의견에 지금의 법처럼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강제성이 담겼다는 의미에서 도덕이 맞는 것 같다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오늘날의 법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규칙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의 도덕으로 사람을 잇는 사회도 가능한데 규모가 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뚜샘이 이야기를 덧붙였어요

원시사회에서 영감을 받아서 사적 친밀감을 넘어서서 서로의 삶에 의지와 힘이 되는 공동체의 구성은 가능하다는 것을 10년 문탁활동에서 조금 알게 되었다구요

그렇다면 원시사회에서 개인 간 선물은 없었다는 것인가 하는 토토로님의 질문이 나왔고,

오늘날과 같은 개인은 그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러저러하게 펼쳐졌습니다.

오늘님은 시즌1에서 다루었던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러 왔는데 증여를 공부한다고 해서 당황했다며 증여, 선물, 인류학이 모두 낯설다고 하셨어요. 강의를 들으니 사회에 대해 공부하는 것인가 짐작하고 있다고

상반기에 인류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시즌2가 그 갈무리시간이 되리라는 기대가 커진 시간인 듯했고, 오랜만에 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분들은 몇 해 전 공부를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되었을 듯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증여론 1장을 읽게 되니 강의와 토론으로 증여론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좋겠네요

다들 책 잘 읽으시고 주간실천과제도 올려주셔요~~

 

 

 

 

 

 

댓글 3
  • 2021-05-31 21:11

    와~ 꼼꼼한 후기  감사해요~
    첫날 질문들이 한주동안 계속 되새겨지더라고요! 이번엔 또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 기다려집니다.

  • 2021-06-01 00:33

    와~우리의 여정이 어디에서 부터 왔고,

    어디로 향하게 될런지를 보여주시네요~ 
    두근되던 첫 시간!

    뚜버기샘의 깊이있는 설명과

    톡톡튀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둘다 줌 수업하는 날이라,

    먼저 나와서 아쉬웠는데, 달팽이샘 후기들으니,

    더~~~욱 아쉽습니다^^

     

  • 2021-06-01 22:18

    아고;; 후기글을 지금 보고 깜놀했습니다.  

    첫수업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한 횡설수설을 이래 잘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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