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시간] 1편 중간점검 후기

정군
2021-10-21 23:58
333

대...대...대단원의 막을 내리려면 아직 250쪽이 남았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벌써 ‘절정’의 코앞에 당도했슴다. 기분으로 보자면, 한달 정도 읽은 것 같은데, 무려 8회차였네요!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존재와 시간>의 1부 1편 ‘현존재에 대한 예비적 기초분석’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간에는 1편 전체를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요. 원래 제 의도는 2주치를 한 방에 나가고 1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미리 까먹은 ‘방학’을 보충하는 것이었는데요……. 요모 선생님께서…….(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ㅋㅋㅋ) 그리하여 ‘방학’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보충하는 매우 바람직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분량으로보나, 역사적 의미로 보나, 현재적 의의로 보나 이 정도의 중량감이 있는 텍스트를 볼 때는 중간에 한 두 차례씩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 합니다.

 

저희가 주로 나눈 내용은 크게 보아서 두 가지 였습니다. 첫 번째는 <존재와 시간>에서 드러나는 하이데거 사유가 가진 혁신성과 한계, 두 번째는 진리, 기획투사, 불안-염려, ‘그 때문에’, 이해, 의미, 해석과 같은 1편에 등장한 특유의 개념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렘샘의 우호적 전회(?) 였고요. 그 다음으로는 여울아샘의 18절 복습 선동(?)이었습니다. 어느 절 하나도 텍스트를 이해해 가는 데 필요하지 않은 절이 없지 않지만, 특유의 (의미있는) ‘세계’를 끌어내는 3장의 내용이 1편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18절 선동’은 (그 숫자의 의미를 봐도) 매우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ㅎㅎㅎ 게다가 그 ‘세계’ 문제와 관련해서 요요샘께서 하이데거 사유를 ‘현상학적 실존주의’로 규정해주셨는데요. 네, 저도 그 점에 공감하였습니다. 그렇게 ‘주체’를 확대-강화해 나간다는 점에서 제 질문이나 무사샘의 코멘트도 비슷한 맥락 속에 있었고요. 제 생각이 뚜렷하지 않았는데, 세미나 중에 저 스스로도 ‘아 이거였어’ 싶게 파바박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하이데거는 ‘주체의 의식철학’으로 대표되는 근대철학을 넘어서자는 문제를 설정하고서도 그 사유의 내적 구조 속에서 보면 다시금 특정한 ‘주체’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이후에 이어질 ‘시간론’을 더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읽어온 정도를 토대로 판단해 보면,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죽음으로의 선구’ 말이죠. 그게 하이데거식으로 보자면 ‘존재의 진면목’을 ‘삶’ 안으로 가져오는 행위일텐데, 그게 바로 결국엔 ‘주체성’의 강화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2편을 읽어가면서 이 점을 좀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초빈샘께서 ‘개념’의 소나기를 퍼부어주셨는데요. ㅎㅎㅎ 각각에 대해 나름대로 답하느라 얼마나 진땀을 뺏는지 모릅니다. 이미 진땀을 뺏으므로 여기서 다시 정리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특정한 ‘개념’은 다른 개념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는 점은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철학공부’는 ‘개조식’으로 개념이나 특정 내용을 정리해서는 안 되고, 각각의 문장이 유기적으로 엮이게끔 완성된 문장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개념A과 개념B를 연루시킬 수 있으니까요. 흠.... 문득 ‘말로써 분류파악한다’는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

 

그렇고요. 앞으로 2편도 힘내서 마저 읽어보아요. 1편을 읽고 ‘서문’을 다시 읽으니 잘 읽혔던 그 경험을 잊지 말도록하여요!

이상, 재하님의 그 난감한 눈빛을 잊지 못해 ‘후기로의 선구’를 감행한 정군이었습니다. ㅎㅎㅎ

 

질문 안 올리신 분들, 댓글은 모두 다셔야 합니다. ㅡㅡ+

댓글 8
  • 2021-10-22 18:51

    와~ 후기를 올려주신 정군님, 고맙습니다! 

    세미나 마치고 나면 저는 방전되어 몽롱해지는데, 맨정신을 유지하며 바로 후기를 올리는 분들이 너무 신기해요!!

    그동안 한 주 한 주 허겁지겁 책읽기 바빴는데 이렇게 돌아보는 시간이 있으니 좋네요.

    저 역시 모두가 간증했듯이 서론이 처음보다 더 잘 읽힌다는 걸 경험하게 되어 무지 기뻤답니다.^^

    복습시간을 통해 앞으로 <존재와 시간>을 읽으면서 어떤 점을 주의깊게 살펴야 할지도 생각해보게 되었고요.

    정말이지 빡센 텍스트 읽을 때는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2021-10-22 18:53

    용감한 정군샘 덕분에... 오늘 오후 재하, 초빈, 여울아, 잠깐 매실~~ 이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구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90% 이상 우리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이미 하이데거의 텍스트가 열어밝혀져 있음으로 인해 가능했겠지요. 다른 하나는 현존재가 존재이해의 구성틀을 이미 가지고 있음이 밝게 드러나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금요일에는 요요님이 하루 종일 문탁2층 공부방에 있다는 사실도 귀뜀해주었어요. 종종 금요일에 만나요~~

    • 2021-10-26 19:09

      아주 잠시나마 한 문단 정도 강독을 해보니 이렇게 전 페이지를 읽어야 그나마 개념이 잡히는구나, 눈으로 읽는 것과 말로 풀이하는게 이렇게 다르구나!! 느꼈습니다. 

  • 2021-10-23 12:50

    후기를 재하샘께 투하하고나서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맡기지 말라’는 정군샘의 칸트적 정언명령과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끝까지 못본척 해라’라는 아렘식 정언명령이 낳은 결과가 정군샘의 자발적 후기였네요. 세상은 가끔 이렇게 선물 같은 흐믓한 일도 일어납니다. 

     

    서론이 잘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공유하고 2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주제파악하고 멈춰서서 돌아보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는 걸 단체로 증명한 시간 맞죠? ㅎㅎㅎ

     

    틀림없이 더 잘 읽힐 죽음을 읽고 다시 만나요. 지난 시간의 보충도 모자라 18절(절묘한 발음이라는데 동의합니다)을 더 읽고 오시는 3.5명의 멤버가 있어 든든할 거 같습니다. 

  • 2021-10-25 22:40

    후기를 뺏겨서(???) 못(??)쓴 거에 비해서 댓글 다는 건 많이 늦었습니다;;; 먼저 2주 연속으로 후기 또 써야되나 고민하던 저에게 단비같은 '대리후기 작성'을 내려주신(?) 정군 샘에게 저어엉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 다음날 문탁에서 모여 복습도 하고, 나머지 절반을 읽어나갈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사실 처음에 하이데거를 하게 되면서는 잔뜩 각오들로 무정하고 정말 불태우면서 읽었던 것 같은데, 분량이 점점 늘고 뒤쳐지면서 조금은 해이해지는 상황들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사실은 많았습니다). 이번에 중간점검 겸 쉬어가면서 그런 모습들을 잠깐이나마 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2부도 힘들겠지만, 또 나름대로 머리 싸매고 헤쳐나가야 되겠죠(그렇죠?). 그래도 이제 아아아아아주 조금 쉬워진 하이데거를 붙들고 앞으로 읽어야겠습니다.

  • 2021-10-26 19:12

    초빈샘의 질문 공세 덕에 쭈루룩 문장으로 정리해보셨을 후반부 세미나에 애랑 같이 잠드는 바람에 참석 못해서 혼자 복습 못한 듯한 찝찝함이..가시질 않네요. 이번주에 40절부터 1장 끝까지 복습하는 거 맞는거죠? 여울아 샘이 말하셨는데...또 놓칠까봐 걱정이...ㅎㅎㅎ 

     

    • 2021-10-26 23:27

      아이고.. 어째.. 매실샘!! 이번주 공부분량은 2편1장입니다. 45절부터 53절이요..

      (제가 밤늦은 시간 동생들과 회의를 마치고 머리 식히느라 홈피에 들어와서 매실샘의 댓글을 보고 너무 놀란고로..)

      • 2021-10-27 12:36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가 않죠...ㅠㅠ  늦었지만 이번 분량은 1편처럼 머리털 빠지는 건 덜하네요. 열심히 읽어갈게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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